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숙적(宿敵), 즉 오래된 적수다. 한국, 일본이라는 단어를 포털 검색창에 입력하면 축구, 전쟁 등의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먼저 등장할 정도로 북한 못지않은 대치 국가다. 자국 내 여론도 늘 상반되게 나타났다.

2018년 말, 한일 관계가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대법원 판결로 악화될 무렵 실시된 일본 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주변국 비호감 조사에서 북한, 중국 다음에 한국을 세 번째로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리서치가 2018년 작년 10~11월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인들의 호감도가 가장 낮았던 나라는 북한으로, 82%가 북한에 대해 '싫다'거나 '싫은 편'이라고 답했고, 다음으로 중국에 대해 '싫다' 또는 '싫은 편'이란 응답자가 76%, 그 다음이 한국으로 61%였다. 러시아(57%) 보다도 비호감도가 높았다.

이후 아베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를 발표하면서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가면서는 더욱 심각해졌다. 당시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지난 수십여 년간 자타가 공인하는 지한파(知韓派)들마저 한국과 단교를 해도 좋을 만큼 한국이 싫어졌다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2019년 9월 9일 일본 민영방송 TBS 계열 매체 JNN이 발표한 조사결과, 한국에 수출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59%가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2개월 후인 11월, 아주경제와 아사히신문이 공동으로 한·일 양국 국민 각각 1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일본이 좋다고 대답한 한국 응답자는 16%, 일본이 싫다는 대답은 33%로 일본을 싫어하는 응답자가 두 배 많았다. 한국이 좋다고 대답한 일본 응답자는 31%로 그나마 낳았지만, ‘좋지도 싫지도 않다’라는 응답이 52%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실시된 도쿄올림픽 관련해서는 양국의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례없는 일이다.

2021년 6월 20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안전·안심’ 형태로 개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64%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의견은 20%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가 유관중 대회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서도 31%는 무관중 대회를 해야 한다고 답했고, 30%는 아예 대회를 취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12%는 대회를 다시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응답자의 73%가 예정대로 유관중 대회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검토하는 ‘유관중 개최 타당’ 의견은 22%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스가 총리의 국정 평가도 낮아지고 재임 기간에 대한 여론도 악화돼, 응답자의 46%는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때까지만 재직하기를 바란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39%는 빨리 사임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응답한 유권자의 85%가 스가의 총리 임기 연장에 반대한 것이다.

일본 기업도 마찬가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쿄 상공 리서치’가 6월 1일부터 9일까지 일본의 전국 9천163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64%인 5천866개 회사가 도쿄올림픽의 중단 또는 연기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내 여론도 비슷하다.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5월 21일,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취소해야 한다’는 응답이 78.2%로 조사됐다.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은 13.4%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84.1%)이나, 국민의힘 지지층(74.3%) 간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정부는 도쿄도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IOC 등과 5자 회의를 갖고, 도쿄 올림픽 관중을 경기장 정원의 절반, 최대 1만 명까지 입장시키기로 결정했다. 다만 긴급사태 발령 시엔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아무쪼록 이왕 개최되는 것,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안전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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