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상해·근재보험 가입으로 손배 책임 담보해야

이상국 전기공사공제조합 자문 노무사
이상국 전기공사공제조합 자문 노무사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근로자뿐만 아니라 사업주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물적 피해와 인적 피해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에 가스폭발, 화재 등의 사고로 인해 공장이 무너지는 시설이 파괴되고 있으며 화재도 이와 비슷하다. 이러한 물적 피해가 막대하리라는 것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물적 피해는 산업재해에 넣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산업재해의 유형은 부상이나 질병, 사망을 의미한다. 산재보험법은 여기에 장해를 포함한다. 이러한 산업재해의 유형이 발생한 경우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고려해 산재보험을 지급한다.

산업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면 상당 부분 산재보험이 지급돼 손실을 부담해준다. 그러나 산재보험이 되더라도 이보다 손해가 커지면 사업주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그런데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산업재해, 즉 업무상 재해의 유형에 따라 회사가 감내하기 곤란할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사업주 대부분,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이 이 부분을 잘 알지 못한다.

필자가 자문해 준 회사의 안전사고 사례를 들어 설명해본다. 3년 전 전기공사업체의 근로자가 협소한 공간에서 일하던 중 쌓여있던 목재 하나가 쓰러지며 근로자의 목덜미와 등을 가격했다. 그 결과 근로자를 급히 대학병원으로 후송해 수술했으나 경추 골절로 척수가 손상됐다.

우리 몸의 척추는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척추로 구성된 뼈로 이뤄지고 몸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이 경우 경추는 목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며 경추의 내경을 통해 척수라는 중추신경이 아래로 내려간다. 경추의 뼈가 다치거나 부러진 것은 골(骨) 융합이 되면 다행이나 척수가 손상되면 심각하다. 척수손상은 대부분 사지마비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안전사고의 사례는 아직도 많이 발생한다. 필자가 경험한 안전사고의 경우 경추 골절로 인해 척수가 절단됐고 수술했으나 완전히 복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손상된 경추 아래의 모든 신체 부위의 신경이 마비됐다.

중추신경이 마비되면 스스로 움직일 수 없으며 앉을 수도 없다. 체온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대소변을 가릴 줄 모른다. 생리현상과 음식을 먹는 것조차 스스로 할 수 없으니 간병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 가정의 삶이 파괴돼 엉망이 된다. 배우자는 간호 때문에 경제활동도 할 수 없으니 생계가 막막하다. 그래서 산재보험은 매우 중요한 사회보장적 기능을 한다.

사례의 경우 근로자는 척수손상으로 인한 신경마비로 3년간 요양하며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받다가 2년이 지나자 상병 보상연금을 신청해 1년간 받아왔다. 회사의 대표는 상병 보상연금을 받고 있음에도 사대보험을 유지하고 월급을 3년째 통장으로 입금해왔다. 그리고 근로자 상해보험을 1억2000만원을 받아 지급했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지자 급여를 계속 줄 수 없는 상태에 이르자 근로자와 합의하고자 했다. 근로자도 합의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손해배상을 합의하고자 시도했으나 회사의 뜻대로 되지 않고 결렬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윗 사례는 산재보험과 손해배상의 산정에 대해 서로 전문지식이 없고 안전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의 제도적 담보가 미흡한 문제점이 있었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손해의 크기는 당사자의 고의나 과실, 나이, 현재 및 향후 소득, 간호비, 생활비, 여명 기간, 정년, 가동 가능 기간, 장해율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이러한 손해배상의 산정 방법을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위자료 등으로 구분한다. 손해배상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신체 감정도 하고 손해배상액에 관한 과실상계도 해야 하며 장해율의 판정이 적합한지, 위자료는 얼마로 정할지 등을 재판상으로 다퉈야 한다.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험법, 민법 등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 산업재해전문가는 이러한 전문적인 실무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아직 여기까지 안전보건 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은 없다.

각설하고 상기 사례의 경우 다시 살펴보자. 안전사고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안전조치는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된다. 사업주가 안전보건 교육을 진행했는지, 보호구를 지급했는지, 유해하거나 위험한 기계·기구·설비·장비·도구에 대해 안전장치나 방호조치를 했는지 등…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 및 보건 조치의 의무위반은 산업재해의 손해배상을 위한 중요한 인정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인 것이 사실이다.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는 상기와 같은 전문지식이 없으면 손해배상액의 산정이 정확하지 않아 섣부르게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이 경우 사업주는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상해보험이나 근재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을 65세로 정하고 기대여명의 증가로 인하여 손해배상의 산정금액이 커졌다. 그래서 근재 보험의 금액만으로도 손해배상액이 부족하면 사업주는 추가로 손해배상액을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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