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면제자’ 임금 지급 놓고
전차선 노조-업계, 의견차 뚜렷
법 해석에 대한 의견도 달라
업체, 범법 행위 아니냐 우려

전차선 관련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차선 관련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전기공사업계가 노동조합과의 협상 문제로 다시금 몸살을 앓고 있다.

‘근로시간 면제제도’에 대한 시행을 놓고 업계와 노조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차선 공사를 수행하는 전기공사기업들은 현재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전차선지부와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중이다.

노조와 업체들 간의 임단협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왔고 본협약까지 마친 기업들도 더러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로시간 면제제도의 이행 방법을 두고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노조 측과 A사는 지난 2월 잠정 합의는 마쳤지만 해당 제도에 대해 타협하지 못하면서 이달까지 본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 면제제도란 노조 대표자에게 근로시간을 면제하면서도 급여는 지급하는 것으로 타임오프제도(time-off)라고도 불린다. 노동조합의 원활한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 근거한다.

노동조합과 업계 양측은 면제자의 급여 지급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제도상 해당 급여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기업 근로자 중 노조를 대표해 활동하는 이에게 지급돼야 한다.

해당 제도의 취지가 노조 간부의 충분한 노조활동을 보장하기 위함이라서다.

그런데 건설노조 전차선지부 집행부는 한 현장에서 근로를 하기보다는 전국을 순회하며 노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한 기업과 근로 계약을 맺고 특정 현장에서만 근로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노조 집행부는 근로 계약을 맺되 실질 근로는 하지 않고 근로시간 면제분에 대한 급여만 지급받는 방식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노조 측과 임단협을 체결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실제 근로를 하지 않는 노조원과 근로 계약을 맺는 건 여러 가지 측면을 따졌을 때 업체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사실상 업체들이 근로 면제분에 대한 급여를 지급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핑계를 대는 것”이라며 맞서는 상태다.

실제로 이러한 형태의 계약 체결 및 급여 지급은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고 노동계는 해석한다.

건설노조 간부 등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행위로 간주되면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의 부당노동행위로 해석된다는 고용노동부의 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법원 판결이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한 지원 가능 범위를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추세인 만큼 법적 다툼의 여지는 있다.

해당 현장의 노조원 중 한 명을 대표자로 지정해 노동시간 면제분에 대한 급여를 지급할 수도 있지만, 이 방식은 노조 측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노조 측이 기부금 명목으로 급여 지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방식도 위법의 여지가 존재한다. 기부금 명목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단체는 현행법상 제한돼 있으며, 노동조합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기업이 노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의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상황에 따라 법적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데 위법부터 운운하는 것 자체가 지급 의사가 없는 것”이라며 맞서는 상태다.

업계와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노조 측은 이달 들어 국가철도공단 앞에서 집회신고를 하기도 했다.

한 전기공사업체 대표는 “우리가 지급 의사가 없는 게 아니다. 다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하려는 것뿐인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이미 본협약까지 체결한 기업이 있는데도 같은 방식을 거부하는 걸 보면 사실상 지급 의사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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