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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품질보증 제도개선 ‘시동’…기자재업계 긴장 고조
6~7일 개폐기·전력량계·변압기 간담회 개최
업계 “입찰·물량 배정제 급변 시 악영향 우려”
한전 “보증체계 혁신 추진…6월 중 공청회”
김광국·강수진 기자    작성 : 2021년 05월 06일(목) 15:19    게시 : 2021년 05월 06일(목) 17:07
6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소재 대한전기협회에서 열린 ‘개폐기류 기자재 품질보증 제도개선 관련 2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한전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한전이 전력기자재 품질강화를 위한 업계 간담회를 개최하며 제도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올 상반기 중 품질보증 체계를 전면 개편함으로써 우수한 기자재를 확보하고 공급사 간 상생협력을 촉진한다는 게 목표다.

전력기자재업계는 품질력 제고를 골자로 한 전반적인 개선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급변에 따른 파급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개선안은 수주물량 규모·사업방식 등의 변화를 수반하다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제도개선 이후의 사업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한전은 6~7일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오는 6월 공청회를 개최하기 위한 최종안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한전과 업계 간의 복잡한 셈법이 얽힌 만큼 최종안에 담길 제도개선 수위와 개선안별 이행 시점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잠정안까지 ‘한발 앞으로’…기본계획 공개=한전은 6일 서울시 송파구 소재 대한전기협회에서 개폐기·전력량계 사업협동조합 및 공급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기자재 품질보증 제도개선 관련 2차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4월 23일 변압기·개폐기·전력량계 등 주요 품목의 조합 관계자와 1차 간담회를 진행한 지 10여일 만에 마련된 자리로 품목별로 별도의 시간을 배정, 조합·공급사의 의견수렴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한전은 1차 간담회 이후 공표한 간담회 주요 논의사항보다 구체화된 ‘기자재 품질보증 프로세스 혁신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한전에 따르면 이번 기본계획은 품질기반 프로세스를 정립해 공급사의 자주적 품질관리 지원 및 상생협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자재 공급자 관리제도를 혁신 하는 한편 인센티브·패널티를 확대한다는 게 한전의 구상이다.

이를 위한 주요 과제로는 ▲품질하위사 제품 인증제(KAS) 시범 도입 ▲품질등급제 인센티브·패널티확대 ▲주요기자재 ‘품질연동 물량배정 차등제도’ 추진 ▲변압기 ‘종합낙찰제’ 구매제도 개선 ▲납품 무검사 전면 확대 ▲성능확인시험 개선 시행 ▲‘품질 5 star제’ 도입 등이 제시됐다.

한전 관계자는 “기존 기자재 품질보증 프로세스는 가격 중심 납품사 선정으로 우수제품을 선택하기 어렵고, 납품 검사만으로 양산품질 검증이 곤란하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또 매년 7%가량 납품검사가 증가하다보니 검사업무를 효율화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제도개선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폐기업계, 품질등급 적격심사 연동·물량차등배정 ‘폭풍의 눈’=기자재업계는 전력품질 제고를 위한 기자재 보증체계 개선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입찰제도·물량배정 등 사업성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공급사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데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코로나19로 대응력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6일 첫 번째 순서로 마련된 개폐기류 간담회는 업계의 이 같은 우려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한전이 품질우수 공급사의 납품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추진 중인 ‘물품구매 적격심사 제도 개선’ 안건이 먼저 도마에 올랐다.

일반경쟁 적격심사제도는 낙찰 예정자에 대한 적격심사 후 우량기업을 낙찰자로 결정하는 제도로 지난 1995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폐기·전력량계·전선·보호배전반·접속재·금구류 등이 적용 대상인데 품질요소의 신인도 평가 감점폭이 지난 6개월 기준 1점도 되지 않을 만큼 작다보니 공급사 간 품질변별력이 사라졌다는 게 한전 측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적격심사 구매방식의 신인도 평가에 등급평가를 반영해 ‘S’ 등급은 ‘+4점’, ‘D’ 등급은 ‘-4점’까지 등급별 가·감점을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A조합 관계자는 “적격심사에서 4점은 낙찰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비중이 큰 배점”이라며 “이미 적격심사에 가·감점 항목이 있는데 제도를 흔들면서까지 품질등급을 반영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B조합 관계자도 “품질 부문의 배점이 이렇게 확대될 경우 정부에서 장려하고 있는 여성기업인 가점 등 다른 부문의 점수가 반영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전 관계자는 “적격심사제 개선은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으로 한전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면서도 품질보증 체계 혁신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낙찰된 2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등급이 낮은 업체들이 낙찰자로 결정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감점 폭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어느 정도 배점폭으로 결정할지 공급사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개폐기·변압기·전력량계 등 주요 연간단가계약 품목에 적용되는 ‘품질연동 물량배정 차등제도’ 개선안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전의 기본계획에 따르면 분기별(매 분기 말 기준 1년치 실적) 평가요소 기준을 초과한 공급사에는 최대 30%의 물량이 차등 배정된다. 평가요소의 경우 분기별 품질등급(변압기류의 경우 ‘효율’ 포함)만 평가하는 1안과 ▲전년도 품질등급 ▲품질등급+효율 ▲기준하자율 등을 평가하는 2안이 논의 대상으로 제시됐다. 또한, 차등 배정의 대상도 ▲조합 간(계약상대자 간) ▲조합 내 공급사 간 등 2개 안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C공급사 관계자는 “공급사들 입장에서 물량은 생사의 문제”라며 “공급사들은 인증제도에 따라 제재를 받고 품질개선도 하는데, 여기에 더해 물량까지 차등 배정하는 건 너무 일방적인 정책이 아닌가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차등 배정에 따른 업무 혼선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A조합 관계자는 “품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량 배정까지 연계한다는 것은 공급사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 배정 과정 중 조합 내에서는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이 제도는 과거에 존재했으나 시스템 구축 등이 되지 않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던 것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이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 안을 받겠다는 것으로, 제도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전력량계업계, 우려 속 방향성 탐색=이번 한전의 제도개선 추진에 전력량계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그간 전력량계 품목은 대량 리콜사태를 비롯해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품질을 지적당하는 등 품질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업계는 한전의 대대적인 제도 손질 시도에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간담회 진행 이전부터 업계에서는 “업체가 이윤을 보장받지 못하고 한전 품질 기준만 더 까다로워지는 부분이 크다”며 “제조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형태가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상생·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품질 개선 개정안이 확정안은 아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바뀐 제도 파악에 나서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날 진행된 전력량계 간담회에는 12여개 업체가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전력량계업계는 사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패널티에 대한 의견을 다수 제기했다.

D공급사 관계자는 “한전이 제시한 품질 등급제와 관련해 신인도 평가에서 가감점폭이 8점이나 되는데, 조금의 점수차로 낙찰 여부가 결정되는 업계 특성상 과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지금까지 업체들의 품질등급이 낙찰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변별력이 없었다”며 “폭을 넓혀 품질이 우수한 업체는 낙찰률을 높이고, 품질이 낮은 업체는 패널티를 받는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품질연동 물량 배정 차등제도’와 관련해서는 개폐기업계와 달리 한전 제시안 중 하나로의견이 좁혀지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상당수 공급사들은 기존 1안의 계약상대자간 물량 차등배정보다는 2안으로 제시된 조합 내 공급사간 차등 배정에 동의를 표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품질이 낮은 등급을 받은 업체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며, 이번 개선안은 보다 좋은 품질을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라며 “다만 이번 자리는 확정된 안이 아니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제조사와 한전이 어떻게 하면 건설적인 의견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품질 우수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일기도 했다. 한전의 이번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기존에 제외됐던 전력량계가 납품 검사 면제 대상에 추가됐다. 이에 따라 전력량계 제조사도 2년 연속 엑설런트를 받게 되면 납품검사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김광국·강수진 기자 kimgg@electimes.com        김광국·강수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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