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Coin)’으로 통칭되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와 근간 기술인 블록체인(Block chain)의 시작점 비트코인은 『Bitcoin : A Peer To 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란 논문으로 2008년 공개되었다. 은행과 같은 거래 중개 역할의 중간자가 없이도, 개인 대 개인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전자상으로 직접 거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화폐 시스템을 말했다. 이를 통해 거래 관련 정보를 은행과 같이 중앙에서만 관리하는 구조와, 또한 주요 정보를 은행 내부직원 같은 극소수만이 보유하고 지키는 중앙 집중된 구조를 탈피하는 탈중앙화(Decentralize) 혹은 분산화(Distributed) 시스템이 실현 가능한 일이 되었다. 세간에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가격 때문에 코인의 투자에만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등장에서 확실히 촉발된 주제는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던 것을 모두에게’가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은행 역할만이 아니라 거래소와 같은 수많은 플랫폼들의 역할을 개인들이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코인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시 금융시장 이야기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필자가 증권사에 재직하던 당시부터 조금씩 있었던 변화 중 일부가 가시화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금융투자협회는 금융투자 무료 교육플랫폼 알투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투자의 기초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금융투자협회는 "주식 대중화 시대에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 몰라 망설이던 새내기 투자자들에게 알투플러스가 좋은 학습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올해 8월 9일, 신한금융투자는 '투자 연구소' 서비스를 개시했다. 투자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애널리스트(Analyst)들이 작성한 어려운 용어의 보고서들을, 일상 용어로 내놓겠다는 서비스였다. MZ세대, 초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들을 제공하는 창구를 별도로 마련한 것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2018년 초부터 “가급적 일반 투자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매달 짧은 단락으로 정리한 내용을 추가한 보고서를 내놓을 것을 피력하기도 했다. 시장 참여자(투자자)들이 금융투자와 관련된 정보를 취득하는 난이도를 낮춰, 지식과 정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도록 하려는 모습들이다.

금융시장 외에서도 이런 행태가 발견되는데, SKT는 햇수로 3년째 ‘우리말 바로 쓰기’ 캠페인으로써 ‘통신정음’을 발간 중이다. 어려운 말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순화하는 것을 목표로 작성된 것이며, 이 책을 근간으로 해서 자사 직원들이 보다 고객지향적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과거보다 많은 고객이 자사 서비스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편하게 듣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였다.

‘대중화’가 진행된다. 코인도 돈도 대중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근간 기술 블록체인과 관련 IT산업, 많은 투자자들이 뛰어들지만 언제나 어려워하는 투자시장과 금융산업 그리고 몇몇 다른 산업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선명하게 추구하고 있다. ‘탈중앙화, 고객지향’ 등으로 각자 다른 단어를 사용해 표현하고 있지만, 본질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정보 또는 지식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이면에는 각 기업의 매출을 위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각자의 사유는 다르더라도 방향의 일치가 일어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가 점차 증가할 때, 어느 순간 트렌드 변화의 급물살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무시해선 안 된다. 어느 날 ‘소수만 하도록, 알도록 두는 것이 옳은 건가요?’ 하는 물음이 지금보다도 강력하게 작용하는 시대가 되어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은 탈중앙화가, 보다 쉬운 용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에 익숙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글날’이 지난 9일이었다. 한글은 창제 이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에서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만들었다는데 의의를 갖는다. ‘문맹률 1%에 가까운 한국’이라는 소개로 인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다만, 지식과 정보의 진입장벽이 높거나 높아져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보다 대중화가 필요한 지식과 정보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존재한다. 그러나 이 또한 대중적으로 만들기를 원하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모습이 발견되는 오늘날이라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적인 분야에서도 쉽게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될 시대의 출발점인 셈이다.

마치 ‘백성이 이르고자 할 바 있어도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 백성들도 뜻을 자유로이 표현할 대중적인 문자 한글 창제가 시작된 것처럼 말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할 시기로 적절하다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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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쉬운지식 대표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IT지식』 저자 ▲『보면 아는 블록체인』 저자 ▲매일경제TV 「해외직접투자하기」 & 「글로벌 이슈5」 출연 ▲『TMook』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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