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보고서에서 원전의 지속 가능함 인정
SNS상에서 전문가들 간 공개토론 벌여...계통, 경제성 등 놓고 입장차 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모습.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부하추종 능력이 떨어지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은 앞으로 설자리를 잃고, 부하추종 능력이 뛰어난 LNG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모습.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부하추종 능력이 떨어지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은 앞으로 설자리를 잃고, 부하추종 능력이 뛰어난 LNG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신문 정형석 기자]정부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석탄발전 감축과 신재생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의 역할을 두고 전문가들이 SNS상에서 설전을 벌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창경 전 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개인 SNS에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3월 발간한 지속가능보고서를 인용, “유럽국가들도 원자력을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인정했다”며 “우리나라도 원자력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한 긍정과 반대 댓글이 수백개가 달렸다.

우선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탄소 중립실현의 가장 용이한 길은 원전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것”이라며 “원전으로 수소를 생산하면 태양광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의 반값으로 생산할 수 있고, 전력의 70% 이상을 원자력으로 공급하는 프랑스에서는 원전 부하 추종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력계통전문가인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원자력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통을 고려할 경우 대형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는 같이 갈 수 없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우리나라 원전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20%가 채 안돼도 예비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순부하의 변동성을 좇아가지 못해서 감발하거나 정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유럽 전력망과 연계돼 있는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는 섬과 같은 단독계통인데다 원전의 출력 조절 기능이 없어 기존 원전을 멈추고 가스터빈 만큼의 출력조절이 가능한 소형원전이나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신재생의 진입을 위해 원자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교수는 “계통 입장에서 보면 원자력이나 신재생이나 다 경직적인 전원인데 신재생을 늘려야 한다는 이유로 원자력을 퇴출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앞으로 돈을 엄청나게 투자해야 하고 전력공급도 불안정한 신재생을 늘리는 게 이미 돈을 투입해서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원전을 좌초시켜 버릴 만큼 가치 있는 일인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문제를 놓고도 계통전문가들 간 공개토론이 활발히 전개됐다.

이근준 충북도립대 교수는 “대규모 신재생단지를 조성해 장거리 송전선로를 거쳐 송전할 경우 전력손실, 전력품질, 에너지저장 등의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며 “전력망에 기본검토도 없이 신재생을 무작위로 확산하자고 하는 것은 재앙과 같은 변동성을 전력망에 주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그린뉴딜이라는 구호로 원전을 배제한 채 저효율 고비용의 신재생을 우선으로 하는 것은 안정성과 경제성을 추구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전력망 최적화방법을 배제하고 정치변수에 예속하려는 것”이라며 “엄청난 혈세를 퍼붓고 전력망붕괴로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면 이에 관여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대경 박사(전 아시아개발은행 선임에너지전문가)는 “많은 전문가들이 변동성 전원 비중이 20%를 넘으면 큰 일 날 것 같이 주장했지만 현재 이를 초과하는 나라들이 많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독일이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보다 훨씬 좋은 전력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중을 탓할 바는 아닌 것 같다”며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크지만 변동성을 커버할 수 있는 유연성 관련 기술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신재생에너지 전원의 품질이 낮다는 인식은 벗어나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박사는 또 “문제는 외란의 크기보다는 준비태세여서 텍사스 순환 정전 사고도 이미 몇 해전 유사사례가 있었지만 대비를 소홀히 해서 생긴 문제”라며 “이와는 반대로 몇 해전 일식이 미국 대륙 전체에 걸쳐 일어났지만 대비가 됐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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