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특허심판원 결정 놓고 서로 아전인수 해석
영업비밀침해 이어 특허침해 소송도 격화 조짐
2월10일 첫 최종판결, 한쪽은 큰 피해 예상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년 가까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이어 이제는 특허침해 소송까지 격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양 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특허 8건에 대한 무효심판청구(IPR; Inter Partes Review)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미국 특허심판원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양극재 특허 2건에 대한 IPR 4건과 분리막 특허 3건에 대한 IPR 4건 등 총 8건의 IPR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8건의 IPR에 대해 지난해 11월 30일 6건, 이달 12일 나머지 2건을 각하 결정했다.

이를 두고 양 사는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조사개시 (각하) 결정에 대한 항소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다툼을 시작조차 해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업계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보다 특허심판원에서의 특허무효율이 더 높기 때문에 특허심판원에 IPR을 대거 신청했으나 조사개시 거절 결정으로 특허소송 전략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어 “(우리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특허심판원에 제기한 배터리 모듈 관련 IPR 1건은 지난해 9월 30일 조사개시가 결정돼 진행 중”이라며 “이 건에 대한 최종결정은 올해 하반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특허심판원의 조사개시 각하는 중복절차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통상 원고가 국제무역위원회나 연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피고는 해당 절차에서 특허무효를 주장한다. 이와 동시에 특허심판원에 특허의 세부 쟁점별로 무효심판(IPR)을 제기한다.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초부터 IPR 결과보다 국제무역위원회 또는 연방법원의 소송 결과가 먼저 나온다고 판단하면 중복 청구를 이유로 IPR 개시를 각하하는 결정을 하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특허심판원의 IPR 각하는 소송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이 같은 정책을 따른 것에 불과하지 않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본질적 내용을 왜곡하면서 아전인수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사의 이번 여론전으로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이어 특허침해 소송까지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 사의 분쟁은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및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경력직원 100여명을 채용하면서 배터리 영업비밀을 무단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2월 10일 최종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 파우치형 배터리셀 구조와 모듈 특허를 침해했다며 2019년 9월 3일 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그러자 LG에너지솔루션도 9월 26일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안전성강화분리막(SRS)과 양극재 특허를 침해했다며 역시 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에 맞제소했다.

양 사 모두 한국과 미국에서 대규모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중도 합의 없이 최종 판결까지 갈 경우 한쪽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국 의원들까지 양 사 합의를 종용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