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우리 어머니가 평생 가장 자주 사용하는 영어단어일 것이다. 삼시 세끼 습관처럼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야”

물론 필자도 매년 목표를 세우다가 이젠 그것조차 하지 않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다이어트 성공 스토리가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사람들은 도대체 왜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하려는 것일까. 예뻐 보이고 싶어서, 건강상의 이유로, 연애를 하려고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 더 공감한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고, 큰 무리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싶어 한다. 그 속에서 우리 인간은 안정감과 행복을 느낀다.

요즘 SNS가 발달하여 과거 공동체의 범위는 점점 온라인으로 확대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더 자극적인 마케팅 광고가 넓게 퍼지고 있다. 과장된 다이어트 성공 신화는 그 과정에서 인간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심지어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만든다. 광고와 비교하며 시작한 속성 다이어트는 요요현상, 거식증, 우울증 등 오히려 우리의 정신과 육체 모두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별히 건강상의 이유가 없다면 우리 어머니처럼 매일 꾸준히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처럼 지금부터 꾸준히 하지 않으면 후대의 고통 되는 일이 있다. 바로 탄소중립이다. 그럼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왜 ESG 경영을 하고, 왜 RE100을 가입하려는 것일까. 환경단체의 비난을 덜 받고,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지고, 주가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인가. 아마 그것도 이유겠지만, 그보다 탄소를 감축하지 않으면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가 파괴되고, 피해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며, 결국 인간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기적이고 구체성이 없는 탄소중립 선언은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선언처럼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화성에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나, 제2의 지구를 찾겠다는 공상과학 같은 목표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어차피 2050년이 목표이기에 지금은 선언만 해도 큰 무리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 것이 지켜지지 못했을 때의 책임은 고스란히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세대가 지게 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오늘 한끼부터 줄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달 뒤 5kg을 감량하겠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다이어트 허세.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오히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조용히 행동하는 사람들이 다이어트 성공 확률이 높다. 탄소 감축도, ESG도, RE100도 각 기업들이 실제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는데, 여기저기 소문내고 떠들썩한 행사를 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의 있어 보이기만 한 행동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장기적으로는 절대적으로 고객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그것이 당장 행동이 변하는 정부와 기업들이 필요한 이유이고, 우리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너무 힘들다. 밥을 못먹는 것만 생각해도 식은땀이 나고, 차라리 지방제거 시술을 받고 싶은 심정이다. 내일부터, 다음 달부터 하고 싶다는 유혹이 생긴다. 사실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하나 고통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다른 문제다. 내가 하지 않으면 내 가족이, 내 친구들이 고통을 받는다. 대부분의 성공스토리는 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때 주어지는 결과다. 고통의 정도가 높을수록 그 결과는 더 달콤한 법이다. 열심히 일하고 가족과 떠난 휴가에서 느끼는 단맛,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기쁨, 임신과 출산의 감동. 이러한 모든 행복은 고통스러운 실행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은 어렵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 세대의 과제다. 구체성이 없는 정부 계획, 새로운 트랜드를 따라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기업들. 쉬운 선택, 진정성이 없는 선언의 피해자는 결국 우리 모두다. 무거운 책임감이지만 지금 조금 더 어려운 결정을 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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