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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은 교수의 월요객석) 서두르는 탄소중립, 서둘러야 할 전력 인프라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과 교수    작성 : 2021년 09월 17일(금) 16:34    게시 : 2021년 09월 24일(금) 10:17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과 교수
지난 8월 5일 초미의 관심사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이 발표되었다.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그 컨트롤 타워로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출범을 약속했는데 그 약속에 따라 지난 5월 29일에 탄생한 위원회가 2개월의 고심 끝에 마침내 탄소중립 안을 제시한 것이다. 위원회가 밝히고 있듯이 발표된 것은 아직은 초안이므로 향후 검토와 논의를 거쳐 최종안으로 수정될 것이다.

그런데 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 초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위원회가 세 개의 시나리오의 형태로 초안을 발표하였는데 두 개의 시나리오는 2050년에 여전히 국내에 석탄발전소 혹은 LNG발전소를 존치시키는 안이어서 해외에 조림 숲을 조성하거나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서 상쇄한다고 해도 진정한 탄소중립안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일부에서는 이 두 개의 시나리오가 포함된 것에 대해 “탄소중립을 포기한 것이다”는 비판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들은 탄소중립위원회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문제될 일은 아니다.

또 다른 논란은 어떤 시나리오든 고도의 기술발전을 전제하고 있어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비판이다. 세 시나리오 간 가장 차이가 큰 부문은 에너지전환 부문인데, 석탄발전소를 존치시키는 시나리오 1은 2050년에 재생에너지 비중은 57%까지만 늘리되 탄소포집기술과 무탄소 신전원 기술을 발전시켜 대량의 탄소를 흡수해야 한다. 한편 시나리오 3은 이러한 기술들에 덜 의존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8%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들은 탄소중립위원회의 심도깊은 기술적 검토를 거쳤다고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면 불확실성이 크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향후 시나리오 초안을 검토하는 과정은 갈등적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바로 그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떤 시나리오가 결정되든 반드시 결정된 시나리오 그대로 2050년까지 갈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위원회와 ‘탄소중립시민회의’는 막대한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즉 이번에 결정해야 할 것은 실현가능하고 반드시 실현해야 할 시나리오라기보다는 어떤 방향을 지향할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합의이다. 방향이 정해지면 그쪽으로 기술 투자가 강화되고 제도가 정비되며 인재가 양성되어 그 시나리오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시나리오는 수정될 수 있다.

따라서 탄소중립과 관련하여 바람직한 방향을 정하는 것 만큼이나 당장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신속한 과제 중 핵심은 전력계통 인프라 확충 문제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그에 부합하는 전력계통 인프라 확충이 선제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즉 에너지가 이동할 길을 고속도로로 만들 것인지, 국도로 만들 것인지, 누가 어떻게 그 길을 연결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재생에너지로 확대 계획만큼이나 중요하다. 특히 인프라 확충에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제적 추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별 재생에너지 잠재량 파악과 수급계획 수립, 관련 설비 구입을 위한 투자비 및 부담주체 선정, 선로 건설에 따른 민원 발생 및 지자체 협의사항 점검, 관련 법령 및 제도의 검토 등은 당장 추진돼야 한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에너지전환 정책이 추진되면서도 전력계통 확장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아 우려스럽다.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서 선제적으로 전력계통을 확장하겠다는 선언이 있었을 뿐이다. 에너지 전환의 기반인 인프라 확대부문의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장기 시나리오가 무엇이든 그 실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 향후 10년 동안 괄목할만한 성과를 도출해야만 이후 탄소중립 목표와 로드맵이 더욱 구체적으로 세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위원회는 장기 목표와 시나리오 설정 만큼이나 선제적 인프라 확대 과제를 중시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프랑스 파리13대학 졸업▲(현)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현) 정책기획위원회 한국판 뉴딜 국정자문단 자문위원▲(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위원▲(전)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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