대안이 없어 조직에 남아있는 직원만큼이나 대안을 찾아 떠나는 직원도 많아졌다. 어쩌면 떠났으면 하는 직원은 버티고 남았으면 하는 직원은 떠나는 형국이 흔한 일이 되었다. 특히 젊고 유능한 직원들의 이직은 너무나 쉽고 가벼워졌다. 왜 그럴까? 과거에 직원이 조직을 떠나는 이유가 뻔했다. 더 큰 조직으로 가야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더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도 그럴까? 답은 당연히 아니다. 큰 조직에 대한 기대감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을 비롯한 큰 조직을 떠나 규모와 상관없이 기회가 큰 조직으로의 이직은 경쟁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노련한 경력직만을 골라서 고용하려는 절박한 선택에 집중하면서도 기껏 키운 직원을 너무나 쉽게 떠나보내는 제로섬 게임을 지금도 많은 조직들이 반복하고 있다. 갑자기 떠나는 직원들은 조직에 흉터를 남긴다. 더욱이 젊고 유능한 직원의 이직은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베르테르 효과처럼 조직에 막연한 허무함과 불만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조직에서는 이직하는 직원들을 종종 배신자로 정의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이직이 조직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떠나는 직원을 배신자로만 본다면 배신자의 증가를 막을 길은 없어지고 만다. 직원이 떠나면 사람만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 조직의 중요한 정보와 지식도 함께 떠난다. 따라서 조직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직의 전염만큼은 막아야 한다. 떠나는 이유보다 남아야 하는 이유를 점검하고 대응하여 유행병 같은 이직만큼은 예방해야 한다. 조직차원의 대안도 중요하지만 조직단위의 리더들이 평소 단기 성과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직원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세가지 질문에 답을 먼저 해야 한다. 첫째, 우리 조직은 왜 다닐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가. 둘째, 우리 조직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 셋째, 우리 조직에서 내가 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과연 이러한 질문에 누가 답을 할 수 있을까? 조직도 답이 없고 리더도 답을 할 수 없다면 직원은 이미 잠재적 배신자로 변한다. 어쩌면 조직을 떠나는 직원들이 조직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조직이 먼저 직원을 떠나게 만드는 배신의 구실을 제공한 것이다. 이직을 직원의 도덕적 결함에 의한 문제로 치부하여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그들의 목에 걸고자 한다면 조만간 걷잡을 수 없는 배신의 릴레이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장 위험한 가정은 ‘능력 있는 직원은 떠나고 능력 없는 직원은 남는다’이다. 이러한 가정이 조직을 지배하면 그 조직은 이미 끝난 것이다.

따라서 떠나는 직원을 배신자가 아니라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촉진자로 만들어야 한다. 넷플릭스에는 떠나는 직원들이 자신의 이직이유를 떠나기 전에 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전달하는 제도가 있다. 소위 ‘부검메일(postmortem e-mail)’이라고 한다. 부검메일을 작성하는 과정에는 이직하는 직원 당사자와 그의 직속상사 그리고 인사담당 직원이 함께 참여한다. 부검메일에는 총 5가지 내용(1. 왜 떠나는지 2. 회사에서 배운 것 3.회사에 아쉬운 점 4. 앞으로의 계획 5. 넷플릭스의 메시지)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부검메일은 3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 떠나는 이유를 넷플릭스의 10가지 가치에 입각하여 작성하기, 둘째, 직원의 잘못된 행동으로 떠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원들이 원치 않는 내용은 넣지 않기, 셋째, 회사는 퇴사하는 직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넷플릭스의 부검메일 제도는 직원들의 76%가 찬성한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부검메일 제도를 통해 직원들에 대한 회사의 투명성을 높여준다는 믿음, 조직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 위기를 예방해 준다는 믿음, 그리고 퇴사하려는 직원을 붙잡을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강하게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직의 이유를 조직내부에 공유하는 동시에 개선점을 제시하여 이를 다시 직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이직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점에서 깊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떠나는 이유도 이해가 가지만 남아야 할 이유도 강해진다면 비생산적인 이직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이직하는 직원을 배신자로만 보면 유사한 배신자를 계속 산출하게 되지만 그들을 촉진자로 정의하고 끊임없이 조직의 문제를 개선한다면 이직이 쉬워진 시절에 조직을 더욱 굳건히 지키는 해법이 되리라 본다. 적어도 사람은 가치 있는 조직과 의미 있는 일에 매력을 더 느끼기 때문이다. 배신자를 지우려 하지 말고 배신자를 촉진자로 인식하여 불필요한 이직을 억제하는 지혜가 조직과 리더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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