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룩스가 직접 개발한 식물재배용 LED등기구 적용
흙 이용해 수경재배와 차별화...채소 품질, 생산량 탁월
“귀농·귀촌 도시인들 원하면 언제든 지원하겠다”

애니팜의 스마트팜에서 고부가가치 농작물인 고추냉이가 잘 자라고 있다. 여기에는 애니룩스가 직접 개발한 75W급 식물재배용 LED등기구가 설치돼 있다.
애니팜의 스마트팜에서 고부가가치 농작물인 고추냉이가 잘 자라고 있다. 여기에는 애니룩스가 직접 개발한 75W급 식물재배용 LED등기구가 설치돼 있다.

[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LED조명과 농업을 결합한 스마트팜이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스마트팜은 농사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습도·일조량·이산화탄소 등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서 제어 장치를 구동해 농산물 수확량을 극대화하는 농법이다. 지난 3월 1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스마트팜 식물공장을 찾아 “이 산업은 기존의 농업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미래산업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할 정도로 극찬한 기술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팜에서는 ‘수경재배(Hydroponics)’가 대표적인 재배방식으로 꼽혔다. 수경재배는 작물을 흙에 심는 것이 아니라 양분이 포함돼 있는 물(양액)에서 재배하는 방식이다. 또 최근에는 수경재배방식을 변형시킨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작물에게 필요한 양분은 물고기의 배설물 등으로 공급하고 물고기에게 필요한 수질정화는 작물에게 맡기는 방식), 에어로포닉스(Aeroponics, 작물을 허공에 매단 채로 필요한 경우에만 노즐로 작물의 뿌리를 향해 물과 양분을 분사하여 재배하는 방식) 방식도 등장했지만 모두 기본적으로 많은 초기투자비용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또 배양액의 온도 유지, 정전 등 발생 시 양수분 및 산소공급 중단에 따른 피해 등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경북 문경에 위치한 애니팜(대포 고동환)은 이 같은 단점을 개선, 물 대신 토양(상토)을 이용한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경북 문경시 호계면 토지 한 켠에 마련된 859㎡(260평) 규모의 애니팜 농장.

농장 외벽에 적힌 ‘LED수직형 식물재배’라는 커다란 글씨를 통해 이곳이 LED를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 설비를 설계·제작한 애니룩스의 고영훈 전무 안내로 입구로 들어가 사무실을 거쳐 공장으로 들어섰다. 4단으로 구성된 커다란 재배틀이 빼곡이 자리했다.

그 틀에는 네모반듯한 통에 담긴 상추와 고추냉이 등 쌈채소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일반 창고처럼 생긴 농장 안에서 농촌 특유의 흙내음과 식물이 내뿜는 풋풋함이 느껴졌다.

애니팜의 스마트팜에서 놀라운 점은 이들 채소류가 배양액이 아닌 일반 상토에서 자란다는 점이다. 국내 최초의 상토재배형 스마트팜이다.

애니팜의 상토재배형 스마트팜은 온습도 제어가 되는 실내공장에 식물재배용 LED등기구, 일정시간 마다 물을 뿌려주는 쿨링, 일반 쌈채소 재배에 사용되는 상토, 상토를 담는 토분함 등 비교적 간단한 시설들로 구성된다.

이들 설비는 모두 애니룩스(대표 고예름)에서 개발한 것으로, 이 기업은 상토재배형 스마트팜 구성을 위한 패키지 설비들을 모두 자체적으로 만들어 애니팜을 통해 성공가능성을 확인했다.

고영훈 애니룩스 전무는 “스마트팜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재배 틀부터 식물재배용 LED등기구, 일정시간 마다 물을 주는 쿨링, 그리고 흙을 담는 토분함까지 직접 설계·제작하고, 이곳 애니팜에서 실증을 했다”면서 “지난 2020년 2월 애니팜 공장을 준공한 이후 같은 해 7월 쌈채소를 모종해 8월 초부터 재배에 성공했고,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고영훈 애니룩스 전무가 식물재배용 LED등기구의 원리와 스마트팜의 전반적인 운영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영훈 애니룩스 전무가 식물재배용 LED등기구의 원리와 스마트팜의 전반적인 운영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식물재배 위한 LED등기구부터 토분함까지 직접 개발

애니룩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수경재배 방식을 적용한 스마트팜의 경우 구축비용이 330㎡(100평) 당 8억원 정도가 소요될 정도로 시설비 부담이 크다.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면적을 확보하려면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수경재배 방식은 대부분 샐러드용 채소를 생산하는데, 3일 이상 보관이 힘들 정도로 잎이 물러 유통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게 애니룩스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스마트 팜에 들어가는 시설의 부품들은 표준화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제조사마다 규격과 품질이 다르다. 그래서 고장이 발생하면 그 제조회사의 부품만으로 수리를 해야하는 단점이 있다”면서 “또 복잡한 수경재배형 스마트팜은 운영 소프트웨어가 복잡해 일반인들이 제어하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애니팜에 설치된 상토재배형 스마트팜은 시설비가 330㎡(100평) 당 3억원으로 수경재배 방식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는 건축비와 토목비 외에 냉난방 시스템, LED시스템, 배관시스템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건축기간은 계약 이후 약 6개월 정도 소요된다.

또 애니팜은 자체 특허기술인 다단식 농법을 통해 생산량을 4배로 늘렸다.

애니팜의 스마트팜은 총 859㎡(260평) 규모의 농장(실험동 198㎡, 농장동 661㎡)에 4단으로 구성된 다단식 재배틀이 마련돼 있으며, 이곳에서는 쌈채소 7종, 고추냉이 등이 재배되고 있다. 1단과 3단, 2단과 4단에 12시간씩 번갈아가면서 빛을 쪼여 생육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식물생장을 유도하기 위한 LED조명 전기료 외에 별도의 재료비, 간접비 등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애니팜은 이를 통해 현재 월 2톤 정도의 쌈채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부가가치가 높은 고추냉이는 절임용으로 판매 중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일조량을 확보하기 위해 애니팜은 애니룩스의 75W급 LED등기구를 설치, 식물생장에 필요한 최적의 파장을 제공했다.

이 등기구는 330㎡(100평) 당 640개가 들어가며, 적정 높이에서 태양을 대신해 채소들의 생장과 엽록소 생성을 촉진한다.

고 전무는 “삼성전자의 식물재배용 LED를 적용해 채소들이 좋아하는 파장을 내는 LED등기구를 개발했다”면서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서울반도체에서 식물재배용 LED를 취급하는데, 국내에서 이를 활용해 자체 등기구를 만든 것은 애니룩스가 아마 최초일 것”이라고 밝혀다.

애니팜은 또 물에 별도의 사포닌 성분의 영양제만 투입, 이를 채소에 뿌려 단단하면서도 윤기 있는 쌈채소를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992㎡(300평)의 식물공장을 증설해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복안이다.

고 전무는 “누구나 쉽게 스마트팜을 구축·운영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면서 “애니팜의 스마트팜은 330㎡(100평) 기준으로 연간 5000~6000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어 귀농, 귀촌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환 애니팜 대표가 수확해서 포장한 쌈채소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동환 애니팜 대표가 수확해서 포장한 쌈채소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터뷰-고동환 애니팜 대표

“성공가능성 확인, 올해 992㎡ 규모 식물공장 신축 예정”

“처음 198㎡(60평) 규모의 시험재배동을 짓고 모종을 심은 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겨 안정이 됐습니다.”

경북 문경에서 애니팜을 운영하고 있는 고동환 대표는 흙을 이용한 상토재배형 스마트팜의 성공가능성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98㎡ 규모의 시험재배동과 661㎡ 크기의 농장에 이어 올해 991㎡ 규모로 공장 신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가능성 때문이다.

“채소류는 상품성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 쌈채소 7종과 부가가치가 높은 고추냉이를 재배한 결과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싸고 저렴한 채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아스파라거스 등 고부가가치 작물과 최근 가격이 급등한 쪽파 등 양념채소류에도 도전할 생각입니다.”

고 대표에 따르면 쌈채소는 모종한 뒤 2주일이 지나면 바로 수확이 가능하며, 3개월 간 계속 수확할 수 있다. 또 1년에 4모작이 가능하다.

품질도 우수해 쌈채소를 진공포장 한 뒤 냉장보관하면 한 달이 지나도 물러지는 현상이 없어 택배로도 받아볼 수 있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아무래도 판로확보가 중요한데요, 우리는 무농약 인증도 갖고 있어 유기농 채소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역농협, 로컬푸드 매장 등에도 입점했습니다.”

고 대표는 귀농·귀촌에 적극적인 경북 문경시에서도 상토재배형 스마트팜에 관심을 갖고, 많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사업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적극 돕고 지원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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