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사업은 수요와 공급의 지리적 불일치 즉, 발전기와 부하가 서로 다른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만약 모든 전기사용자가 자신의 전력수요를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송전사업의 역할은 크게 축소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안정적이고 비용효율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공급구조의 필요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중인 에너지전환과 이에 따른 분산지향적 전력공급구조로의 변화에도 발전부문과 배전부문을 연결하는 송전사업의 중요성이 여전히 유효함을 부정할 수는 없다.

송전사업은 운영 및 유지비용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매우 높은 자본집약적 산업의 성격과 투자에 대한 좌초비용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특징으로 인해, 해외 전력시장에서도 송전사업에 한해서는 규제를 통한 지역독점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송전사업자는 송전이용자에 대해 비차별적인 계통접속 및 송전망 이용(open access)을 보장하는 대신, 송전이용요금을 통해 적정 필요수입금액(revenue requirement)을 보장받게 된다. 송전이용요금은 이러한 송전사업 운영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 즉 송전비용을 송전이용자에게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송전이용요금은 근본적으로 송전비용의 완전 회수를 목적으로 하지만, 송전망은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함으로써 전력수급균형과 안정적인 계통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송전이용요금은 또한 자원배분, 계통확장 및 보강에 대한 의사결정과 관련해 합리적인 경제적 지표가 돼야 한다. 다만 합리적인 송전이용요금의 구현은 해당 전력계통의 운영조건 및 전력시장 구조에 기술적, 경제적 및 정책적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송전이용요금 산정방법에 대한 유일한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며, 실제로 해외의 송전이용요금제도는 해당 국가의 계통운영 조건 및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송전이용요금 산정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현행 송전이용요금제도는 송전이용자에게 지역신호(locational signal) 제공을 통한 계통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유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다. 특히, 현행 송전이용요금 구성요소 가운데 지역신호 제공과 관련된 사용요금은 공용송전망을 대상으로 송전이용자가 이를 이용하는 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차등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송전이용요금제도는 과거 양방향 입찰시장(Two-Way Bidding Pool, TWBP)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 및 향후 전력계통 운영여건의 변화를 고려하면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의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전원의 급증과 소규모 분산형자원 확대에 따른 수요패턴의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행 송전이용요금제도가 변화하는 전력계통의 운영여건 하에서도 효율적인 지역신호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송전이용요금제도의 전면 시행을 위해서는 계통이용자 간 이해관계를 양립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송전이용요금제도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들에 대한 분석과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급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압별·계시별 송전이용요금제도를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전전력은 초고압 전력망으로 유입돼 보다 낮은 전압등급의 전력망에 위치한 전기사용자에게 공급되며, 이에 따라 낮은 전압등급의 전력망에 위치한 수요측 계통이용자일수록 초고압에서 저압으로 연속적으로 연결되는 전력망 설비를 보다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전압별·계시별 송전이용요금은 이러한 하향 전력조류 가정(downstream hypothesis)을 바탕으로 계통이용자의 송전비용에 대한 인과성을 평가한다. 따라서 전압별·계시별 송전이용요금은 송전사업자와 배전사업자가 동일한 경우에는 송·배전망 전체의 이용요금을 일괄된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으며, 이는 송·배전망이용요금의 형평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전압별·계시별 송전이용요금은 하향 전력조류 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발전기 및 부하의 효율적인 입지선정을 유인하기 위한 지역 신호의 제공이 제한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압별·계시별 송전이용요금은 전압등급에 따른 송전비용의 인과성 외에도 계절 및 시간대에 따른 송전비용의 인과성을 평가하며, 동일한 전압등급의 전력망에 위치한 수요측 계통이용자에 대해서도 유사한 부하 프로파일(load profile)을 기준으로 수요측 계통이용자의 유형(customer type)을 구분하여 차등 적용할 수 있다. 이러한 수요측에 대한 정밀한 비용인과성 평가 및 이를 기준으로 하는 송전비용의 배분은 결과적으로 전기소비자의 효율적인 전력사용을 유도하는 가격신호(price signal)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역신호를 통한 효율적인 공급체계 구축 외에도 가격신호에 의한 수요관리의 효율성 제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적 신호로서 송전이용요금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변화하는 전력계통 운영여건 하에서는 송전이용요금이 제공하는 경제적 신호가 합리적인 입지선정을 지원하는 지역신호 대신 효율적인 전력사용을 유인하기 위한 가격신호로 작용하는 것이 보다 유용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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