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기관의 미국 제품 우선 구매를 강제하는 바이 아메리칸 (Buy American·미국산 제품 구매)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방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나 물품 조달 과정에서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미국 납세자'의 돈을 쓸 때는 '미국 노동자와 기업'이 만든 제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기관들이 한해 직접 조달하는 제품 및 용역은 6000억 달러에 달한다. 행정명령은 예외를 인정받기 힘들고 까다롭게 만들고 있어, 앞으로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에서 외국 기업들은 사실상 배제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연방정부의 관용 차량 또한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은 무역에서도 미국의 이익을 무엇보다 먼저 앞세웠던 트럼프 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17년 4월 이민법 강화를 통해 미국 노동자 임금을 끌어올리려는 것을 목표로 한 ‘바이 아메리칸, 하이어 아메리칸(Buy American Hire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다를 게 없다.

사실 ‘바이 아메리칸’은 역사가 오래된 정책이다. 1933년 대공황시대에도 후버 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을 선언해 관세 전쟁을 일으켰었다. 보호 무역과 관세 전쟁은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집권기의 특징이기도 하다. 슈퍼 301조 발동도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 때의 일이다. 오바마 때도 역시 바이 아메리칸이 있었다. 원래 노동조합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두고 있는 미국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자유 무역보다는 보호 무역을 옹호해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장벽 쌓기가 오히려 자유 무역을 옹호하는 공화당의 전통과는 어긋났던 셈이다.

외교적으로 공격적인 바이 아메리칸 정책은 동맹 중시의 기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동맹과의 협력에는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장애를 무릅쓰고 실행되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은 제조업 부흥을 위해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방향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동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의 근본적인 목표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다.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1979년 1950만개로 정점을 기록한 뒤 현재는 1230만개로 줄었다. 미국은 지난 30년간의 세계화 과정에서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미국 주도로 재구축하기를 원한다. 중국에 대한 압박과 기술에 대한 통제와 규제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관세로 생산자물가는 올랐지만, 제조업의 고용과 생산량은 늘어나지 않았고 무역전쟁으로 미국의 일자리 30만 개가 사라졌으며 관세 관련 경비로 가구당 연평균 800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했다. 앞으로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무역수지 균형 문제만이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로서의 중국을 확실하게 견제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수단이 동원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유예나 경감을 조건으로 중국에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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