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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정의당 의원, “산안청 신설, 산재 대응 시스템 혁신 ‘첫걸음’”
10일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
산안청 통해 산재 대응 전문성·자율화 추진
“규제 아닌 예방…사용자가 대응 주체 돼야”
김광국 기자    작성 : 2021년 03월 24일(수) 14:39    게시 : 2021년 03월 25일(목) 11:32
[전기신문 김광국 기자] ‘왜’에서 ‘어떻게’로. 산업재해를 둘러싼 담론이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 담론이 산재 예방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이를 어떻게 정책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국민 안전과 관련한 관심이 부쩍 커진 데다 일선 기업을 중심으로 ‘안전은 투자’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지난 10일 이은주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대표발의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법안은 산재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행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과 산재보상보험에 관한 사무를 전담토록 고용노동부장관 소속으로 산안청을 설치, 산업안전과 노동자 보건 행정을 전문화하고 자율화하며 산재보상예방기금 사업을 통해 산업안전보건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산안청 신설은 국내 산재 대응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제도 개선과 함께 산업현장의 노동자·사용자 인식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이 의원을 만나 국내 산재 대응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2016년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산업현장의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

“사업주 측의 낮은 안전의식, 산업재해를 은폐할수록 더 보험료를 적게 드는 산재보험료 납부 구조, 여기에 기본적으로 예방 위주가 아니라 사후 약방문 형식의 산재 행정, 여전히 과실치사 수준으로 산재 사망을 처벌하는 법원의 양형체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싼값에 안전 즉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영업활동을 해 온 지난 수십년 한국 사회의 병폐가 누적된 결과이자,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성장만을 추구해 온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올해 초 ‘중대재해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된 이후 산안청 신설을 골자로 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실 중대재해법이 이번 정부 내에 입법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정부가 주요 개혁정책 특히 노동정책에서 후퇴하거나 멈춰서는 경향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고 이한빛 PD 아버지 등 피해자들이 직접 나선 것이 큰 계기가 돼 국회 입법의 불씨가 마련됐고 결국 부족하게나마 통과가 됐다.

중대재해법은 엄밀히 말하면 처벌의 강도와 책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산재안전보건 정책 전체로 보자면 산재 처벌 합리화는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며 더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예방행정이다. 사실 중대재해법의 원래 취지도 사업주가 처벌받지 않기 위해 애초부터 작업장 안정 규정 및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자는 것 아닌가. 그만큼 예방행정이 중요하다. 산안청 신설은 예방행정을 강화하기 위한 첫 제도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산안청 신설이 필요한 이유는.

“고용노동행정 중에서도 가장 전문성이 요구되는 게 산업안전보건 행정인데, 역설적으로도 가장 낙후돼 있다. 고용노동부의 1개 국(局)이 도맡고 있는데 그마저도 담당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제라 전문성을 가진 관료가 성장하기 힘들다.

산재 예방의 성과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단속과 그때 그때의 적발 위주의 행정은 눈에 잘 드러나니 예방에 주력할 리 없고 승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할 수밖에 없다.

산재예방은 전문적 과학기술 지식이 필요하다. 화학, 공학, 물리학, 역학, 재활의학, 최근에는 정신의학까지 등 이공계 전문 기술을 가진 이들이 있어야 제대로된 예방 행정이 가능하지만 현재는 그런 이들을 채용할 직렬이 없다. 가령 일기 예측은 기상예보관 등 특정 직렬을 뽑는다. 하지만 산업안전행정은 고용노동부의 일반 직렬이 돌아가면서 한다. 일본의 경우 근로감독이 별도 직렬이고 별도 채용을 한다. 즉 현재 우리 행정시스템은 자부심과 전문성이 자랄 수 없는 구조인데, 산안청을 신설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법안 개정 시 예상되는 기대효과는.

“우선 전문성과 책임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기준으로 하면 산업안전보건 기준 수립부터 예방, 감독, 수사, 보상, 재활까지 산안청이 맡게 된다. 업무적으로 보면 근로복지공단의 보상 및 재활 기능, 정부의 감독 기능, 산업안전공단의 기술지원 및 안전관리 기능을 통합한다. 강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물론 하나의 일관된 지휘체계를 갖추게 될 것이다.

현재 정부 산업안전감독관이 700명, 근로복지공단 보상 및 재활 업무가 500명, 산업안전공단이 2000명 정도다. 이걸 산술적으로 합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산안청 설치는 기존과는 다르게 산재 예방을 정부 역량을 과감히 동원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대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코로나로 지금까지 사망한 사람이 1600명이고 산업재해의 경우 2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국가 행정역량이 동원되는 수준의 차는 명백히 크지 않은가. 당장 산업안전감독관의 경우 2배 이상 증원해야 한다. 현재는 산업안전 감독관 1명이 현재 3971명을 담당하고 있다. 즉, 산안청 건설은 정부 자원을 투자 방향을 전환하는 정책 차원의 뉴딜이다.”

▶영국의 보건안전청,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청 등이 벤치마킹 모델로 언급된다.

“법안 발의와 함께 지난 11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 박미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거론한 ‘로벤스 보고서’는 산재 대응 체계 혁신을 추진하는 우리사회에 큰 참조점이 된다.

산재 모범국가인 영국이 현재 산업안전보건체계를 만든 것은 1970년대다. 그 때 영국의 1년 산재 사망수가 700명대로 인구 기준으로보면 우리와 비슷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청이 만들어지기 전에 2년 동안 영국 최초로 모든 분야를 산업안전을 연구해 작성한 것이 바로 이 로벤스 보고서다.

이 보고서를 통해 수립된 원칙이 ‘노동자 안전보건에 대한 사업주의 일반 조치 의무’다. 쉽게 말해 법률에 사전에 기술된 위험 물질이나 위험 작업만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장 안전 전반을 향상시킬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처벌 강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법에 미리 정해진 특정 위험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규제방식에서 벗어나 작업장 안전 문제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용자를 안전관리 및 예방의 주체로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도 이런 방향에서 산안안전보건법 및 산안청 행정 원칙이 개정되거나 수립돼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법 제정 당시 경재계는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산업계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해보인다.

“중대재해법 제정이나 산안청 신설은 기업인을 감옥에 넣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작업장 위험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및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저해 요소다. 사업주가 특정 위험만 회피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업장 안전을 향상시킬 일반적 의무를 갖게 된다면 사용자는 작업장 안전과 보건을 예전과 달리 바라보고 대처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처벌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정부 또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안전 기술 지원 및 예방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이 산업 현장 일선에서 산업 안전을 제고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간 발의해온 여러 법안들 중에서도 국민의 안전, 생명, 환경 등과 직결된 법안들이 눈에 띈다. 앞으로의 의정 계획 및 포부는 무엇인지.

“도시철도노동자 출신으로서 공익서비스비용을 국가가 지원해 도시철도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공익서비스로 인한 적자 문제로 시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도시철도 공익서비스지원법안을 제출했다. 또한, 감염병 등 재난으로 인해 이용객이 급감해 손해를 보면서도 운행을 하는 도시철도를 지원하기 위한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도로교통법상 장애인 보호구역을 장애인 복지시설만이 아니라 장애인 거주시설, 지역사회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의료재활시설 등으로 확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과 권리, 시민의 존엄한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소신과 원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가치들이 조화롭게 적용돼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겠다.”



◆She is…….

이은주 의원은 서울특별시지하철공사(현 서울교통공사)에서 역무직을 수행한 노동자 출신 정치인이다. 공사 노동조합의 역무 지회장·정책실장·여성부장 등을 지냈으며, 이후 ▲서울시 대중교통요금제도 및 경영혁신 TF위원 ▲서울시 노사정 서울모델협의회 실무위원 등도 맡았다. 정의당에서는 ▲시민을위한공공기관특별위원장 ▲노원구위원회 운영위원(현직) 등을 거쳐, 지난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현재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광국 기자 kimgg@electimes.com        김광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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