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찾지 않는 배전공사현장…인력공백 불가피
중대재해뿐 아니라 업계 존폐 가를 심각한 사안

[전기신문 조정훈 기자] 중대재해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나 안전교육 강화 등의 조치가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안이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이슈도 눈에 띈다.

이 중 첫손에 꼽히는 것이 ‘작업인력 고령화’ 문제다.

최근 전기·에너지·자원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내놓은 ‘전기공사 인적자원 생태계 변화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4월을 기준으로 전기공사기술자의 연령별 현황은 50대가 전체의 29.94%로 가장 많았다. 40대가 27.51%, 60대는 27.03%로 뒤를 이었다.

전체 전기공사기술자 중 40대 이상이 84.48%를 차지한 반면 20대와 30대는 각각 5.84%와 9.61%에 불과했다.

이러한 연령별 구조는 향후 10년 내에 전기공사업계 생태계를 위협하는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생산성 감소와 노동시장 왜곡 등의 문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배전부문에서도 이러한 작업인력 고령화 추세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한전 배전부문 민간자격을 획득한 40대 이상 기술인력은 전체의 72.3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3년의 67.5% 대비 4.89%p가량 늘어난 것이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3.49%, 50대는 32.7%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60대도 6.2%에 달했다.

불과 7년 사이에 3명 중 2명이었던 40대 이상 기술인력의 비중이 4명 중 3명꼴로 급격하게 바뀐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장 작업이 많고, 업무 강도가 높은 배전공사의 특성상 고령화는 현장의 사고 위험을 높이는 잠재적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40대 이상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 상황이 심화될수록 고령의 작업자에게 주어지는 업무 부담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젊은 인력의 부재로 인한 인력 공백을 고령의 작업자들이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많은 현장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유입되는 젊은 인력보다 빠져나가는 고령 작업자의 숫자가 큰 현재의 구도가 중대재해뿐 아니라 업계 생존의 문제로 격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내놨다.

협회 관계자는 “10명 중 3명이 빠져나가고, 1명이 겨우 들어올까 말까 하는 인력공백은 중대재해를 줄이고자 하는 업계의 노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작업인력의 고령화 문제는 중대재해뿐 아니라 시공업계의 존폐가 걸린 심각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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