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투표 부정선거 시비…2달째 투표함 개표 못해
선거관리위와 현 임원진, 경찰 고발 등 양측 대립각
보다 못한 회원사들 개표 촉구했지만 협회장이 거부

[전기신문 나지운 기자] 철도신호공사업체들의 모임인 철도신호기술협회가 부정선거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급기야 의혹을 제기한 선거관리위원회 측이 현 협회 임원진을 경찰에 고발하며 법정 시비로까지 번진 모습이다. 보다 못한 회원사들이 사태 진정을 촉구했지만 이마저 무산된 상황이다.

14일 철도신호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신호기술협회는 지난 2월 예정됐던 협회장 선거를 위한 대의원선거 투표의 개표를 2개월이 넘도록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철도신호기술협회는 회원들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 선거방식이 아닌 대의원들이 협회장을 뽑는 간선제 방식으로 협회장을 선거한다. 이 때문에 대의원 선거는 사실상 협회장 선거와 다름 없다는 설명이다. 선거는 투표권을 지닌 회원들에게 투표용지를 발송한 뒤 등기로 회신을 받아 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지난 2월 5일 협회 선관위가 부정 투표용지발송 의혹으로 개표중단을 선언한 뒤 2개월이 넘도록 개표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일부 회원사들에 투표용지가 이중발송됐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총 62장의 용지가 이중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중발송 문제 외에도 선관위 측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은 복합적이다.

선관위 측은 우선 특정 대의원의 지지를 촉구하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선거 기간 이전에 유권자들에게 발송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 선거 규정에 어긋나는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주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사용했을 개연성이 있어 개인정보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대의원 후보자들의 자격에도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후보로 나온 총 45명 중 무려 8명이 회비를 미납해 후보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정관상 만 70세 이상의 회원은 경로우대 차원에서 회비 납부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선관위 측은 해당 규정은 나이 외에 추가적인 조건을 충족해야만 가능한 것이며 지적받은 대의원 후보들이 이를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선관위는 일부 유권자들의 투표 권한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회비를 납부하고 회원으로 등록돼야 투표권이 주어지는데 회비 미납자가 선거인 명부에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협회에 회원으로 가입조차 돼 있지 않은 비회원마저 명부에 포함된 게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의혹들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선관위 측과 현 협회 회장·부회장과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선관위 측이 연달아 의혹을 제기하자 협회 측은 선관위 측이 의도적으로 선거를 방해한다며 선관위장 불신임안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협회 이사들 간 의견이 갈리며 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양측의 대립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급기야 선관위 측이 현 협회 지도부인 박재영 회장과 최준영 부회장을 ‘선거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3월 11일 경기도 광명경찰서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선거관련 논란이 협회 내부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자 보다 못한 협회 주요 회원사 사장들은 지난 3월 25일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대의원들과 유권자들을 각각 후보와 선거인 자격에서 제외하고 개표할 것을 협회 측에 권고했으나 협회가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전임 회장이었던 한봉석 선거관리위원장과 현 회장인 박재영 회장과의 불협화음이 외부로 표출된 모습이라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박재영 회장이 한봉석 회장의 후임인데 이번 사건은 양측이 서로를 불신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러한 선관위의 의혹 제기에 대해 협회 측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최준영 협회 부회장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할 수 있지만,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 괜한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곧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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