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파이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 농림부도 PPFD 특성 인정
고연색 식물조명 급부상, 국내 메이저 기업서도 수요 크게 늘어
구분 짓기보다는 “스마트팜 용어 정립에 따른 문제” 지적도
플라즈마연구원 “버려지는 빛파장 연구해 식물성장 효율 높여야”

비닐하우스에서 식물조명을 통해 보광받고 있는 작물 모습
비닐하우스에서 식물조명을 통해 보광받고 있는 작물 모습

[전기신문 안상민 기자] 최근 LED조명 제조업자들이 스마트팜용 조명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LED 파장의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식물조명에서는 최근까지 식물 성장촉진에 핵심적인 요소로 광합성 광량자속 밀도(PPFD; Photosynthetic Photon Flux Density)만이 키워드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자연광과 비슷한 정도를 나타내는 연색 지수(CRI;Color Rendering Index)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이란 빛·온도·습도 등 식물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농장으로, 악화되는 대기·수질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스마트팜에서 사용되는 조명은 광파장으로 식물성장 환경을 조절하고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어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데 이를 활용하면 농작물 생장에서 가장 중요한 ‘빛’을 조절할 수 있어 날씨와 기후에 구애받지 않고 식물이 가장 좋아하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국내 중소 스마트팜 조명 생산 업체들과 해외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CRI값을 높이는 것이 PPFD를 조절하는 것보다 식물성장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내에서는 전통적으로 농업을 연구해 온 농업 사업자들이 아닌 조명 제조업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PPFD 조절과 식물성장의 효율에 관한 연구결과는 수차례 발표된 데 반해 CRI와 식물성장에 관한 신뢰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상태라 이 같은 주장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남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CRI 95Ra 이상의 고연색 식물조명의 시장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흐름이 기업들의 일시적인 실험으로 끝날지, 아니면 체계적인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식물 조명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지 주목되고 있다.

금호전기에서 출시한 식물재배용 LED램프와 세라믹메탈램프(CDMH)
금호전기에서 출시한 식물재배용 LED램프와 세라믹메탈램프(CDMH)

◆대세는 PPFD, 작물에 따른 연구 활발

노지 재배에서 이어진 초기 스마트팜용 조명에서 가장 중요한 수치로 꼽히는 요소가 바로 PPFD다.

PPFD는 식물 성장촉진에 필수적인 광합성의 광입자의 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광합성 작용이 촉진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이는 면적당 식물에 유효한 광량이 많아져 식물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전통적인 농업에서는 식물 성장에 적합한 빛이 나타나는 날이 제한적이었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안개,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작물들이 태양광을 최적의 조건에서 흡수할 수 있는 일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스마트팜 조명은 이 같은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국내 산업보다 먼저 스마트팜 조성을 시작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이 PPFD에 의거해 스마트팜 인프라를 설계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PPFD의 효율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이에 국내외 연구 또한 PPFD 내부의 청색광, 녹색광, 적색광을 조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작물에 따른 광파장을 찾는 연구가 활발한 상황이다.

글로벌 조명기업 시그니파이(구 필립스라이팅) 관계자는 “식물이 원하는 파장대와 광합성량을 맞추기 위해 PPFD를 중심으로 모든 식물조명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CRI, 공식자료 없지만 현장에선 체감

“식물에 비추는 빛은 아무래도 태양광이 인공광보다 좋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태양광과 닮은 고연색 조명이 식물 성장에도 가장 좋을 것이다.”

스마트팜 조명의 연색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공통적 주장은 ‘태양광이 식물에 가장 좋다’라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한다.

PPFD를 활용한 식물조명의 경우 청색광과 적색광이 식물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녹색광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활용해 적색광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녹색광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흔히 식물조명을 떠올릴 때 자주색이나 적색 계통의 빛을 떠올리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CRI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유통되는 식물조명처럼 특정 빛파장만 많이 사용하는 대신 모든 빛파장을 고르게 사용해야 한다.

이에 CRI에 집중하는 조명 사업자들은 녹색 파장을 비롯해 버려지는 빛 파장들의 비공식적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히포팜텍 관계자는 “PPFD 광원에서 버려지고 있는 녹색파장이 사실 병충해를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며 “식물이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자연광과 비슷한 빛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엘비텍 관계자 또한 “2년 동안 테스트베드를 통해 PPFD와 CRI 값을 비교한 결과 단순 PPFD만으로는 식물 성장의 최대 효율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오히려 PPFD값만 너무 높을 경우 작물이 상품성 없이 크기만 커지는 ‘웃자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업계의 증언과 실험에도 CRI가 식물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식적인 학술자료나 연구결과가 없어 신뢰성은 낮은 상황이다.

시그니파이 관계자 역시 “CRI와 식물성장 효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증된 자료는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일본과 국내 메이저 스마트팜 기업 4곳이 초고연색 식물 조명을 구입한 사실을 근거로 전문 업체 사이에서는 이미 CRI 역시 식물 생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라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스마트팜 업체 관계자는 “초고연색 스마트팜 조명을 통해 중동, 중앙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수출 실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식적인 학술자료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초고연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PPFD와 CRI, 모두 부수적이라는 주장도

이 같은 주장 속에서 PPFD값과 CRI 수치가 모두 식물성장의 부수적인 요소일 뿐 핵심 키워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스마트팜에 대한 통일되지 않은 시선이 이 같은 논란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팜의 정의를 보면 크게 ‘대기, 수질, 토양, 빛 등 자연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절해 식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인프라’와 ‘특정 환경 및 조건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작물들을 장소,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재배하기 위한 인프라’로 나뉜다.

이 두 재배방법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식물 성장 촉진’과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작물 재배’라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팜용으로 사용하는 조명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PPFD와 CRI의 활용도가 다르지만 용어의 정립 부족과 혼용에 따라 이 같은 혼란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시각은 PPFD와 CRI 어느 한쪽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양 수치의 장점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PPFD(PPF Red + PPF Green + PPF Blue) 값은 500~600nm 파장(녹색)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600~700nm 파장(적색)과 400 ~500nm 파장(청색)의 특정 부분을 극대화시켜 사용한다.

이때 주로 사용되는 적색과 청색의 경우에도 고르게 쓰이지 않고 특정 부분만 활용해 파장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철원플라즈마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660nm의 적색 파장과 480nm의 청색 파장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적색 계통과 청색 계통의 파장 내에서 버려지는 파장들이 사실 식물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식물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이 파장들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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