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생산에 꼭 필요한 ‘리튬’ 매장량 풍부해
韓에 협상 카드로 쓸 수 있어...中, 이미 노리고 있다 관측도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아프가니스탄 장악한 탈레반이 희귀 광물을 외교 무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한국과의 수교를 위한 협상 카드로 전기배터리 필수 재료인 리튬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중국이 희귀 광물을 얻기 위해 탈레반과 접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최근 중동국가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지난 23일 국내의 한 언론 매체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한국이 자신들을 아프간의 합법 정부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발키는 한국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며 아프간에는 리튬 등 주요 광물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발키는 “한국은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써 아프간과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협력관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튬은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에 필수 재료가 되는 금속 광물이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에서 휴대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원료 확보가 중요하다. 더군다나 전기차 제조가 늘어날 전망인데, 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역시 리튬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리튬 소비의 71%는 배터리이며 이중 중국(39%), 한국(20%), 일본(18%) 세 나라의 소비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리튬은 희귀 광물이라 전세계에서 생산하는 국가가 적다. 현재 미국, 중국, 칠레, 호주, 캐나다, 볼리비아 정도다. 때문에 이 국가들은 리튬을 외교 무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중국과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일 당시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카드를 사용하자 일본이 백기를 들었다. 당시 일본 영해를 침입한 중국 어선의 선장을 일본 당국이 체포하자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압박했고 결국 일본 당국은 선장을 석방했다. 희토류는 ‘희귀한 흙’이라는 뜻의 원소무리를 말하는데 리튬 역시 희토류에 포함된다.

미국 매체 CNN에 따르면 아프간에 묻혀 있는 광물의 가치는 1조 달러(약1170조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가 아프간의 리튬 매장량이 현재 세계 최대의 리튬 매장 국가인 볼리비아에 필적할 것으로 추정한다는 분석도 있다. 탈레반의 협상 카드를 가볍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아프간의 광물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질학자인 바이런 킹은 “중국 협상가들은 아프간으로 향하는 하늘길이 열리면 가장 먼저 비행기를 타고 도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여년간 정기적으로 아프간을 방문하며 이 지역 광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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