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한올 한올 풀기에는 시간이 없다. 이처럼 해결 불가능해 보이게 까지 얽힌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성급한 탈 원전 선언과 삼척동자를 거론하며 말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2017년 탈원전을 선언하고 에너지전환을 하겠다고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정했지만, 당시의 방향에 대해 현재 거센 저항이 일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을 선언하면서 원자력의 역할을 다시 찾자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원자력이 부상한다. 기존의 대형 원전을 포함해 소규모 모듈형 원전인 SMR까지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다. 우리는 아직 이런 논의를 하기에는 너무 강렬하게 각인된 ‘탈원전’ 의 트라우마를 걷어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또 무턱대고 늘린 재생에너지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골칫거리를 던진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도다.

제주도는 전기수요가 줄어드는 봄철 평일에는 전체 전기의 80% 가까이를 신재생으로 공급할 수 있게됐다.

에너지전화의 성공을 축하해야 할 곳에서 더 큰 우려가 생겼다. 자칫 잘못하다간 전력공급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보니 재생에너지 전기를 버려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제주의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방안, 전기를 더 쓰면 혜택을 주는 정책을 쥐어 짜내고 있지만, 궁색해 보이는 정책들이다.

재생에너지를 2030년 전체 사용량의 20%까지 늘려야 하지만, 지금 같은 방식으로 힘들다는 것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양광을 설치하면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다는 말에 선 듯 뛰어든 사업자들은 연일 길거리로 나와 정부 탓을 하며,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에너지정책이 투기판이 된 느낌마저 든다. 누가 에너지 정책을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 에너지문제는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또 그동안 안정성, 경제성 등 정확한 목표가 있었다. 이제는 ‘탄소중립’ 이 정책의 중심이 되면서 목표가 달라졌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 목표가 돼야한다. 하지만 정책에 현실이 빠져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가 되어야 하지만, ‘원전은 안 된다’ 며 한 쪽 귀는 닫은 채 편 가르기를 하는 정책을 주장한다. 그동안 현실적인 에너지정책 논의를 했던 전문가들은 뒤에 숨어 입을 닫고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지금처럼 헝클어 놓치 않더라도 복잡하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고립된 계통운영을 고민해야 하며 수출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고려해야 한다. 또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탄소중립을 선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각자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정책의 실패를 거울삼아 얽힌 실타래를 끊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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