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수단이 비열하다면 결코 목적은 정당화될 수 없다’

쿠바의 게릴라 지도자였던 체 게바라가 농림부 장관 재직 시절 남긴 말이다. 바른 길에 서서 바른 목적을 추구하는 삶을 중요시 여겼던 그의 신념이 반영됐다.

얼마 전 경기도 교육청에 수준미달의 중국산 저질 통신선이 사용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일반적으로 구리선만 사용하는 CAT.6 대신 구리보다 통신속도가 떨어지는 알루미늄을 중심으로 구리를 덧씌운 CCA 케이블이 사용됐다는 내용이다.

취재 과정에서 다양한 증거를 확보했다. 해당 케이블의 사진뿐 아니라 실물도 확보했고 다양한 테스트 결과도 얻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과 해당 케이블을 납품한 업체는 “검사 결과 이상 없다”, “요구하는 속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각각 밝혔다.

이들 주장의 신빙성은 통신분야 전문 교수와 인증기관으로부터도 확인했다. ‘짧은 구간의 경우’ CCA 케이블로도 빠른 속도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CCA는 CAT.6보다 훨씬 가격도 저렴하다.

‘그렇다면 정말 CCA로 괜찮을까’라는 고민에 잠시 빠졌다. 그리고 체 게바라가 생각났다.

우리나라에는 CAT.6에 대한 KS가 있다. 미국에도 EIA/TIA 568이라는 규격이 있다.

KS에서는 연동선(구리선)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EIA/TIA 568에서는 CCA를 ‘가짜’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라에서 정한 ‘방법’이 있는데 아무리 ‘목표’가 같다고 하더라도 이를 어기는 게 용납될 일일까. 더군다나 아이들의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 현장이며 향후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인 수업이 진행된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라면 그랬을까.

이 같은 일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 발주제안서 단계부터 지금처럼 두루뭉술한 형태가 아닌 정확하게 전선의 표준을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발주처에서도 이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CAT.6와 CCA는 똑같을 수 없다. 애인한테 순금이라며 도금 반지를 건네다 들키면 뺨 맞을까 무섭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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