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주먹구구식 발주가 만연함에 따라
전기공사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
'전기공사업법' 11조에 따라 전기 공사를
전기공사기업에 맡겨달라는 것 뿐 … 어려운 것 아냐

김상진 국립한밭대학교 겸임교수/공학박사
김상진 국립한밭대학교 겸임교수/공학박사

강원도가 ‘또’ 전기 공사 발주로 논란이다. 이번엔 ‘스마트 버스 승강장’과 ‘스마트 폴(가로등)’이 문제다. 태백시가 18억 7,500만원 규모의 ‘시민 편의 스마트 버스 승강장, 스마트 폴 제작·설치’ 사업 공고를 내면서 전기 공사 부문을 통합 발주한 것이다. 전기 공사는 「전기공사업법」 11조에 따라 분리 발주가 원칙이다.

도는 지난 4월 강원세계산림엑스포 추진 과정에서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약 40억원 규모의 모험 전망대 제작·설치 사업 발주 대상에서 전기 공사업을 제외했다. “모험 전망대는 작가의 독창적 작품이라 공사 분리가 어렵다”는 이유였다.

현재 도는 한국전기공사협회 강원도회(이하 도회) 요청으로 감사를 검토하고 있다.

태백시 논란도 비슷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도회는 문제를 알아채고 태백시에 곧장 분리 발주를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전기 부분 분리 발주 대상 사업이 아니”라며 재공고를 거부했다. 효율적인 시공을 위해선 한 업체가 전담하는 통합 발주가 불가피하다는 까닭이었다.

한 마디로 언어도단(言語道斷),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1976년 제정된 「전기공사업법」 11조에 따르면 통합 발주는 국가 안보 관련 사업이나, 구조상 설계·시공 분리가 어려운 작업 등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설령 통합 발주 대상이라도, 이는 발주처가 임의로 내릴 수 없다.

법률의 취지를 무시한 채 공문에 “대상이 아님”이라 적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태백시의 스마트 버스 승강장, 스마트 폴은 정부의 스마트 시티 솔루션 확산의 하나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름과 달리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방식으로 업종 간 충돌을 빚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은 주관 기관인 국토교통부의 모호한 발주 가이드라인에 있다. 스마트 폴은 공공 와이파이, 지능형 폐쇄(CC)회로 TV 등 여러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다. ‘전기 공사’ 분야와 ‘정보 통신 공사’ 분야가 뒤섞여 있다. 그런데 교통정리를 해야 할 국토부는 팔짱만 낀 채 지켜보고 있다. 그 사이 현장에선 주먹구구식 발주가 만연하고 있다. ‘공사 관리’를 명목으로 통합 발주가 이뤄지거나, ‘협상에 의한 계약’을 앞세워 분리 발주 대상인 사업을 통합 발주로 대신하는 것이다.

이는 「전기공사업법」은 물론 사업에 시설 공사가 포함되면 협상에 의한 계약을 하지 못하게 막은 「지방계약법」(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까지 위반이다.

정부는 2019년 합동 감사에서 궤도 차량 운행 시스템 제작·구매·설치 사업을 진행했던 인천교통공사에 “부적정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며 기관 경고 처분을 내렸다. 당시 공사는 태백시와 비슷하게 궤도 차량 안전성 및 일체화한 시스템 등을 들어 통합 발주의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방계약법 시행령」 43조 1항에 해당하지 않는 부당한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43조 1항은 전문성, 기술성, 창의성, 예술성, 공공 시설물 안전성 등이 특별히 요구되는 사업은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조항이다. 앞서 태백시가 거절 사유로 안전성, 전문성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발주처가 이 내용을 모르고 기계적으로 통합 발주를 내거나, 알면서도 편의성 등을 이유로 무시하고 있다.

시행령 43조 1항은 지자체의 ‘꼼수 계약’을 눈감아주려 마련된 게 아니다. 반대로 협상에 의한 계약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이며,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예외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법의 취지와 달리 현재는 명백한 불법마저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는 「지방계약법」의 제정 취지도 거스르는 것이다.

현재 강원도는 지역 업체의 도내 사업 참여율이 저조한 곳이다. 강원도민일보가 조달청 공공조달 통계 시스템 ‘온통조달’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지역 의무 공동 공사 계약 실적은 공사 계약 총액(3조 6,071억원)의 8.69% 수준인 2,189억원에 불과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가뜩이나 좁은 시장에서 굳이 업종 간 얼굴을 붉혀야 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전기공사 업계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전기공사업법」 11조에 따라 전기 공사는 전기공사기업에 맡겨달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정당한 주장은 대부분 ‘행정 만능주의’와 ‘관행’에 묻혀 묵살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관 기관인 국토교통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토부가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명확한 발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지자체는 이에 따라 통합 발주와 분리 발주를 구분할 세부 방침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실무자 개개인의 법령 이해도도 높여야 한다. 아직도 지자체 담당자의 대다수는 관계 법령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물품, 시공을 혼합 발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반도가 ‘스마트’로 물들고 있다.

스마트 열풍의 시작인 ‘스마트폰’을 앞세워 스마트 워치,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에어컨, 스마트 TV 등 안 빠지는 곳이 없다.

가장 반(反) 스마트한 방식으로 스마트 사업이 추진되는 것만큼 모순적인 일이 또 없다.

지자체 발주 방식에도 스마트한 변화가 필요한 때다.

글_김상진 국립한밭대학교 겸임교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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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공사 현장의 길라잡이-전기공사시공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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