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異種) 산업 간, 융・복합에 따른 업역 선점의 필요성’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산업과 산업 간의 융·복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종 산업 간의 융・복합 현상은 기술 및 제품의 영역에서 벗어나 공사(설치·시공)의 영역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기, 건설, 통신, 소방 등 각각의 공사업법 상에 규정된 공사 업역이 모호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본 고에서는 융·복합 업역에 대한 전기공사업 분야의 미래 전략 수립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 : 융·복합 업역의 출현

필자는 2015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산업박람회를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박람회장 곳곳에서 “Industrie 4.0” 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가상현실 통합 시스템인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s) 플랫폼의 구현을 통해 전체 제조 공정을 스마트하게 구축하는 제조업 혁신의 관점에서 정의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조업 혁신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적용 범위 및 핵심 기술을 폭넓게 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즉, 획기적인 기술 진보, 융·복합 기술에 의한 산업 재편, 전반적인 산업 구조의 변화 등이 확장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융・복합 기술에 따른 다양한 설비 및 신산업 분야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인해 전기공사업 분야에서도 ICT, IoT 등의 IT 기술이 결합되어 “스마트”라는 미명 아래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크게는 스마트그리드, 작게는 각종 스마트전기설비들을 들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의

전력설비에 IT 기술이 결합된 것으로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을 일컫는다. 그러나 스마트그리드가 전통적인 전기공사의 일부분임에도 불구하고 IT 기술이 접목되다 보니 정보통신공사업계에서는 본인들의 미래 먹거리로 분류하여 전기공사 업역을 침해하려 하고 있다. 또한 전기공사업법 상 전기공사 범위에 해당하는 가로등 및 신호등 설비에 IT 기술을 결합하여 “스마트 폴”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시설물로 정의하고 정보통신공사 업역으로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더불어 전기와 건설, 전기와 소방 부문에서도 융·복합된 기술들이 다양하게 출현하고 있어 업역 경쟁이 발생되고 있다.

융·복합 업역의 시공 주체는 누구인가?

이와 같은 이종 산업 간 융·복합 현상을 기술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편리성과 활용성이 향상되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법·제도적 측면에서는 공사업 간 업역의 모호함으로 인해 일정 자격을 갖춘 기술자가 시공하지 못했을 경우 부실시공 등의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각 공사업법에서는 융·복합 기술의 변화에 상응하는 시공 주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사업법 개정을 통해 업역의 주체를 규정하려 해도 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서로 상이하고 각 이해관계인들의 이권다툼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에는 지금보다 융·복합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중복된 업역이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업역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융·복합 업역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

타 공사업계는 융·복합 업역의 선점을 위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건설공사업의 경우, 2017년 12월 제6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을 통해 “Smart construction 2025”라는 비전을 마련하고 2개의 주요전략과 10개의 중점추진과제를 제시하였다. 특히 융·복합 업역이 침체된 건설 시장을 타개할 수 있는 고부가 신사업 분야로 인식하고 스마트 건설 기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현장의 안전관리체계 정비, 기술인력 육성 등의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통신공사업의 경우에는 2018년 12월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을 통해 설계·시공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주요 발주처 및 시공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설계·시공기준은 설계기준, 표준공법 및 표준시방서를 지칭하며 여기서 융·복합 공종에 대한 기준을 정립함으로써 업역을 선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론 전기공사업의 경우에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4차 산업혁명에 발 맞춰 융·복합 업역으로의 진출 노력은 하고 있지만 뚜렷하게 가시화된 추진 계획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기존의 전통적인 업역에 대한 분리발주와 같은 정책적 대응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전기공사업이 지금과 같이 기존의 전통적인 업역 만을 고수한다면 앞으로 타 공사업에 비해 기술 경쟁력 정체로 업역은 점점 줄어 들 것이다. 따라서 전기공사업도 융·복합에 따른 업역의 혼재가 무한한 확장의 기회라 인식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융·복합 기술에 대한 동향분석을 실시하고 각 공사업법 비교·분석을 통해 중복되거나 누락된 업역을 파악해야 한다. 둘째, 앞서 파악된 융·복합 업역의 선점 차원에서 표준공법, 표준시방서, 교육자료 등을 개발하여 사전 대응해야 한다. 셋째, 융·복합 기술을 현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넷째, 법·제도적 업역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정책 개발,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전기공사업 진흥시책 도입을 추진하여 업계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1만 8000여 전기공사기업을 대표하는 한국전기공사협회가 2022년 충북 오송으로 이전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는 연간 4만명의 전문기술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교육장과 융·복합 시공기술 개발을 위한 실증연구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우리 전기공사업계는 이를 활용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글_한형주 한국전기산업연구원신사업개발실 실장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