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 협력 MoU 체결, 마산해양신도시 부지 활용 실증
바람 속 비행체가 줄을 당기는 힘으로 지상에서 전기 생산, 기존 타워형 풍력터빈 대비 월등한 잠재력

경남 창원시 마산해양신도시에서 공중 풍력발전 개발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하늘 위의 빨간색 비행체가 연(Kite)이다. 연에 3개의 줄이 있어 이 줄을 잡아당기는 힘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경남 창원시 마산해양신도시에서 공중 풍력발전 개발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하늘 위의 빨간색 비행체가 연(Kite)이다. 연에 3개의 줄이 있어 이 줄을 잡아당기는 힘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신문 윤재현 기자] 가까운 미래에는 하늘 높이 연(Kite)을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식사 후 커피 한 잔처럼 우리 삶의 일상이 될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 한국전력공사, 창원시가 미래형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는 ‘공중 풍력발전’의 국산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ERI와 한전, 창원시는 4일 경남 창원시청 시민홀에서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 성과발표회를 개최하고 지속적인 업무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허성무 창원시장, 김종욱 KERI 시험부원장, 김숙철 한전 기술혁신본부장을 비롯해 연구 사업을 이끌어가는 주요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공중 풍력발전은 높은 고도에 연(Kite) 등을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일종의 ‘하늘을 나는 발전소’다. 공중 풍력발전은 비행기나 드론 등에 프로펠러와 발전기를 장착해 하늘에서 전기를 생산해 지상으로 보내는 ‘공중발전’ 방식과 연 혹은 글라이더 등이 공중에서 줄을 당기고 이에 줄이 감긴 지상의 드럼이 회전하면서 발전기를 구동해 전기를 만드는 ‘지상발전’ 방식으로 나뉜다.

현재 3개 기관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분야는 지상발전 방식 공중 풍력발전이다. 한전이 예산을 지원해 KERI가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고 창원시가 마산해양신도시 부지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공중 풍력발전의 장점은 에너지원의 잠재력이 크고 장소 제한이 적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기존 타워형 풍력터빈이 지구상에서 바람으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잠재적 총에너지는 400TW다.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확보가 가능한 바람 자원의 한계, 해상풍력의 경우 발전소 기초 비용을 좌우하는 수심의 한계 등 각종 지형적·경제적·자연환경적 문제로 인해 지금까지 전 세계에 설치된 타워형 풍력터빈의 누적 설치용량은 총 잠재력(400TW)의 0.2%에도 못 미치는 743GW에 불과하다.

하지만 높은 고도의 바람에서 공중 풍력발전이 획득할 수 있는 잠재적 총에너지는 이론적으로 1800TW다. 이는 타워형 풍력터빈 대비 4.5배에 이르며 전 세계 에너지 수요(약 20TW)의 90배에 달한다. 높은 고도의 바람 에너지는 강하면서도 더욱 광범위하게 분포되기 때문에 그동안 바람이 약해 타워형 풍력터빈의 상업성이 확보되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공중 풍력발전 방식을 통해서는 높은 고도의 강한 바람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해상에 구축할 때에도 기초 비용을 좌우하는 수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타워형 풍력터빈에 비해 가벼워 해상 부유물이나 배에 실어 발전하기도 용이하다. 사실상 지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발전이 가능하다.

경제성과 친환경성도 매우 뛰어나다. 동일 면적에서 연간 발전량은 타워형 풍력터빈 대비 6배 이상 높고 각종 구성품(기초, 타워, 블레이드 등)이 1/10 수준으로 재료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절반 이상 감축할 수 있다.

기존 타워형 풍력터빈은 블레이드 높이에 한계가 있어 바람 자원 확보가 가능한 사막, 해안, 해상 등 특정 지역에만 설치가 가능하다. 해상에 설치하는 경우 수면 아래 기초를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이는 발전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환경 훼손, 소음, 진동, 경관 등 발전소 설치에 따른 주민 수용성 확보에 장애가 되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러한 장점들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오랫동안 공중 풍력발전에 관심을 두고 타당성 검증연구를 수행했으며 상용화 및 대용량화를 위한 관련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기술의 확보를 위한 연구가 필요했는데 국내 유일 전기전문 연구기관인 KERI가 창원시와 한전의 지원을 받아 국내 최초의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전은 산업계에 필요한 융합형 신기술을 개발하고 전력·에너지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7년부터 개방형 R&D(Open R&D) 사업을 도입하고 있다. ‘공중 풍력발전’ 역시 이러한 Open R&D의 하나로, 한전과 KERI가 2018년부터 연구개발을 수행해 오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개발시험 부지는 대단히 중요했다. 바람 조건이 좋고 넓은 평지가 필요했으며, 무엇보다 국내 최초의 연구인 만큼 시험 과정에서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이에 창원시가 마산만을 메워 만든 인공섬인 ‘마산해양신도시’ 부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줬다. 이를 발판으로 KERI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융합되는 공중 풍력발전 분야에서 독자적인 원천 시스템 기술, 설계 특허 및 제작 기술, 제어 및 운용기술 등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 책임자인 이주훈 KERI 에너지시스템 제어기술팀장은 “공중 풍력발전은 활용 목적과 장소에 따라 이동식부터 대규모 발전까지 다양한 용량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응용성이 매우 높다”며 “향후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자동 운전기술을 실현하고, 창원 지역 내 300여개 전기관련 기업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실증단지의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창원시가 공중 풍력발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원자력에 비견될 만큼 발전단가가 낮기 때문”이라며 “오늘 협약은 창원시와 KERI, 한전이 공중 풍력발전이라는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딛고, 대한민국 탄소중립 실현의 기반을 마련하는 상징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중 풍력발전시스템 개발시험의 성공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향후에도 KERI는 창원시 및 한전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공중 풍력발전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이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정책 실현 및 범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팀원들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팀원들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창원시는 4일 시민홀에서 한국전력-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직무대행 유동욱)과  ‘공중 풍력발전’ 국산화 개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종욱 전기연구원 시험부원장, 허성무 창원시장, 김숙철 한전 기술혁신본부장,
창원시는 4일 시민홀에서 한국전력-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직무대행 유동욱)과 ‘공중 풍력발전’ 국산화 개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종욱 전기연구원 시험부원장, 허성무 창원시장, 김숙철 한전 기술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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