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비업계와 후발업체 간 공동수급체 구성 의무화 두고 이견 발생
업계 일각 “제2차 경쟁입찰 정책용역 결과 따라야…제기된 문제 여전”
후발업체 “용역 결과 자체가 편향적…신규 업체 성장 발판도 마련해야”

발전정비 공동수급 의무화를 두고 업계 간 의견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발전정비 공동수급 의무화를 두고 업계 간 의견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이달 말 재개될 예정인 발전정비 경상정비공사 입찰을 앞두고 정비업계 간 갈등양상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발전 5사는 지난 9일 발전정비업체 관계자들을 초대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발전정비 후발업체들로 이뤄진 발전정비신성장협의회가 발전설비 경상정비공사에서 후발업체와 공동수급체 구성 의무화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실제로 업계는 기존 정비업계와 후발업계로 나뉘어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 업계는 2017년 결정된 정책용역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후발업계는 해당 용역 결과가 일방적이라며 반발한다.

◆쟁점은 발전정비 경쟁 2단계 정책용역…어떤 결과 담겼길래=기존 발전정비 업체와 후발업체들은 발전 5사가 지난 2017년 컨설팅 전문업체인 EY한영에 의뢰한 ‘발전정비산업 경쟁도입 2단계 정책결정 용역’ 결과를 두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당시 용역 결과 2단계 정비시장에서는 정비불량 시 장기간 복구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주설비와 그 외 보조설비로 업역을 분리하고, 보조설비에 대해서는 신규(후발)업체 간 경쟁을 통해 책임정비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자는 결과가 나왔다.

즉, 주설비(메이저리그)는 기존 업체들이 경쟁하고, 보조설비(마이너리그)는 신규업체 간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기존 업체가 보조설비 시장에 참여할 경우 감점을 부여해 후발업체와 균형 있는 경쟁을 하도록 했다.

발전정비 경험이 적은 후발업체들이 공동수급에 의한 업무를 수행해도 사실상 경쟁 가능한 업체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용역 결과에 담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용역을 통해 대표사와 후발업체의 의무공동수급에 따른 ▲신규업체의 책임정비 불가능 및 정비업체 과도한 증가로 운영 효율성 저하 ▲정비능력과 무관하게 공사수행실적 확보에 따른 정비시장 왜곡 가능 ▲대표사 수에 따라 입찰참여 가능한 신규업체 수 제한(참여제한) ▲신규업체에 의한 대표사 선정, 대표사에 의한 신규업체 선정으로 민원 가중 등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기존 업계 “사실상 경쟁체제 가이드라인…의미 커”=기존 업계는 이 용역 결과를 두고 사실상 발전 5사의 발전정비 경쟁체제 2단계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무게감이 크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용역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공동수급을 다시 열어줄 경우 기존에 제기된 문제점은 하나도 해소가 안 된 상황에서 다시 제도를 되돌리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기존 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시행조차 되지 않은 정책결정 용역 결과를 무시하고, 발전회사들이 일부 민원에 휘둘려 정책부터 뜯어고치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존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후발업체들이 발전정비 시장을 기존 발전정비업체가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2017년 공동수급을 막은 대신 보조설비부터 주설비까지 단계적으로 올라올 수 있게끔 제도를 정비하지 않았느냐”며 “보조설비부터 실적과 경험을 쌓고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게 했는데, 무작정 공동수급까지 열어달라는 건 2017년의 논의를 전면 부정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후발업체들 “기존 업체들 입장만 반영한 일방적 결과” 지적=반면 후발업체들은 용역 결과가 일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후발업체 한 관계자는 “2017년 용역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기존 업계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반영돼 마치 우리가 공동도급으로 참여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식의 악의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후발업체들 역시 지난 5년여간 사업 참여를 통해 경험을 쌓고 이 경험을 보다 유의미하게 활용하기 위해 관련 사업에 재투자하는 등 발전적인 태도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용역 결과 공동수급을 하지 않아도 될 것처럼 얘기가 나왔지만 조달청의 국가계약법 제72조 제2항에 대한 법률해석에 따르면 계약의 목적 및 성질상 공동계약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가능한 공동계약을 시행해야 한다”며 “반드시 공동계약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계약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있어야 하며, 경상정비 입찰에서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후발업체들은 또 제2차 용역결과에서 제기된 주설비와 보조설비로 나눠 사업을 배분하는 데 대해서도 불공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 4년간 예상되는 시장 규모는 주설비가 3조원, 보조설비는 1300억원 수준이다. 20여 개의 중소 후발업체들이 4년간 1300억원 수준의 사업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신규 업체들이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

아울러 보조설비 정비를 맡는 것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80여개 업체가 몰려 사업 하나를 수주하는 것도 어렵지만 국내 발전소 전체의 보조설비를 수행한다해도 주설비 하나 만큼의 실적을 받지 못해 시장진입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못한다는 얘기다.

후발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주설비 수행실적을 100%인정 받지만 보조설비의 경우 30%밖에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 관계자는 “우리 신규 육성회사들은 발전정비시장에 뛰어들어 위험을 무릅쓰고 정비시장에 자리매김하기 위해 5년이 넘도록 분투하고 있지만, 기존 발전정비 회사에만 초점이 맞춰진 입찰제도가 마련돼 우리는 3조원의 시장을 그림의 떡처럼 쳐다만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발전정비 노동자들 “고용안정·처우개선이 관건”=발전정비 노동자들은 이번 의견대립을 두고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측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전면 방지하기 위해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발전정비 분야의 통합 노·사·전 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다.

해당 협의체에서는 최종 합의안을 통해 정비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정했는데, 이 경우 공동수급을 통해 들어온 후발업체가 가진 지분만큼 정비노동자의 소속이 변경돼야 한다.

한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지분율 10~20% 정도로 컨소시엄을 구성했을 때, 보조설비까지 합쳐서 25~45% 정도의 노동자가 후발업체로 이동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발전정비 분야 노조 일각에서는 처우개선과 고용안정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회사 이름만 바뀌는 것에는 불만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후발업체들의 경우 합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적정임금제 등에도 포함되지 않아서 처우개선이나 고용승계 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후발업체로 이동하려는 노동자가 있겠냐는 것.

후발업체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의견을 두고 “발전정비 노동자들의 우려는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역시 합의 대상이 아닐지라도 기존 업체들의 합의안에 충실히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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