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식 한국태양광발전학회 회장 (신라대학교 산학협력단 단장, 신소재공학부 교수)

코로나 펜데믹으로부터 시작된 기후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이제 불안감을 넘어 미래 세대에 대한 심각한 부채로 인식되고 있다. 기후위기의 주범은 인류의 무분별한 탄소 배출의 결과라는 주장은 그동안 논란의 소지가 있었지만 현재는 과학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세계에너지기구 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작년 탈탄소를 위한 청정 에너지기술에 대한 전망을 밝힌 ETP2020(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 2020)을 발표했다. ETP2020에는 세계 기후 및 에너지 목표를 충족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시나리오로 207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시스템을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탈탄소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넘어 청정전기, 그린 수소, 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바이오 에너지 분야의 보다 빠른 혁신을 통한 탄소중립 시대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전 세계 1차 에너지 수요 중 주거 및 상업용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는 2018년 기준 약 29%를 차지하며 조명, 냉난방, 조리 등의 부하에 사용된다.

건물에너지 절감을 위한 방법으로 단열을 위한 패시브 기술, 신재생에너지 공급 기술을 건물에 적용하기 위한 액티브 기술(태양열, 지열, 태양광, 연료전지)이 있다.

가장 오래된 건물에너지 공급기술인 태양열은 그 비중이 축소된 반면, 건물에너지의 전기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으로 최근에는 태양광과 연료전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태양광은 지붕형과 대형 발전소와 같은 단순한 형태에서 다양한 환경 대응형 분산전원으로 발전해 수상 및 해상태양광, 건물태양광, 영농형 태양광, e-mobility에 적용 가능한 태양광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주를 이루고 있는 불투명한 실리콘 계열의 태양광 모듈뿐만아니라 투과도 조절 가능한 반투명 모듈, 컬러 모듈 등의 개발을 통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다양한 건물 외장재로 활용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모듈과 고출력 모듈의 개발은 태양광이 친환경 청정전기를 생산하는 부품 개념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서 태양광 활용에 대한 수용성을 확대시켜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탄소 배출의 약 9%를 차지하는 건물의 경우 건물에너지 절감과 함께 건물의 외장재와 결합된 건물태양광의 보급 확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대응책이다.

건물태양광의 보급이 아직도 미진한 이유는 건물에 부착되는 기존의 태양광 모듈이 심미성이 부족해 건축주들의 수용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의 결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색상이 구현 가능한 컬러 모듈, 투과도 조절이 가능한 반투명 모듈, 설치 하중을 줄인 경량 모듈 등이 개발되면서 건물의 심미적인 설계가 용이해지고 있다. 다만 아직도 육상 태양광의 설치단가 대비 건물태양광의 설치단가는 상대적으로 높다.

설치단가 절감을 위해서는 육상 태양광 설치단가 절감의 경우와 같이 기술 개발과 함께 규제 개선 및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건물태양광 보조금사업,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심의기준 개정을 통한 일정 면적이상의 건물의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의무화 등 지자체 차원의 건물태양광 보급 지원 정책은 눈여겨볼만하다.

이를 통해 서울은 향후 건물태양광 산업 생태계 육성과 일자리 창출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중립을 위한 건물에너지 분야의 탈탄소화 기술은 태양광이 가장 유용할 것이다. 건물태양광의 범부처적인 연구개발 확대와 더불어 보다 적극적인 건물태양광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급 기반 조성과 함께 건물에너지 수요 대비 일정 비율의 건물태양광 설치 의무화를 부여하고, 건물태양광 설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향후 탄소 국경세 등 탈탄소 관련 무역 장벽의 등장을 대비하기 위해 건물 전력 소비자의 청정전기 선택권 부여, 탈탄소 연계 전기요금 개편, 건물 에너지와 탄소 배출권의 연계 등 정부 정책 변화가 중요해 질 것이다. 건축산업과 융합한 건물태양광 산업 육성을 통해 유망한 미래 에너지산업의 한 축을 우리나라가 선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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