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KC 인증 200kW까지만...초급속 추세 반영 못 해
버전 선정 때문에 통신규약 표준화 진행도 미진
“늦어질수록 업계 혼란...빠른 대응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충전기 KC 인증은 200kW급까지만 존재한다. 사진은 현대차의 350kW급 초급속 충전기 'E-pit'.
현재 우리나라 충전기 KC 인증은 200kW급까지만 존재한다. 사진은 현대차의 350kW급 초급속 충전기 'E-pit'.

[전기신문 오철 기자] 최근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을 늘리기 위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제도가 시장을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가 300kW 이상 초급속 충전기에 대한 KC 인증과 충전기 통신규약 표준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그 예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의 혼란 및 매몰 비용 발생 방지를 위해 조속히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안산시는 ‘시화호 뱃길 전기선박 충전기 구매 및 설치’ 사업을 조달청을 통해 공고했다. 캐노피 및 전력변환장치(파워뱅크)를 포함해 300kW급 선박 충전설비 2기를 구축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전기차 충전기 설치 사업과 다를 바 없는 사업이다.

하지만 안산시는 충전기 구축 사업에 대한 품목분류(구매대상물품)를 일반적인 ‘전기자동차용충전장치’로 하지 않고 ‘전지형에너지저장장치(BESS)’로 설정했다.

충전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에너지저장장치는 들어가지도 않는데 BESS 업체와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입찰해야 한다”며 "단순한 초급속 충전기 구축사업을 왜 이렇게 공고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안산시는 초급속 충전기에 대한 KC 인증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300kW급 충전기는 KC 인증 관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KC 인증이 되는 BESS(1MW급) 품목으로 진행했다는 것. 안산시 관계자는 “전기선박 사업은 안산시에서 국내 최초로 진행하는 지자체 사업으로 향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없도록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300kW급 충전기에 대한 KC 인증이 있었으면 ‘충전기’로 분류해 공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기 KC 인증 체계는 200kW까지만 존재한다. 그 이상 충전기에 대한 KC 인증은 없는 상태다.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를 중심으로 설치하는 350kW급 초급속 충전기의 안전 인증은 전기안전공사의 사용전검사와 자체 시험성적서로 대체되고 있다. 안전사고 요주의 제품인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가 이미 출시되는 마당에 아직도 인증 체계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와 현대차가 초급속 충전기를 전국 12곳 고속도로 휴게소에 72기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한 공식 안전 인증 체계가 아직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 대응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지지부진한 충전기 통신규약 표준화 진행도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표원이 전기차 충전기 통신규약 표준화를 논의하는 가운데 통신규약 버전을 두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규약은 OCA 사의 OCPP로 결정할 것이 유력하나 버전을 대중성이 높은 1.6버전으로 할지 V2G, 플러그앤차지 등이 가능한 2.0 이상으로 할지 논의 중이다. 늦어지는 표준화 과정에 업계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난감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 기술 발전에 따라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결정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OCPP 버전을 두고 아직도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늦어질수록 업계는 혼란스럽고 매몰 비용도 늘게 된다. 정부가 상황을 빨리 파악해 결정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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