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국회의원
김성환 국회의원

재생에너지는 기후위기를 맞은 지구촌의 시대정신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 전력생산에서 풍력과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비중은 38%로 화석에너지 비중(37%)을 최초로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에 투자된 금액은 308조원으로 전체 발전원 투자비중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20년 OECD국가 중 최하위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5.6%에 불과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정책을 펴며 2016년 1.5%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를 극적으로 끌어올렸지만,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최근 세계 각국은 탄소국경세를 통해 또 한번의 무역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가 내재된 상품에 부과하는 별도의 관세다. EU가 2023년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했고, 바이든 행정부 역시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그린피스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요 수출 업종에서 EU, 미국 등 국가와의 교역에서 지불해야 할 탄소국경세는 2023년 약 6100억원, 2030년에는 1조87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철강은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 석유화학은 5% 이상을 탄소국경세로 추가 지출해야 하고, 내연기관 자동차는 EU나 미국의 판매 금지 정책으로 2035년부터 수출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변화의 해답은 재생에너지밖에 없다.

기후위기와 환경장벽을 오래전부터 대비한 구글, 애플, BMW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은 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RE100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1년 현재 RE100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은 288개이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BMW와 테슬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등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 먹거리 산업이 포함된다. 탄소기반의 에너지체계를 벗어나 재생에너지로의 조속히 전환하지 않으면 기업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탄소배출이 많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 기업의 타격은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 실제 LG화학은 2018년 BMW로부터 RE100으로 만든 전기차 배터리 납품을 요구받았으나 국내에서는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계약이 무산된 바 있다.

또한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RE100을 통한 제품 생산을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다. 수주 규모만 약 300조에 달한다. 결국 재생에너지 전환은 경제 문제이고 제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국내에서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외에 공장을 세울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RE100을 달성할 방법이 없다. 정부가 녹색요금제와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를 도입했지만, 비용이나 인증 측면에 있어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인 제도가 아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업자와 사업자가 직접 거래를 해야 진정한 의미의 RE100 기반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는 전기사업법에서 발전과 판매 겸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거래가 불가능했고, 많은 기업들이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그 결실이 지난 2월 4일 맺어졌다.

필자가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을 겸업이 가능한 전기신사업의 범주에 추가해 직접 PPA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인 기업 간 자율적인 PPA가 가능해지고, 기업들은 RE100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100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방안인 동시에 글로벌 무역의 혁신적인 흐름이다. 국내에서도 SK와 LG, 한화 등 많은 기업이 RE100 동참을 선언했다.

PPA 도입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RE100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고 환경장벽을 넘어서는 경쟁력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성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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