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발전소 폭염으로 가동 멈춰

최악의 한파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텍사스 주민들이 한파대피소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이번 폭염으로 재난지역이 선포됐던 당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악의 한파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텍사스 주민들이 한파대피소로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이번 폭염으로 재난지역이 선포됐던 당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미국 텍사스주가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무려 240만 가구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대규모 발전소들이 폭염으로 올스톱 됐다.

일각에서는 지난 2월 기록적인 한파로 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로이터,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는 최근 연간 전력 생산량이 12.2GW(기가와트)에 달하는 대규모 발전소들이 폭염으로 가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12.2GW는 원전 6기의 전력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다.

미국 남부에 있는 텍사스는 미국에서 2번째로 넓은 주이자 2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이기도 하다. 2019년 기준 약 2900만명이 살며 크기는 남한의 약 7배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남서부 지역의 주들은 이번주 40도를 넘는 폭염에 시달릴 것으로 관측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와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이번주에 기온이 46도까지 치솟을 거라고 AP통신은 보도하기도 했다.

텍사스 전력 공급의 약 90%를 차지하는 텍사스 전기 신뢰성 위원회(ERCOT)는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폭염에 의한 전력 수요의 급증을 경계했다. 위원회는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절전을 요청했다. 전력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가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위원회는 지난 5월에도 기온 상승에 의한 전력 수요 증가를 경계한 바 있다. 위원회 그리드 운영 담당 부사장인 우디 리커슨은 “이런 사태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미국 전역의 전력 수요‧공급을 예측하는 북미전력신뢰성위원회(NERC) 역시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여름철 전력신뢰성 평가’에서 텍사스 지역이 지난 겨울에 이어 이번 여름에도 또다시 정전 대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 텍사스의 여러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상 고온 현상까지 발생하면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텍사스는 지난 2월 기록적인 한파로 주 전력공급이 마비되고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며 혼돈에 빠졌다. 급등한 전기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전력 공급업체가 파산하고 주 관계자가 줄사퇴하기도 했다. 평소 200~ 250달러 수준이었던 텍사스 전기요금은 당시 한파로 9340달러(한화 약 1052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시민들은 주 전기회사 그리디에 10억달러(한화 약 1조1200억원)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전력 공급 부족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당 공장은 이미 지난 2월 텍사스 한파로 4000여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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