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무선인프라 구축사업사업에 통신선 KS 요구 제외

경기도 교육청 전경.
경기도 교육청 전경.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최근 성능 미달의 CAT.6 케이블이 경기도교육청에 납품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통신 케이블의 표준인증이 발주 단계부터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선업계에서는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발주한 ‘2020년 학교 무선인프라 구축사업’에 성능 미달의 UTP 케이블 CAT.6가 사용됐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 5월 24일자 1면 보도>

CAT.6 제작 시 보통 도체로 사용되는 연동선(구리)이 아닌 CCA(Copper Clad Aluminium)가 사용됐다는 내용이다. CCA는 알루미늄에 구리를 코팅한 전선으로 전류를 전달하는 전도율은 구리보다 낮고 전기가 흐를 시 저항을 나타내는 고유저항값은 구리보다 높아 연동선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전선업계에서는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진 이유 중 하나로 부실한 발주제안서를 꼽고 있다. 산업표준화법과 국가계약법에서 KS(국가표준) 및 공인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경기도교육청의 발주제안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값이 오르자 공사비를 맞추기 위해 비교적 가격이 낮은 CCA를 쓰며 부실공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CAT.6에 대해 ‘KS표준’ 한 단어만 들어가도 이번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산업표준인 KS C 3342에서는 CAT.6의 도체를 최소 0.485mm 이상의 ‘연동선’을 사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다른 전선업계 관계자는 “CAT.6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은 모두 KS표준을 획득하고 있다”며 “미국 또한 최근 값싼 중국산 CCA 케이블이 시장을 교란시키자 CCA를 부정하고 이를 가짜로 구분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공사의 제안서에서 케이블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기술표준’을 통해 포괄적으로 표준을 포함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의 해당 제안서에는 ‘사업수행 시 기술표준 및 사업관리에 대한 표준을 준수하고, 표준화 방안을 수립하여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품질보증방법’에서는 케이블을 제외하고 무선AP, AP컨트롤러, PoE스위치에 대해서만 공인 인증기관의 시험성적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시험성적을 거친 AP를 설치해 학교에서 무선망 활용이 가능한 성능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로 케이블(의 표준)을 꼭 찍어 요구하진 않았다”며 “그러나 제안서에서 기술표준 및 사업관리에 대한 표준을 준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제안서에 케이블 표준인증을 요구하는 내용이 빠진 것은 경기도교육청 외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위탁받아 진행한 12개의 같은 사업에서도 똑같았다.

학교무선통신망 구축사업은 경기·대구·세종·경북·전남·전북도교육청 등 6곳이 자체발주했으며 그 외 교육청은 NIA가 진행했다.

NIA 관계자는 “전기신문 보도 이후 기존 사업에 대해 확인에 들어갔는데, 연동선으로 만든 CAT.6 케이블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요구하는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연동선 CAT.6를 쓰는 게 당연했기 때문에 케이블에 대해 정확한 표준을 요구하는 부분이 빠진 것”이라며 “향후에는 발주 시 케이블 인증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또한 앞으로 케이블의 규격을 정확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케이블의 시험연구를 진행하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관계자는 “CCA 케이블의 경우 감쇠량이 떨어져 KS 인증 제품보다 성능이 낮다”며 “발주 단계에서 케이블의 KS를 요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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