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부분만 4년에 1번 정기검사…블레이드·타워 설치 전 사용전검사만
안전 사고 발생 시, 보급 악영향·사업자 손실 발생 우려도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해맞이공원 언덕 위에 조성된 영덕풍력발전단지(제공=연합뉴스)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해맞이공원 언덕 위에 조성된 영덕풍력발전단지(제공=연합뉴스)

[전기신문 최근주 기자] 정부가 최근 재생에너지설비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내놨으나 기설치돼 운영 중인 풍력발전설비의 블레이드와 타워의 안전점검에 대한 규정은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에서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풍력 보급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유지보수 소홀로 인한 사고 발생 시 풍력발전 보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1일 ‘에너지안전 미래전략 TF’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풍력 블레이드와 타워의 제조단계에서 사용전검사를 하도록 하는 신재생에너지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운영 중인 풍력발전설비의 블레이드와 타워에 대한 안전점검을 권고 혹은 의무화하는 방안은 여전히 없었다.

풍력 업계에서는 사전검사를 통해 결함이 있는 제품을 걸러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운영하면서 손상된 설비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풍력 유지보수 업체 관계자는 “수년간 운영을 거친 발전기 위에 올라가 보면 바람을 맞아 실금이 가고 도장이 벗겨진 손상이 다수 눈에 띈다”며 “전기 분야뿐 아니라 구조물에도 유지보수 작업을 해주지 않으면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기사업법에 따라 4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시행 중인 발전기(넛셀)와 달리 블레이드와 타워는 정기 점검 대상이 아니다. 세계적인 풍력발전 선진국으로 꼽히는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에서 블레이드, 타워를 포함한 풍력발전설비 전체의 안전 점검이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풍력 유지보수 업계는 제도 정비뿐만 아니라 사업주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보수 업체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블레이드, 타워 등 구조물의 결함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전기적 문제가 아니면 작은 문제로 치부하고 방치하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EPC(설계·조달·시공) 업체나 터빈사가 제공하는 5~10년의 보증기간이 지나면 발전소 유지보수가 개별 발전사업자들의 책임이 되는데 이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들여 관리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있는 설비를 방치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상된 블레이드를 고치는 데 드는 수천만원을 아끼려다 결함이 심각해져 결국 3억~4억원을 들여 블레이드를 교체한 사례도 있다”며 “결함 방치는 사고나 발전사업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사업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경남 양산 지역에서 태풍으로 인해 풍력발전기 타워가 파손돼 도로 방향으로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또 지난 2016년 강원도 태백 지역에서 타워가 절단되는 사고가, 2012년에는 경북 영양 지역에서 풍력 블레이드 파손 사고가 있었다.

업계는 이처럼 유지보수 소홀로 인한 안전사고가 잇따른다면 풍력발전사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져 풍력 보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풍력 업계 관계자는 “국내 풍력 시장이 작은 만큼 정부와 기업들이 보급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초기부터 관리 체계도 만들어놔야 시장이 커졌을 때 문제없이 운영,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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