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인류문명의 시작부터 19세기까지 인간에게 가장 주요한 에너지원이었던 목재를 석유 및 석탄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가 대체한 지 이제 200여년 남짓인데, 벌써 재생에너지 그리고 이를 넘어 수소에너지의 시대를 준비할 때가 되었으니 실로 기후변화 문제로부터 촉발된 에너지 전환의 속도가 놀랄만하다.

수소경제는 ‘수소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경제’로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즉, 수소경제의 주목적은 현재 수송, 산업, 가정 및 상업 부문에서 널리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대량의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 운송,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수소경제라는 용어는 1970년 존 벅크리스가 제너럴 모터스 강연에서 최초로 사용하였으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우리 정부 또한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작년 7월에는 컨트롤타워 격인 ‘수소경제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에너지원으로서의 수소 사용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실제 기존의 다양한 연구에서 수소경제의 ‘성공적’인 개발과 실현은 환경, 에너지 안보, 경제 및 최종 소비자에게 다양한 편의와 장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성공적’이라는 단어이다. 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수소경제가 추진되고 적절한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된다면 되려 에너지 시스템에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소경제의 잠재적 가치들이 충분히 발현되는 성공적인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서 현 시점부터 꾸준히 점검해야 할 요소들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첫째, 무엇보다 친환경적인 수소생산 시스템이 잘 구축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는 수소차 및 연료전지 발전소 보급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반드시 검증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수소의 생산 방식은 석유화학공정의 부산물인 부생수소, 천연가스 개질, 수전해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현재 주로 활용되고 있는 부생수소와 개질수소는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국내 발전믹스는 화력발전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다량의 전기를 사용하는 수전해 방식도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 방식의 수소 생산비용은 수소 1kg 당 9,000~10,000원으로 부생수소(1,500~2,000원)와 천연가스 개질 방식(2,700~5,100원)에 비해 높다는 점도 큰 한계점이다. 따라서 향후 수소차 및 연료전지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수소를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건실하고 균형 잡힌 수소산업 생태계가 조성 중인지 점검해야 한다. 수소경제를 기반으로 한 신성장동력 확보 및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에너지 전주기 즉 생산, 저장, 운송, 충전, 활용에 걸쳐 세계적 수준의 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국내 산업생태계를 활성화해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수소산업 분야별 국내기업 분포 및 인력 규모를 살펴보면 70% 이상이 활용 분야에 몰려있고, 활용 분야를 제외하면 대기업의 진입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일본, 미국, 유럽에서 정부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협력하여 수소에너지 전주기에 걸친 생태계를 형성 중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수소에너지 전주기에 다양한 규모의 기업 진입을 유인하여 건실한 산업 생태계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대흐름에 맞게 선제적 규제 해소 및 정책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수소에너지 기술의 안전성과 이에 대한 국민 인식 및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수소차, 수소충전소, 연료전지 발전소 등 수소에너지 기술을 성공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우호적인 태도와 높은 수용성이 중요하다. 최근 서울 강서구 수소생산기지와 인천 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이 주민 반대로 보류·지연되는 등 수소에너지 시설이 국민들에게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릉 수소저장탱크와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폭발사고 등으로 인해 커지고 있는 수소기술 안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수용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수소경제 실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여러 기업들이 여전히 수소 관련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 변동성이라는 리스크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수소경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일관된 신호를 시장에 제공해야 한다. 또한 타 에너지 정책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수소경제 추진을 위한 강력한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수소경제 특성상 세부과제와 관련된 정부 부처가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때 개별 부처의 입장이 상이할 경우 이를 적절히 조율하여 관련 과제 및 사업들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는 상위 수준의 거버넌스가 정립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수소경제는 아름답고 거창한 비전과 목표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수소경제가 자리잡고 건실한 산업 생태계로 완성되려면 오랜기간 동안 정부, 산업계, 학계, 일반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과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성, 환경성 및 안정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성공적’인 수소경제 실현을 통해 깨끗한 환경과 지속 가능한 발전, 그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 제고가 달성될 수 있다.

서울대학교 기술경영경제정책 협동과정 이종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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