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E 보급 확대 필수·국민수용성 확보가 관건·시민사회 역할 강조

이상훈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제공:신·재생에너지센터
이상훈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제공:신·재생에너지센터

[전기신문 최근주 기자] “어떤 공직이든 주어진 임기를 잘 마친다는 것은 복이지요.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 센터 간부 및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버텨내면서 책임을 다한 덕분입니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2018년 7월 신재생센터 소장으로 선임된 후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기술개발, 산업 육성을 이끌었다. 지난 3년간의 소회를 묻자 그는 뿌듯함을 내비치면서도 그간의 공적을 직원들에게 돌리기 바빴다.

자신이 부임한 2018년 7월부터 신·재생에너지센터의 목표와 과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말 ‘재생에너지 3020’ 목표를 확정한 바 있다. 신·재생에너지센터는 당시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집행기관으로서 전면에 나섰다.

이 소장은 “센터에 이미 주어진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시대적, 사회적 요구를 담담하게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소장은 직원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에 정쟁까지 겹친 속에서 안정적으로 공공기관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외부적 영향을 관리하는 데 더 신경썼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외부의 요구나 압력에 대응하는 한편 내부의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리 센터가 매우 중요하고도 과중한 역할을 맡은 만큼,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돌아보니 많이 부족했어요.”

◆3020 목표, 탄소중립 ‘길잡이’ 역할

환경운동연합, 세종대학교 기후변화센터,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등을 거쳐 에너지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상훈 소장은 현 정부의 출범부터 에너지전환정책을 설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정부가 처음 설정했던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전환’이라는 국정 과제는 우리 사회가 그린뉴딜을 거쳐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데 정말 중요한 단초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OECD에서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최하위권입니다. 그때는 보급 증가율만큼은 선두그룹을 따라잡자는 의도였습니다.”

이제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과 동시에 탄소저감 산업을 육성하는 ‘그린뉴딜’을 넘어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내다보고 있다. 이 소장은 탄소중립 목표 설정은 정부 초기에 확고한 의지로 에너지전환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봤다.

“현 정부 초기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우리가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너무 늦지 않게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장기발전전략을 설정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3020 목표가 없었다면 적기에 탄소중립이라는 길에 접어들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재생E 보급 확대 필수…수익률 조정은 필요

이상훈 소장은 탄소중립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재생에너지의 빠르고 효과적인 보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드러냈다.

한편 최근 발표된 태양광의 REC 가중치 개정안을 놓고 업계에서 제기되는 반발에 대해 묻자 이 소장은 “기본적으로 REC 가중치는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수익률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한 것이고,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시장을 냉각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시장참여자들의 입장에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합리적인 조정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가중치가 상향된 해상풍력의 경우도 순조롭지 못한 보급 상황을 개선하고자 기대수익률을 평균적인 수준으로 맞추려는 의도였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의 경우, ‘모두베기’처럼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방법론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산림자원을 에너지자원으로 일정 수준 이용하는 선택은 탄소중립을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토의 63%인 산림을 빼놓고 남은 국토만 활용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이라는 기본적인 토대 위에서 산림도 탄소중립을 위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제는 주민·국민수용성 제고

이상훈 소장은 에너지전환에 따르는 각종 논란과 부침에 대해선 “일시적인 혼란과 걸림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야 할 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확언했다.

그는 정부의 강력하고 시의적절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독특한 지리적, 경제적 여건이 에너지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소장은 “한국은 국토 중 산지 비율, 인구 밀도가 높고 계통이 고립된 데다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에 인당 에너지 소비량도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수용성, 국민수용성 문제도 뒤따른다.

“부지 자체도 부족한 데다가 지역 주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아 보급이 정체되고 있어요. 국민들도 에너지전환은 ‘우리’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알아서 할 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상훈 소장은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주민수용성과 국민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민수용성의 경우 비용 지불 의사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석탄발전소의 폐쇄를 요구하고 탄소중립을 지지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비용은 부담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에너지소비자인 시민이 자발적으로 이를 부담하려 하지 않으면 에너지전환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는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등이 에너지전환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민들이 먼저 에너지전환에 동의하고 비용을 기꺼이 부담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가구는 매월 2만원 정도의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전기요금으로 더 부담하고 있다.

◆‘궁즉통’…불리한 여건은 재생E 산업 혁신의 기회이기도

한편 이상훈 소장은 어려운 여건이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의 토양이 될 수 있다고도 봤다.

“태양광이 들어설 땅이 부족했지만 그 영향으로 우리의 해수면 태양광 기술은 세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나 갈등이 많아 주민참여형 사업모델이 유독 발달하기도 했어요. 앞으로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개발방식을 확산할 수도 있죠.”

특히 이 소장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와 연계해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보급 및 기술개발에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재생에너지 부지가 풍부했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현상이다.

“기존에는 셀, 모듈 생산자 쪽에서 (BIPV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수요자인 건축주, 설계회사, 시공 업계의 관심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영농형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이 소장은 “주민수용성 개선, 입지 잠재량 확대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시공방법이 다양해질 뿐만 아니라, 광포화점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농업 생산에도 도움이 되는 영농형 태양광 제품들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의 ‘궁한 사정’이 다양한 혁신적인 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마중물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한편 이 소장은 태양광, 풍력 분야 제조산업의 육성에 있어서는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함께 민간의 도전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가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건 수요,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국내의 친환경·고효율 태양광 모듈이나 풍력 터빈 등이 팔릴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하는 역할까지는 해야겠지만, 결국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계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겠죠.”

◆시민사회, 수용성 향상의 조력자가 돼야

이 소장은 국민수용성 향상을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민사회가 ‘의제 설정’의 역할을 넘어서 방법론을 고민하고 실행력을 키우는 데 힘을 모을 때라고 봅니다. 싱크탱크나 시민단체들이 이전에는 정부, 정치권에 목표 수준을 높이도록 압박했다면 탄소중립이라는 방향성이 정해진 마당에 이제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부담을 나누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야겠죠.”

이는 이 소장이 지난 2018년까지 소장으로 있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로 돌아가려는 이유기도 하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돌이킬 수 없는 약속입니다. 이를 달성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전향적 역할이 필요하지만 시민이 반드시 함께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기꺼이 부담을 나눌 수 있도록 시민사회에서 역할을 찾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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