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정재원 기자] 지난주 친하게 지내던 한 취재원에게 메시지가 왔다. 최근 사업의 어려움과 정부 정책에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메시지였다. 취재원과 정부의 이런저런 정책에 관해 이야기를 자주 나누기는 했지만, 이처럼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한 적은 처음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관료들의 무사안일주의, 극단적인 안전제일주의로 안전공화국 형태로 가고 있습니다. 모두 이름을 에너지안전과로 바꿔야 할 정도죠. 특히 ESS 분야는 미래 산업으로 손꼽히고 과거 열심히 키웠으면서, 이제는 손을 놔버려 관련 기업들은 모두 해외 이전까지 알아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를 에너지안전과로 표현하는 취재원의 메시지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답답함과 분노가 느껴졌다.

취재원의 말이 맞다. ESS 산업은 고사 위기다. 정부의 강력한 ESS 규제 정책에 사업자와 운영자 모두 몇 년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화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정부와의 싸움도 계속이다.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여전히 말로만 ESS 산업을 살리겠다고 한다.

ESS 등 분산전원 편익을 보상해준다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이 나온 지 두 달이 다 돼가지만 달라진 것은 없고 한전이 주도하는 ‘공공ESS’도 ‘대기업 챙겨주기’란 비판을 받고 있다. ESS식 냉난방설비, 이동형ESS 등 ESS를 활용하는 온갖 제품들은 시범사업조차 시행하기 쉽지 않다.

전 세계 시장은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2024년까지 1.3GWh의 ESS를 설치하기로 했고 중국의 경우 매년 ESS 시장이 55%씩 성장한다는 발표도 있다. ‘ESS’라는 기회의 땅은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밟을 사람이 남아있어야 기회의 땅이 되는 것이다.

정부에게 묻고 싶다. 국내 ESS 업계가 사업자들의 우려대로 ‘진짜’ 고사해버린다면, 기회의 땅을 다른 나라가 밟는 모습을 보고 그때 가서 후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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