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값, 기준치보다 두 배 높아…전선업계 "원격수업 어려울 것"

경기도교육청의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구리 클래드 알루미늄 와이어(Copper Clad Aluminum) 소재의 CAT.6 케이블 박스.
경기도교육청의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구리 클래드 알루미늄 와이어(Copper Clad Aluminum) 소재의 CAT.6 케이블 박스.

[전기신문 양진영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원격수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실시한 공사에 성능 미달인 불량 통신선이 설치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일 복수의 전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도가 실시한 2400여개 초중고 무선망 구축사업에 불량 케이블이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말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2020년 학교 무선인프라 구축사업’을 공고했다.

해당 발주는 경기도교육청의 관할 2425개 학교에 무선AP, PoE스위치 등 무선통신장비를 도입하고 AP와 PoE를 UTP CAT.6로 연결하는 것이 골자다. 총사업비는 약 1078억8425만원이 책정됐다.

경기도는 일반교실에 무선망(Wi-Fi)을 설치해 스마트기기와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미래형 교육환경 기반을 조성하고 온라인 등교 상황에서도 교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원격수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전선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공사에 사용된 UTP CAT.6가 일반적인 제품과 달리 KS표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보통 CAT.6는 특성이 우수한 연동선을 도체로 쓴다. 그러나 이번 공사에 사용된 제품은 알루미늄에 구리를 코팅한 CCA(Copper Clad Aluminum)라는 게 전선업계의 주장이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업체에서 이번 공사에 사용된 CAT.6를 입수해 실험해본 결과 겉보기는 같았지만 CAT.6의 성능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물질에 전류가 흐르는 정도를 나타내는 ‘전도율’에서 구리 값을 1로 기준 삼을 때 알루미늄의 값은 0.61 정도다.

또한 물질마다 다른 고유의 전기저항을 의미하는 ‘고유저항값’의 경우 구리를 1로 기준 삼으면 알루미늄은 1.6이다. 이는 알루미늄 전선이 구리선과 같은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구리보다 더 두꺼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제가 제기된 케이블은 외관이 구리선 CAT.6와 동일한 만큼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전선업계에서 문제의 전선을 입수해 실시한 저항테스트에서 24.90Ω/100m가 나오며 KS(한국산업표준) C 3342에서 요구하는 ‘9.38Ω/100m 이하’보다 2배 이상으로 측정됐다.

이 때문에 전선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산업표준화법과 국가계약법(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표준화법 제24조와 제25조에서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물자 및 용역의 조달ㆍ생산관리ㆍ시설공사 등을 진행할 때 KS표준을 준수하고 공인 인증된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국가계약법 23조에도 정부가 입찰을 진행할 때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전선업계는 원가절감을 위해 CCA 케이블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305m가 들어 있는 한 박스당 구리선 CAT.6의 경우 단가가 8만원 정도지만 알루미늄 CAT.6는 3만8000원 정도로 가격이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선업계는 불량케이블이 유통되면 교원들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선업체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제품은 화상수업 시 화면이 끊기거나 노이즈가 일어나는 등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싸구려 자재만 쓰려다 우리 사회의 미래 주역인 학생들이 받는 수업의 질까지 저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현재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며 관련 사안에 대한 검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발주계약 당시 제안서를 통해 입찰업체들에 기술표준 및 사업관리에 대한 표준을 준수하고 표준화 방안을 수립해 적용하도록 요구했다”며 “현재 설치된 1차 물량의 40%를 대상으로 검수를 진행 중이며 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이 있다면 이 과정에서 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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