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철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한국형뉴딜 자문위원
안영철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한국형뉴딜 자문위원

지구의 생명활동이 탄소의 배출.흡수와 관련 있고 이 현상을 지구의 항온유지를 위한 ‘숨쉬기’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배출하는 인간의 경제활동은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다.

대기에 축적돼 있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살펴보면 산업화 이전인 1850년 280ppm이었던 것이 2013년 400ppm을 넘었으며 2020년 말 416ppm까지 증가했다. 170년 동안 140ppm이 증가한 것이다. 2000년 350ppm으로 150년간 70ppm 증가한 반면, 2000년에서 2020년까지 지난 20년간 70ppm이 증가한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불과 40년 뒤 기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4.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560ppm에 도달할 것이다. 이산화탄소정보분석센터는 인간이 배출하는 연간 이산화탄소의 양은 산업화이전에는 거의 제로상태였지만 1950년에는 50억 톤, 1990년 220억 톤 그리고 2019년 360억 톤으로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지난 20년 동안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6000억 톤으로 산업화이후 150년 간 배출한 양과 거의 일치한다.

이 결과는 전 세계가 지속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결의한 1997년의 도쿄의정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인구증가와 화석연료에 근거한 산업화가 진행되는 한, 구속력 없는 선언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인할 수 없다.

도쿄의정서에서 요구한 탄소저감 방안(국가별 할당량)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의 저항을 가져왔고 산업화를 통해 고도성장을 이룬 국가들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게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은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국제적 협력에 동의하지 않는다. 설령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기업이나 경제생태계가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대기의 탄소농도는 짙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과 기후위기의 대립적 상황은 지역별 갈등과 세대별 갈등을 만든다. 탄소배출의 기반 위에서 경제성장을 이룬 선진국과 그로 인한 극단적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운 후진국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 현 세대 전체가 동의한다 하더라도 미래세대가 현 세대의 선택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충분히 성장한 미래세대가 현재 세대가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보다 훨씬 뛰어난 방법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배출된 탄소에 의해 발생하는 극단적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을 지구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부담지우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함께 사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배려와 신뢰가 우선되는 협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 지구적 피해를 회피하기 위해 부정적 외부효과의 원인 즉, 탄소배출을 제로수준으로 줄이는 공동의 시스템을 구성하야 한다. 과거의 성장을 소급하고 현재의 탄소배출을 고려해 탄소부담금을 책정하고 탄소기금을 형성하여 범지구적 탄소제로를 위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다. 탄소제로를 위한 탄소세가 적용되고 탄소포집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서 효율적 탄소배출을 유도해 감축된 탄소가 지구의 도처에 설치된 탄소거래소에서 거래돼야 한다.

이런 기술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진국의 탄소제로를 위한 기술들이 개발도상국이나 기술 개발이 불가능한 국가들로 무상 이전돼야 한다. 즉, 한계비용 제로를 실현하는 범지구적 공공재로 사용돼야 한다. 적어도 인간이 만든 탄소의 위협에서 벗어나 지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연대의 공간, 범지구적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2020년 만료된 도쿄의정서를 대체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파리기후협약이 2015년 12월 채택됐다. 이 협약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고 실현을 위해 2050년 탄소제로 사회를 선언했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선진국은 할당량 방식의 감축목표를 유지하고 개발도상국은 자국의 여건을 따라 할당량과 배출전망치 방식을 채택하도록 했다. 선진국은 2020년부터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매년 10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글로벌 탄소시장의 설립에 합의했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밤에는 형광등의 불을 끈다. 소등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의미이다. 종교단체는 오늘 하루 육식을 금한다. 기후위기로 고통 받는 존재를 생각하자는 의미이다. 인간이 지구와 손잡고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탄소제로 사회로 나아간다는 것은 전 지구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지구의 탄소제로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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