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면 : 제3667호 14면
(남북 자원 협력) ‘오리무중’ 남북관계 변수 속 ‘자원 남북경협’ 상수 찾기 부심
‘희토류 패권주의’ 존재 시 중국이 ‘슈퍼 갑(甲)’
북한, 희토류 매장량 세계 2위 수준인 4800만t
韓, 희도류 채굴해도 기술력 없어 경제성 ‘글쎄’
박정배 기자    작성 : 2020년 01월 06일(월) 09:32    게시 : 2020년 01월 09일(목) 14:05
제공:연합뉴스
정권과 시기에 따라 남북관계가 변화무쌍하지만, 한반도의 궁극적인 목표가 통일이라는 명제는 변함이 없는 절대적인 과제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보수 성향 정부 아래서 경색된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시도를 통해 화해 분위기 조성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이 2018년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리면서 종전 논의가 펼쳐지는 등 완연한 평화 정착이 이뤄지는 듯했다. 또 한일 무역 분쟁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경제협력으로 위기를 타개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구체적인 전개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말부터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 메시지를 밝히면서 남북경협 또한 당분간은 요원한 길이 되고 말았다.

경자년 2020년 들어 남북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베일 속에 싸여 있다. 현재의 부진한 상황에서도 국내에서는 경제협력 방안이 입법부와 민간 차원에서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실패 판정을 받은 자원외교가 남북관계 복원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해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광해관리공단,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 그리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해 남북 자원외교의 현재와 구체적인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레어(Rare)하지도, 희귀하지도 않은 희토류

최근 홈페이지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의 양민호 이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전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의 감사로 재직한 경험으로 자원외교의 지속적인 전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인물이다.

양 이사장은 “북한 자원 개발에 ‘희토류’라는 말이 키워드로 떠올라 엄청난 부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지만 사실 희토류는 크게 가치를 보유한 자원이 아니다”라며 “치밀한 분석 없이 현재를 파악하지 못한 채 국민을 호도하는 상황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희토류 원소는 영어로 레어 어스 엘레먼트(Rare Earth Element)다. 레어라는 말에서 보듯 희귀하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원자번호 57번 란타넘(La)부터 71번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과 21번 스칸듐(Sc), 39번 이트륨(Y)까지의 17종류 원소를 총칭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원소들은 주기율표상 양성자가 하나만 달라져도 성질이 완전히 바뀌는 데 반해 란타넘족 희토류 원소는 성질이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양 이사장은 “희토류에서 연상할 수 있는 희귀성은 정작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구리, 아연, 니켈, 코발트 등처럼 이 원소들도 지구 표면에 제법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곳에 집중돼 분포하지 않고 정제·가공 과정이 20여 단계로 어렵고 까다로워 희토류라는 명칭을 쓴다는 전언이다.

만일 ‘희토류 패권주의’가 존재한다면 중국이 ‘슈퍼 갑(甲)’의 위치에 있다. 2010년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센카쿠열도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희토류의 가치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중국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같은 조치를 단행하는 경우 국내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도를 통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미 한국은 희토류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국가라는 게 양 이사장의 분석이다.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44%는 중국 소비량이다. 그 뒤를 일본 27%, 미국 14%, 유럽 9%, 동남아시아 3%, 기타 3% 순으로 이어간다.

한국은 기타 3%에 속한다. 실제로 2018년 한국에서 소비된 희토류는 3246t, 금액으로는 약 810억원에 불과해 산업 내 차지 지분이 크지 않다.

◆북한 희토류의 경제학적 고찰

‘자원 대국’으로 일컬어지는 북한은 희토류도 세계 2위 수준인 4800t의 매장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양보다 질’이라는 것이다.

북한 희토류 산화물의 평균품위는 2011년 광물자원공사 발표 자료에 따르면 0.5~0.6%로 낮다.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평균품위가 5%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게 정설이라는 전언이다.

같은 한반도 안에 있는 홍천군에서도 대규모 희토류 매장지가 발견됐다고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이곳 또한 평균품위가 0.5%로 나타나 끝내 개발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양 이사장은 “품위를 충족하는 희토류를 채굴한다고 해도 원광에서 금속 추출까지 20단계를 거치는 기술이 대한민국에는 없다”면서 “북한에서 생산하는 희토류가 경제성이 있는지, 실제 금속 생산까지 이르는 기술력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필연적 환경파괴 동반하는 희토류

북한은 2012년 4대 희토류 광산이 평안북도 정주시에 1700만t, 황해남도 청단군에 2000만t, 강원도 평강군과 김화군에 1100만t 매장돼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주시는 서해와 압록강에 인접해 있고 청단군은 서해와 남한의 인천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서 수질 오염이나 토양 오염, 대기 오염이 발생하게 되면 남한에 바로 피해가 온다는 뜻이다.

또 평강군과 김화군 지역 희토류 광산은 휴전선과 아주 밀접해 있는 지역이다. 이곳이 오염되면 오염수가 철원군, 화천군, 그리고 소양호 등을 거쳐 한강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수도권 식수 오염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비무장지대 천혜의 보존 환경도 한순간에 파괴될 수 있다.

즉 북한의 희토류는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나온다.

양 이사장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연간 16만8000t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5조~10조원 정도”라며 “정작 북한이 희토류 개발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이 잘하는 것…철(鐵) 개발
포스코의 조업현장. 제공:연합뉴스

경제성에 물음표가 달리고 필연적인 환경파괴로 이어지며 가공도 쉽지 않은 희토류 대신 ‘우리가 잘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북한에는 희토류 외에 철광석, 무연탄, 마그네사이트, 연·아연, 석회석, 구리, 금, 흑연, 규석과 규사, 인회석 등이 대량으로 품어져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에는 적게는 몇십억t에서 많게는 300억t의 철광석이 매장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사인 포스코를 보유한 만큼 남북경협 논리를 떠나 순수하게 실효성만으로도 중국·일본 등 주변국을 능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필연적으로 따른다.

양 이사장은 “북한의 철광석을 이용해 제철소를 세우게 되면 석회석, 무연탄, 형석, 니켈, 몰리브덴, 크롬, 망간, 규석 등 다른 많은 광물자원을 이용할 수 있어 그 부가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고 진단했다.

설령 북한에 매장된 철의 품위가 낮다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전언이다. 제철 기술이 세계 선두권을 놓치지 않는 대한민국은 남북경협이라는 이념적 명분을 차치하더라도 어느 나라와 겨룬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철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대북 민간자원외교, 주도면밀한 베일 벗기기 프로젝트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펼치면서 자원 공기업의 역할이 확대됐다. 광물자원공사는 세계를 누비며 ▲멕시코 볼레오 프로젝트 ▲볼리비아 리튬 사업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유연탄 광산 사업 ▲니제르 테기다 우라늄 사업 등을 펼쳤다.

하지만 너무 큰 비용을 쏟아부은 결과 현재는 ‘부실 공기업’ 낙인이 찍혀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론이 불거지는 형국이다. 통합 여부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법률안 논의 결과에 따르겠지만 처한 형편이 유리하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도 해외자원개발은 꾸준히 인내심을 가지고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보물과 같은 존재라는 게 업계 정설이다. 즉 100번 실패해도 101번째 성공하면 그동안의 실패를 만회하고도 남을 부가 창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광물자원공사와 같이 관(官)이 주도하는 해외자원개발은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내 민간기업 중 해외에서 제대로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적을 전한 관계자는 “일본은 미쓰비시를 비롯한 유수 기업들이 몇십 년 전부터 직접 해외에서 자원을 개발하는 노하우가 쌓여 굳이 국가가 나설 이유도 없다”면서 “과연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규모의 경제인 해외자원개발을 수행할 수 있을지 면밀하게 진단해 국가 차원의 해외자원개발을 계속 이어갈지 말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기술력을 넘어 해당 국가와의 협상력 또한 자원외교의 중요 변수 중 하나인데 공개적으로 외교를 진행하는 여타 외국과 달리 북한은 모든 것이 밀실 속에 싸여 이뤄질 정도로 그 속을 모르고 ‘주는 것만 있는데 받는 것은 없는 호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차라리 당분간 호구가 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목적을 이루는 의지나 역량이 되면 모를까, 단순한 장밋빛 미래만 가지고 북한과 거래를 진행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소극적인 건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면서 “과거의 과오(過誤)에 대해서는 짚을 것은 짚더라도 그 자체적인 명분은 살려서 국부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배 기자 pjb@electimes.com        박정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전기신문 홈페이지(http://www.electimes.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ok@elec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