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연구회 정책세미나에서 ‘질서 있는 에너지전환’ 주장

세미나에 참석한 발제 및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발제 및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현실적이고 달성가능한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전력산업연구회는 ‘2050 탄소중립의 실체, 그리고 가스·석탄 발전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하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리한 목표를 제시하는데 치중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질서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에너지효율을 따져서 질서있게 기존 발전원을 퇴출시키는 전환에 나서야 한다. 원자력과 수력, LNG 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전전원을 가급적 끝까지 유지시키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조할 수 있는 ESS 등 기술을 확장시켜야 한다”며 “무질서한 에너지전환은 한국 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봤을때 원전을 제외한 에너지믹스로는 정부가 최근 추진하는 2030년 NDC 달성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제시한 2050년 평균 전력수요 140GW를 전제할 경우 태양광 30%, 원전 비중이 40%일때 12시간치의 전기를 저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량은 661GWh(약 264조원) 수준이지만, 태양광 비중을 50%로 늘리고 원전 비중을 10%로 제한할 경우 1157GWh(약 462조원)의 ESS 설비 용량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재생에너지의 수급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저전원으로 원전의 역할을 남겨야 한다는 것.

박 교수는 “당장 미국이나 EU는 원전과 수력 비중이 30~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청정 발전원 확대가 가능한 수치”라며 “수력발전도 거의 없는데, 탈원전 정책까지 펼치는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전력수급 안정화에 여전히 기여하고 있는 석탄발전의 장기간에 걸친 질서있는 퇴장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3%를 감축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CCUS와 같은 현재 개발 중인 청정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현재 전원 믹스를 허물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전했다.

전력산업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도 발제에서 한국의 에너지전환 정책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영국은 60년 동안 탄소 감축의 대장정을 걷겠다는데 우리는 같은 길을 30년 만에 달성하겠다는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간이 반으로 줄면 비용은 두 배가 아니라 10배, 20배까지 늘어난다”며 “마라톤을 두 시간에 주파하겠다고 하면 야심찬 계획이라고 하겠지만 같은 거리를 100m 달리기하듯 달려서 1시간에 주파하겠다고 하면 바보 같은 계획이라고 부른다”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또 “IEA가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할 때 EU는 2050년까지 300GW 수준의 태양광을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계산해 본 결과 480GW 태양광을 지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며 “EU 구성원 27개국이 하겠다는 계획보다 우리나라 하나가 하겠다는 계획이 더 크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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