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출력제한이란 태풍의 길목에 제주가 있을 뿐…출력제한은 모두의 문제”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 “민간 투자 통해 해상풍력 보급 확대하려면 더이상 방치해선 안돼”

탐라해상풍력단지 전경.
탐라해상풍력단지 전경.

[전기신문 최근주 기자] 제주는 언제나처럼 바람이 좋았다. 서울에서와는 달리 차 안에서도 차창을 흔드는 바람이 느껴질 정도였다. 기자가 제주를 방문한 지난 4일, 제주 평균 풍속은 시속 11.5km, 최대 풍속은 시속 27.7km였다.

제주공항에서 서쪽으로 1시간가량 차로 달리자 바다 위로 솟은 하얀 풍력발전기가 고개를 내민다. 일렬로 늘어선 10개의 발전기는 높이가 80m, 날개 직경이 91m에 달한다. 해안에서 가까이는 500m, 멀게는 1200m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와닿지 않았다.

2016년 9월 완공돼 이듬해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한 전국 최초 해상풍력발전단지,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의 모습이다.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이사.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이사.

4일 오전 11시 10분, 탐라해상풍력발전 사무실 모니터에 표시된 단지 내 풍속은 초속 9~12m를 오가고 있었다. 점검으로 발전기 1대가 멈춰있었는데도 총 발전 출력은 25~26MW를 유지했다. 20% 내외의 이용률을 보이는 육지의 풍력발전소와 달리, 탐라해상풍력단지의 이용률은 32.8%에 달한다. 높은 이용률은 빠르고 고른 풍황 덕분이다.

바람이 좋은 날, 바람으로 돈을 버는 풍력발전소라면 신이 나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오늘처럼 바람이 좋은 날에 (발전소를 중단하라는) 전화가 오면 참 씁쓸합니다. 매분 매초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게 느껴지니까요.” 우광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대표이사의 말이다.

황우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황우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 재생E 확대로 출력제한은 불가피

탐라해상풍력단지는 지난해에만 50회, 총 8716분간 발전을 강제로 멈췄다. 손실액은 6억 7211만원에 달한다.

동복·북촌, 가시리, 행원, 김녕, 신창 총 5개(발전용량 총 56.83MW) 풍력단지를 운영하는 제주에너지공사(사장 황우현)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지난해 60회 출력제약으로 4억800만원의 손실을 봤다. 올해에는 벌써 24회 출력제약이 발생해 손실액은 1억 1400만원으로 추산된다.

풍력발전소들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가동을 멈추는 건 제주도 전체의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제주는 지난해 2월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69GWh로 전체 전력량의 16.5%에 달한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진다. 발전량 예측도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등의 발전량이 늘어 전력이 남으면 전력계통이 불안정해지면서 정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전력거래소는 2015년부터 풍력발전 강제 출력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황우현 사장은 잦은 출력제한에 대해 “부하는 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 공급량이 늘면 주파수가 상승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출력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면서도 “손실액이 커 경영자로서 고민이 깊다”며 대응책 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력제한은 두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거래소 제주본부는 현재 10개 풍력발전소를 대상으로 강제 출력 중단 조처를 하고 있다. 제주도내 풍력발전사업자 대상 출력제한은 올해 3월까지 총 188회에 달했다. 제어량은 3만6242MWh, 손실액은 65억 2300만원이 넘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빈도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출력제한만 39회로 지난해 발생빈도의 절반 가까이를 이미 채운 상황이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올해 제주도에서 출력제한이 역대 최대 빈도인 201회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우광호 대표는 “매년 수억 원대의 손실이 날 것을 감수하면서 투자를 할 사업자는 없다”며 “현 정부의 주요한 에너지 정책 방향 중 하나가 해상풍력발전 보급 확대인 만큼, 민간 자본이 유입되게 하려면 출력제약 손실을 막을 방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력제한 문제를 방치했다간 이제 막 돛을 편 해상풍력 산업 자체가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건 우광호 대표만이 아니었다.

황우현 사장은 “육지의 고요는 폭풍 전야다”라면서 출력제한이 제주만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육지에도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대규모로 들어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전남 신안, 서남해 등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이 예고된 데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설비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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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자립·분산전원 활성화가 진짜 해법”

출력제한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비용이 크고 기술적 성숙도가 낮은 대책이 많아,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기업·기관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에서 논의되고 있는 해결방안 가운데는 ▲HVDC(고압직류케이블)를 통해 남는 전기를 육지로 역송하는 방법 ▲풍력 이익공유화기금 등을 활용한 손실보상안 ▲플러스DR 등 수요관리 시장 활성화 방안 등이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해결책이라는 게 황우현 사장, 우광호 대표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역송전은 육지의 전력계통에 부담이 크고, 제주에는 DR에 참여할 큰 수요처가 많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참여한 소비자에게 전력판매금 일부를 줘야 하는 발전사업자의 부담은 여전하며, 사업자 손실보상으로는 출력제한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만난 풍력발전 사업자들은 ‘에너지 자립’ 달성을 본질적인 해결책으로 지목했다. 에너지 자립을 위해 제주에서는 ▲ESS 설비 확충 ▲그린수소 생산 기술 상용화 ▲전기차 보급 확대 및 수요관리 등의 방안이 검토되는 중이다.

ESS(에너지 저장장치) 확충을 통한 계통안정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목소리는 높았다.

황우현 사장은 “ESS를 200MW 규모로만 설치해 운영해도 지금과 같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위험으로 외면받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외산을 사용하거나, 국산 품질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원해서라도 ESS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탐라해상풍력발전 이정임 본부장은 “화재 위험이 거의 없는 바나듐 배터리를 이용해 ESS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비용은 들겠지만, 전력계통 안정화와 안전을 위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우광호 대표는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에 주목했다. 우 대표는 “제주가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되면 통합발전소·배전망운영자 제도 실증, 생산자-소비자간 직접 거래 등 전력거래 특례 등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제주가 에너지 자립에 성공한다면 육지에서도 제주를 벤치마킹해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우현 사장은 제주에서 생산한 전력을 제주에서 온전히 소비하는 에너지 자립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행원 지역에 스마트에너지타운 조성을 시작으로 제주도 전체를 스마트에너지시티로 거듭나게 할 구상을 하고 있다.

황 사장은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민간의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속하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 실증 등이 필요한 만큼,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와 투자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면서도 “기술 확보는 정부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신속하고 특화된 기술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고,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과 정부 뉴딜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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