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동북아 전력포럼’ 개최…재생E 증가 따른 전력계통 현안 논의
송영길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국회의원, 전기신문 공동주최

19일 송영길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국회의원, 본지가 공동주최한 ‘동북아 전력포럼’이 열렸다.
19일 송영길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국회의원, 본지가 공동주최한 ‘동북아 전력포럼’이 열렸다.

[전기신문 최근주 기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선 전력계통 운영방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동북아 전력포럼’에서 각계 참석자들은 정부 계획대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는 과정에서 계통신뢰도 하락과 수급불안정을 막기 위해서는 계통 보강과 유연성 확보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포럼 참석자들은 최근 몇 년 새 발표된 에너지 정책들은 모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정호 한국전기연구원 본부장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RE3020 정책에 따르면 향후 신규 발전설비용량의 95%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용 한국전력공사 실장도 “2017년 3020 정책이 발표된 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이 지속됐다”고 언급했다. 9차 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6.1%로 확대될 계획이며,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40년에는 이 비중이 30~3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재생E 변동성에 대응 가능한 계통운영방식 필요

문제는 지금의 전력계통 운영방식으로는 재생에너지의 높은 변동성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인위적인 출력조정이 어렵고 지역·계절별 날씨에 따라 출력이 요동치는 탓에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 본부장은 2019년 미국 텍사스 전력시장에서 일어난 가격 폭등을 사례로 들며 “풍력에너지 비중이 16%인 텍사스에서 37°C 이상의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풍력 발전량은 줄어 수급 불안정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도매시장을 기준으로 4만9000% 상승했다”며 “이같이 수급불균형을 해결할 방법 없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한다면 국내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과 같은 계통 상황에서 변동성 전원인 재생에너지가 급증한다면 전력계통의 주파수·전압이 불안정해지고 신뢰도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의 경우 계통 신뢰도 하락에 대한 우려로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잦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규슈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오오바 노리아키 JDSC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태양광 발전이 급증한 규슈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2019년에만 75일에 걸쳐 태양광 발전 출력제어(전체 제어량 4.1%)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재생에너지 보급 증가에 따른 부하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만 K-RE100 실현이나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 본부장은 “신뢰도 유지를 위해 변동 수요에 대비하는 발전원 포트폴리오(전원 믹스)가 필요하며, 송·발전 설비 고장 시에 예비력을 공급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발제자들은 비수도권 일정 지역에 치우친 재생에너지 설비로 인해 계통 접속이 지연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호용 한전 실장은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재생에너지 설비는 발전기 접속설비 및 전력 수송선로가 부족한 호남권·영남권에 각각 38%, 19%씩 몰려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양성배 전력거래소 본부장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모니터링 안 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며 “과거 전력계통 운영보다 예측 난이도가 훨씬 어려워지고 있어 전력수급 계획도 기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 본부장은 “과거처럼 발전소가 건설되면 송전설비계획을 수립하는 바가 아닌 동시에 계획이 연계된 방향으로 수립될 필요가 있다”며 “해외사례를 참고하는 등 운영체계 측면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허견 연세대학교 교수는 진입장벽으로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백종원 더본 대표가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시스템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안정성을 가져갈 수 있다”며 “외국에서 먼저 나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명확한 시스템 스탠더드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훈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은 에너지협력 강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발전사가 소수 대규모 위주에서 다수 소규모로 변화하고 있고 분리 운영되던 전기, 가스, 열 등도 이제는 한 번에 이뤄진다”며 “전반적으로 에너지 전체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정부도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을 준비하며 분산에너지의 공급, 수요, 시장제도 측면 등을 고려해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그 과정에서 국가 간 연계를 통해 계통 섬인 우리나라 문제를 극복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재 한양 본부장은 민간 기업 입장에서 재생에너지 활성 방안을 제언했다. 강 부사장은 “재생에너지 관련 지자체 조례가 다르고 지자체가 소수 민원 등에도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에 중앙 정부가 조절해서 통일된 조례로 개정했으면 한다”며 “민간과 한전 간 설비준공시기가 다른 부분을 빨리 동기화시키고, 발전소와 ESS 등을 한 라인 전력설비에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통 보강, 유연성 확보가 대안…“슈퍼그리드 구축, 어렵겠지만 풀어야 한다”

이날 포럼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대거 들어온 이후에도 전력계통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먼저 한국전력공사는 재생에너지 접속대기를 해소하기 위해 송·배전설비를 신속히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실장은 “재생에너지 접속을 위해 배전선로 146회선, 주변압기 18대 및 변전소 21개를 설치 중”이라며 “40MW를 초과하는 규모의 집적화 단지는 사업계획에 계통연계 및 보강방안을 포함하도록 해 송·배전망을 적기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또 “한전은 지역별 재생에너지의 규모와 특성을 고려해 직·교류 복합망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ESS 구축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하고 회전형 계통 안정화 설비 및 계통자립형 인버터 도입을 통해 복원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전력망과 연계해 인프라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하는 슈퍼그리드 구축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슈퍼그리드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출입하고 원거리 재생에너지와 연계할 수 있게 되면서 변동성 문제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는 2.25GW의 재생에너지 송전망을 장거리 해상 HVDC를 통해 연계함으로써 전력계통 운영에서의 유연성을 확대한 바 있다.

이경훈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은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국가 안보와 지정학적 관계에서 영향을 받고 있지만 주변 국가와 에너지협력을 강화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과의 JDA(Joint Development Agreement)를 추진 중이며 러시아와는 공동연구를 통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동북아의 현 상황과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부터 동북아 지역은 항상 전력계통 연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며 “최근 한·중·일 삼국이 탄소중립 선언을 했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며 계통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하는 뚜렷한 목표가 생겨 우리의 9차 수급계획에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동북아 연계는 안정성 증가뿐만 아니라 예비력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one-way 방식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김 연구원은 “일방적 수출, 수입보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출력 조절이 중요하다”며 “계약 실제 내용을 유연하고 주도면밀하게 해야 서로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한열 한전 동북아연계실장도 “신재생에너지는 유동성,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백업 전원, 백업 설비, ESS 등이 필요한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국가 간 전력 연계”라며 “필연성 과제이기에 나중에 전 사회적으로 어떻게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폭넓게 홍보, 협조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경을 통과하는 전력망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본부장은 “에너지 안보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항이라 어떤 국가들은 다른 나라와 전력망을 연계하는 데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의 전력망 연계를 신뢰하지 못한다”며 슈퍼그리드 구축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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