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윤정일 기자] 민간이든, 공공이든 건설사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LED조명이 깜빡이는 블링킹(Blinking, 깜빡임) 현상이다.

아파트를 많이 건축했거나 세대 내에 LED조명과 함께 정수기, 비데, 인덕션 등 전열기구를 설치한 건설사일수록 민원의 양은 급증한다.

최근 아파트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명 관련 민원의 30% 이상이 ‘LED조명 블링킹’이라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LED조명 블링킹(Blinking, 깜빡임)은 아파트 세대 내에 설치된 정수기를 비롯해 비데, 인덕션, 순간온수기 등 인버터(펄스) 방식의 전열기구를 온·오프 하는 경우 순간전압강하(SAG) 현상이 발생하면서 조명회로 1차 측에 순간전압이 변동해 LED조명 불빛이 순간적으로 떨리는 것으로, 조명의 전압변동에 의해 나타나는 플리커(Flicker)와는 구별된다.

뜨거운 물을 사용하기 위해 정수기를 쓰거나, 화장실에서 비데를 사용할 때, 혹은 부엌에서 인덕션을 이용할 때 갑자기 거실이나 방, 화장실 등에 설치된 LED조명이 빠르게 깜빡인다면 블링킹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는 당연히 이를 LED조명의 문제로 인식하고, 건설사 혹은 조명업체에 문의해 불량해결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동안 이 현상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조명업체, 특히 가장 말단의 LED컨버터 업체가 지었다는 점이다.

건설사에 제품을 팔아도 몇 푼 벌지도 못하는 컨버터 업체들이 A/S 직원들을 몇 날 며칠 ‘민원 아파트’에 보내 LED컨버터를 교환해주는 심정이 오죽하겠나.

전기신문은 그동안 꾸준히 이 문제를 지적했다.

민원 아파트에 직접 건설사, LED조명 업체, 컨버터업체, 전력품질(PQ) 업체 등이 함께 가서 LED조명 블링킹 현상의 원인을 찾았다는 보도기사, 또 대학교수와 LED컨버터업체 관계자, 조명 관련 협동조합 담당자의 좌담회를 통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는 기획기사, 또 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내부 간담회를 열고 연구용역 등을 추진해보자는 기사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국립전파연구원 등은 서로 책임을 ‘핑퐁’치면서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있다.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누구의 소관인지 알 수 있고, 소관을 파악해야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누구 하나 그럴 열정도, 책임감도 없다.

정부 앞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사업자 단체의 형편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정부에 대해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속을 끙끙 앓고 있는 조명 관련 협·단체의 행태도 안타깝기는 매 한가지다.

장우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 5월 전기신문 주최의 좌담회에서 “(조명뿐만 아니라) TV, 냉장고할 것 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제품에서는 블링킹 문제를 체감하기 힘들다. 인간이 느끼지 못할 뿐이다. 조명만 이런 현상이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처음 수면 위로 오른 것”이라며 “가전업계도 남의 문제로만 인식하지 말고, 이 문제를 귀담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LED컨버터 업계와 가전업계를 불러 모아 머리를 맞대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산업과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는 것 또한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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