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메타버스는 최근 가장 핫한 두 개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ESG는 기업경영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배경에서 나온 용어이고, 메타버스는 온라인게임과 ICT 분야의 가상현실 기술에서 출현한 용어로서 그 등장 배경은 다르지만 코로나로 인해 동시에 핫이슈로 부상했다. 산업혁명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흐름이 가속화되며 모든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게 되었는데, 결과 지상주의적 과열 경쟁이 빈부 격차 심화, 환경오염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함으로써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이 ESG 이슈가 부상하게 된 계기이며, 기존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개념 대비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이행의무에 대한 강제성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코로나에 대한 단기적 대응 관점에서 언택트 업무 문화가 확산되며 부상한 용어로서, 기존의 가상현실에 경제적 활동 측면이 강화되며 본격적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얼핏 달라보이는 2가지 용어들에도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기존의 결과 중심적인 접근 대신 "과정"이 중요해지고 있고, 그러한 과정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속된 말로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면 된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 등의 문구들은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합리화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나, ESG는 돈을 벌되 그 수단과 과정의 정당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메타버스는 그러한 과정의 기록 및 검증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접점이 존재한다. 메타버스 안에서는 모든 활동 로그가 기록되기 때문에 커뮤니티 구성원들간 기여도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이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초기 모델로 거론되는데, 여기에도 경제적 활동의 측면이 증가하여 왔다. 이미 게임 내 아이템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거래되는 사례는 오래되었으며, 온라인게임 과정 중에 참여 플레이어들이 함께 협력 미션을 수행하고 명확한 성과 측정을 통해 수익을 배분하는 활동은 경제적 행위의 측정과 적용이 온라인 공간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모든 활동 로그가 기록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대비 보다 명확한 성과 측정과 관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기능적 강점이 최근의 언택트 필요성과 접목되면서 오프라인 상의 경제 활동이 본격적으로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오기 시작하는 모멘텀으로 작동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내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거래하기도 하고 부동산 분양이나 유료 콘서트와 같은 경제 활동을 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가상공간의 부동산이나 물건을 거래하는 과정에 NFT(Non-Fungible Token)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어 유일성과 가치증명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기술 영역에 있어서는 오래전부터 주창되어 온 디지털트윈 개념이 메타버스와 연계·확장됨으로써 본격적인 적용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가상과 현실세계의 상호작용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진 개념으로 스마트시티를 디지털트윈 개념으로 구현하여 도시행정과 문제해결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디지털트윈 기술의 고도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각종 사물인터넷 센서 데이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가상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구현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제 구축 전에 발전기 효율을 추정한다든지, 기 구축된 발전소의 운영유지보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 현재는 오프라인 공간의 설비나 시스템을 온라인 공간으로 옮기는데 초점이 있지만, 다양한 데이터가 누적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별도의 메타버스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기술축적에도 기여할 것이다.

최근 남양주시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ESG 행정에 메타버스를 적용하여 “남양주 ESG 메타시티”라는 개념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상기의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기술이 ESG와 접목되기 시작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ESG는 소위 공공재의 영역이 사적소유권 및 시장경제 활동의 영역과 본격적으로 연계되기 시작한 것으로, 소위 “공유지의 비극”으로 대변되는 공적 자원의 남용 방지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개념을 넘어 현실 세계 적용을 위해서는 이를 세부 항목별로 측정하기 위한 각종 지표가 개발되어야 하며, 이러한 지표를 기반으로 구성원들의 긍정적·부정적 기여도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활동들은 기본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하여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 공간에서 그러한 측정과 평가를 하는 것이 보다 비용 효율적일 수 있으며, MZ 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들의 적극적 참여도 끌어내기가 용이한 측면이 있다.

기술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유인이 필요하고, 경제적 유인은 많은 기업들의 유입을 이끌어내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해당 기술이 확산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는 토대를 제공한다. ESG는 메타버스 기술의 적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ESG는 그러한 기술적 기반을 통해 한층 더 현실화되고 확산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논쟁에서 빈번히 강조되는 블록체인 기술과 코인의 관계성도 이러한 맥락으로, 기술과 사회는 공진화하며 상호 필요성과 의존성을 강화시킨다. 이러한 맥락에서 ESG와 메타버스는 공진화의 최적 조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이력(강동주) ▲연세대 경영학박사 ▲홍익대 전기공학박사 ▲(주)해줌 연구소장 ▲부산대 산학협력중점교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연구교수 ▲BNK금융그룹 부산은행 심사역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