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세종정부청사 앞, “말산업 붕괴 외면하는 농식품부 규탄” 한 목소리
코로나19로 말산업 붕괴, 2.4만명 고용 위기에 경마 온라인발매는 유일한 탈출구 주장

[전기신문 윤재현 기자]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위원장 홍기복, 이하 마사회 노조)은 9월 8일(수) 오후 2시 세종정부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경마 온라인발매 입법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한국마사회노동조합이 속해 있는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박해철 위원장의 연대발언으로 막을 열었다. 박해철 위원장은 코로나19로 붕괴 위기에 놓인 말산업 노동자의 아픔을 함께 하며, 말산업 현장의 위기를 외면하는 정부를 규탄했다. 이어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의 투쟁 결의문 낭독이 이어졌다. 발표된 결의문에 따르면, 한 때 연간 3.3조원의 경제효과와 농업생산액의 7%를 담당했던 말산업은 코로나19 확산과 경마 중복규제로 붕괴 직전에 내몰렸으며, 2만 4천 종사자의 고용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울러 합법경마가 멈춰있는 사이, 온라인 상에서 행해지는 불법 사행산업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으며, 경마 온라인발매의 도입만이 말산업을 회생시키는 유일한 대안임에도 입법화에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농식품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홍기복 위원장의 삭발식이 치러졌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 함께한 40여명의 마사회노조 조합원과 관계자들은 “방역지침 준수 때문에 제한된 인원이 참석했지만, 말산업계 종사자 모두가 온라인발매 입법 촉구에 함께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말산업 붕괴 막겠다는 절박한 요구에 농식품부는 묵묵부답

마사회 노조는 지난 7월 7일(수)부터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 촉구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8월말까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형태로 진행하던 것을 8월 30일(월)부터 세종정부청사로 옮겨 왔다.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진행했던 1인 시위에는 삼복더위에도 불구하고 12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한 바 있다. 마사회 노조 홍기복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마중단으로 경마산업은 물론 후방산업인 말산업 자체가 고사위기에 빠진 상황에 유일한 대안인 온라인 마권발매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알리고자 하는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2달째 투쟁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절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 4명(더불어민주당 윤재갑, 김승남 / 국민의힘 이만희, 정운천)이 대표발의한 마사회법 개정안이 작년 농해수위에 상정되어 금년 2월과 6월 두 차례 법안소위에서 다뤘지만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반대로 여전히 계류 중이다.

▶합법 사행산업 내에도 온라인발매에 대한 입장 차이 존재, “비대칭규제 개선되어야”

정부 반대에 직면해 입법화에 실패한 경마와 달리, 시행형태가 유사한 경륜·경정은 지난 5월 온라인 발매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경륜경정법이 국회를 통과해 8월부터 온라인으로 발매를 시행 중이다. 심지어 경륜경정을 주관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국마사회보다 온라인발매 법제화에 뛰어든 시기가 한참 늦었음에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법제화에 성공했다. 사실 사행산업의 온라인 발매는 생소하지 않다. 복권과 스포츠토토는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8월부터 온라인발매를 시작한 경륜과 경정을 감안하면 결국 국내 사행산업 중 경마만이 온라인발매가 허용되지 못하고, 작년 2월 이후 코로나 확산에 따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이다. “하나의 정부에서 사행산업을 바라보는 부처의 시각에 따라 정책방향이 정반대로 형성되는 현 상황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한 홍기복 위원장은 이제라도 정부가 비대칭·중복 규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경마 온라인발매 도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불법 사행산업의 시장 주도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발매, 불법 사행산업 시장 잠식 막는 유일한 대안

마사회 노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경마의 시장 규모는 6.9조원 규모로 합법경마 시장 규모 7.4조원의 93% 수준에 이른다(2019년 형사정책연구원). 합법경마가 매출액의 16% 이상을 제세금, 축산발전기금, 기부금 등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과 달리, 불법경마의 조세 포탈액은 1조 1천억원에 이를 만큼 폐해가 크다. 불법경마는 대부분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코로나19로 합법경마가 멈춘 기간에 경마 이용객들 중 상당수가 불법시장으로 흡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구매상한선 등 안전장치가 없는 불법경마의 이용자들의 도박 유병률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불법경마 이용자의 70%가 합법경마에 온라인이 도입되면 불법경마를 중단하겠다는 응답을 보인 것도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합법경마에 온라인발매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홍콩 등 대다수 경마 시행국도 불법 도박시장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온라인 마권발매를 도입한 바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홍기복 위원장과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박해철 위원장은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에게 온라인 마권발매 입법촉구 결의문을 전달했다. 전달하는 자리에서 박해철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할테니 농식품부는 감독기관으로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길 다시 한 번 촉구했다.

마사회 노조 측 참가자들은 연이어 탄식을 쏟아냈다. 한 참가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무고객경마를 통해 말산업계에 자금을 투입하며 버텨왔던 마사회도 이제 유보금이 고갈되어 차입에 들어 간다”며 온라인발매 도입 주장은 단순히 고용 안정화를 위한 요구가 아니라 산업 붕괴를 막는 마지막 비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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