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지금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유연성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보조서비스 정산체계 개편과 실시간시장의 도입은 VPP(가상발전소) 사업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전력시장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을 강화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 기존의 중앙급전발전기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 이러한 기대는 VPP가 개별 분산형자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 DER)의 특성 파라미터를 조합하여 하나의 운영 프로파일을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시장 및 계통운영에 참여해야 하며, 통합 포트폴리오 단위로 계통운영자의 급전지시에 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VPP 구성요소는 어떠한 유형의 DER 기술도 참여할 수 있지만, 최소한 하나 이상의 제어가능한 자원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VPP 구성요소는 지리적 제약을 받지 않지만, VPP가 중앙급전발전기의 자격으로 전력시장 및 계통운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VPP 내 구성요소들이 동일한 송전단에 연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공급능력 및 자원운영에 대한 가시성(visibility)과 제어가능성(controllability)은 계통운영자가 VPP를 급전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필요조건이며, VPP를 마이크로그리드와 같은 다른 유형의 DER 통합운영기술과 차별화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계통운영시 VPP에 대한 제어권한은 계통운영자에게 귀속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VPP를 구성하는 요소기술 자체는 배전수준의 전력기술로 분류할 수 있지만, 통합 발전 포트폴리오 단위로 전력시장 및 계통운영에 참여하는 VPP 그 자체는 기존의 중앙급전발전기의 역할을 수행하는 송전수준의 공급자원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계통운영자는 VPP 단위로 전력시장 및 계통운영에 대한 제어를 수행해야 하며, 개별 DER에 대한 제어는 도매전력시장 청산결과 및 계통운영자의 급전지시를 바탕으로 VPP 운영자가 자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단, 이를 위해서는 VPP 단위의 통합 발전 포트폴리오의 공급능력을 가시화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계통운영 기술기준의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편, VPP 제어와 관련하여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실시간 급전시 VPP가 위치한 배전망 내 제약이 발생하는 경우와 관련된 것이다. 즉, 실시간 급전시 배전망 내 제약 발생으로 인해 VPP를 제어해야 하는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VPP 제어명령을 누가 수행할 것인지를 사전에 결정해야 한다. 이는 VPP가 근본적으로 배전단에서 구현되는 배전수준의 전력기술이지만, 이를 송전수준에서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계통운영자 입장에서는 계통운영시 배전망 운전상태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고 이에 대한 가시성 또한 확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 급전시 발생하는 배전망 내 제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배전사업자가 배전제약 발생에 한해서는 해당 지역의 VPP에 대한 제약급전 권한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계통운영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배전수준에서의 운영 문제로 인해 임의로 배전사업자가 VPP 급전을 변경한다면, 이는 오히려 계통운영상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배전망 제약과 관련된 VPP 제어권한 체계의 확립은 결과적으로 VPP 사업모델의 구현과 직결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한편, VPP 표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표준은 신규 산업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신규 시장진입자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진화하는 단계에서 지나치게 빨리 표준을 개발하는 것은 관련 기술의 독창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VPP에 포함될 수 있는 매우 다양한 유형의 프로그램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표준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VPP 기술의 유동적인 특성으로 인해, VPP 표준은 관련 시장의 성숙도에 맞춰 수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VPP 운영 프로그램이 전력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함에 따라, 이를 통해 VPP 기술개발을 위한 공통 표준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PP 최적화 소프트웨어 및 제어·관리기술의 상용화 구현을 위해서는 이러한 공통요소를 도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래 전력시장에서 VPP 활용에 대한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급전자원으로서 VPP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VPP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적 고려사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이해관계자 간 심도 깊은 논의를 차기 전력시장 개편을 준비하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프로필

▲홍익대 전기공학 박사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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