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비행기로서 연료비 최대 80% 감축
우리나라 카고드론’과 ‘플라잉카’ 개발 계획 발표

보잉과 항공 스타트업 ‘주넘 에어로’가 함께 개발 중인 전기비행기의 가상 이미지.
보잉과 항공 스타트업 ‘주넘 에어로’가 함께 개발 중인 전기비행기의 가상 이미지.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전기에너지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전기차’는 이제 대중에게 익숙한 이동수단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총 294만3172대로 2019년(203만4886대)에 비해 44.6%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4만5197대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33.5% 늘었다.

전기로 움직이는 배의 개발도 활발하다. 해양수산부는 2024년까지 26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기 추진 차도선’을 개발한다고 지난해 밝혔다. 해외에서도 북유럽·북미 등을 중심으로 2015년부터 전기 추진 선박이 개발·보급되고 있으며 관련 시장규모는 2018년 8억달러(약 9128억원)에서 2029년에는 124달러(약 14조1484억원)로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육지와 수상으로 e모빌리티의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하늘을 나는 ‘전기 비행기’의 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탈탄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전기 비행기’는 향후 항공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로 꼽힌다.

◆전기 비행기, 연료비용 최대 80% 감축

전기 비행기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그 사용량을 크게 줄인 탈화석연료 항공기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차전지와 연료전지, 또는 태양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데 전기차와 비슷한 장점을 갖고 있다.

먼저 연료비 측면에서 큰 이점이 있다.

보통 항공사의 연료비는 전체 영업비용 중 가장 큰 20~30%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160㎞를 가기 위해 현재의 비행기는 제트연료 400달러가 필요하지만 전기 비행기는 8~12달러로 운항할 수 있다. 이 경우 연료비용을 60%에서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또 전기차처럼 소음도 지금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 공항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에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배터리 무게가 큰 걸림돌로 꼽혔지만 최근 ​2000년대 들어 모터와 배터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다수의 소형 추진 장치를 기체에 분산 배치하는 분산추진(Distributed Propulsion) 기술이 도입되며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초의 전기 비행기…1884년 라 프랑스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항공기의 가능성이 처음 제시된 것은 19세기로 알려져 있다.

1883년 프랑스의 ‘알베르 가스통 티상디에’는 비행선을 가동하며 전기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후 1884년 프랑스의 샤를 르나르와 크랩스가 전기모터를 이용한 비행선 ‘라 프랑스’를 만들어 23분간 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개발 중인 전기 비행기 'X-57 맥스웰'.
미국 항공우주국이 개발 중인 전기 비행기 'X-57 맥스웰'.

1957년에는 영국의 콜로넬 타이플랜이 은-아연 배터리를 사용한 무선조종 모형기를 발명했으며 1973년 독일의 프레드 밀릿키가 니켈-카드뮴 배터리를 장착한 유인비행기 ‘ME-E1’을 개발해 9분간 비행에 성공했다.

미국은 1974년 12㎏급 무인기 선라이즈호가 세계 최초로 태양광 추진 비행을 했으며 1979년 유인 태양광 비행에도 성공했다.

◆대형 항공사부터 스타트업까지…수소비행기 약진

전기 비행기에 대한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항공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심지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까지 전기 비행기 개발을 선언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는 수소를 사용하는 ‘무탄소’ 항공기를 2035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터보팬 항공기, 터보프롭 항공기, 동체 날개 일체형 항공기 등 3가지 형태로 동체 날개 일체형의 경우 최대 200석의 좌석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2025년까지 적합한 기술을 찾고 2020년대 후반에는 시제품을 내놓겠다는 구상으로 이에 성공하면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에어버스의 계산이다.

에어버스와 함께 세계 항공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의 보잉도 ‘FCD(Fuel Cell Demonstrator) 프로젝트’를 통해 2008년 연료전지를 활용한 경비행기 시험 운항에 성공했다. 영국의 연료전지 기술과 스트리아의 글라이더 기술 등 세계 각국의 기술을 더하고 수소연료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조합했다. 2014년 말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전기모터 및 가솔린 엔진을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전기 비행기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NASA는 2016년부터 전기 비행기 ‘X-57 맥스웰’의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60㎾(킬로와트)의 전기모터 2개와 9㎾ 전기모터 12개 등 총 14개의 모터를 사용하며 최고 시속 목표는 282㎞로 기존 비행기와 맞먹는다.

‘제로아비아(ZeroAvia)’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에너지펀드 BEV, 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글로벌 석유회사 로열더치셸, 영국 정부 등이 투자한 스타트업이다. 제로아비아가 설립 3년 만에 받은 투자금은 약 5000만달러(553억7500만원)이며 브리티시 항공과는 수소 비행기로의 기술 전환 파트너십도 맺었다.

에어버스가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전기 추진시스템 여객기 ‘이팬(E-Fan) X’.
에어버스가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전기 추진시스템 여객기 ‘이팬(E-Fan) X’.

지난해 제로아비아는 영국 베드퍼드셔 상공에서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6인승 항공기 ‘파이퍼 엠클래스’의 비행에 성공했다. 파이퍼 엠클래스는 런던 인근 크랜필드 상공에서 최고 140㎞로 15분가량 비행하는 동안 물과 증기만 배출했다.

◆우리나라, 1153억원 투자…2030년까지 100대 핵심기술 개발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기·수소 연료 추진기반의 친환경 비행기 엔진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당장 올해부터 200㎏의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카고드론’과 ‘플라잉카’로 불리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핵심부품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의 ‘제3차 항공산업발전기본계획(2021~ 2030)’은 총 22개 사업에 1153억원이 편성·지원된다.

정부는 항공산업 미래 기술 수요 선제적 대응을 위해 ▲기체구조 ▲동력장치 ▲기계시스템 ▲전기전자시스템 ▲IT·SW ▲지상설비시스템 등 6개 분야, 25개 부문, 100대 핵심기술의 로드맵을 수립하고 세부기술개발 계획 및 투자 방향을 설정했다.

세부적으로 고출력·고효율 전기동력 부품, 하이브리드 추진 장치, 분산추진·자율비행 부품 등 UAM의 핵심부품을 조기 개발하고 상용화에 대비해 기체·부품 기술표준화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미래 비행체 지상·비행시험 인프라 구축을 통해 개발 품목의 시험평가 및 상용화를 지원한다.

사기업으로는 미국 콜도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전기항공사 ‘바이에어로스페이스’사의 2대 주주인 ‘에어로스페이스나인’(대표 문정식)이 국내 및 아시아시장에 진출한다.

바이에어로스페이스의 전기비행기.
바이에어로스페이스의 전기비행기.

전기 비행기 제조사인 바이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 최초로 미국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의 인증을 취득할 예정이다. 에어로스페이스나인은 바이에어로스페이스에 2500만달러를 투자하고 국내 및 아시아지역의 판매· 제조 맡는다는 방침이다.

2022년부터 생산되는 2~4인승의 소형항공기를 국내 및 아시아지역의 트레이닝 센터와 대학교, 공군 훈련기 시장에 공급하고 나아가 향후 개인 및 클럽의 레저용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다인승(7~9승객)인 에어택시, 개인용, 지역 단거리 항공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에어로스페이스나인 관계자는 “전기 비행기의 아시아 판매 영업 권한과 제조, 아시아 A/S센터 및 전기 비행기 조종사와 정비사를 양성할 수 있다”며 “이외에도 미국 제휴사의 기술을 이전받아 전기 비행기 부품을 국산화하고 충전시스템, eVTOL 스테이션과 터미널 등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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