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없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GW급 가상발전소 운영
전국에 분산돼 있는 소규모 발전설비 통합관리하는 VPP 시대

최근 발전업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한국형 뉴딜 정책의 큰 축을 형성하는 ‘그린뉴딜’과 ‘디지털 뉴딜’이다.

발전회사들은 그동안 업의 특성상 무게중심을 ‘그린뉴딜’에 실어 왔지만,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발전 현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디지털 뉴딜’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발전소 주요 설비에 센서를 달아 모니터링 원격제어가 가능하도록 한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와 발전 운영 기술에 4차산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플랜트’ 구축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은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향후 전력산업의 미래를 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분산전원 기반 가상발전소(VPP)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분산전원 디지털 플랫폼 사업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국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하나의 VPP로 통합 관리·운영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국남동발전(사장 유향열)과 한국동서발전(사장 박일준)은 자체 R&D를 통해 VPP 사업을 진행 중이며, 한국남부발전(사장 신정식)은 발전사 중 유일하게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 국책과제로 ‘실시간 분산자원 집합발전소 전력거래서비스’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중앙급전발전기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VPP 운영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남부발전과 한국지역난방공사, 가천대, 건국대, 아이온, 해줌 등 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발전회사인 남부발전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분산전원 공급 및 연계, VPP 운영, 전력시장 정책 개선 등을 맡고 있다. 즉 VPP 실증에 참여하는 태양광, 풍력 등의 분산전원을 모집하고, 이들을 모아 향후 통합운영을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연구기관인 가천대와 건국대는 VPP 운영 알고리즘 개발과 시뮬레이터 설계, 배전계통을 고려한 VPP 운영 전략 모델 설계 등을 수행한다. 즉 풍력, 태양광, ESS 등 3종 이상의 분산자원을 VPP통합운영시스템과 연계시키고, 발전량과 ESS 충·방전량을 분석해 DB표준화를 추진하게 된다.

또 재생에너지 기업인 아이온과 해줌은 신재생 발전량 예측과 VPP 운영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기상정보(구름이동, 일조량, 풍속 등)를 활용해 발전량을 예측하고, 예측된 전력공급 가능용량을 시간대별로 산정해 최적의 입찰량을 산출하게 된다.

이 과제는 지난해 10월 시작돼 2023년까지 4년간 진행되며, 4년 후에는 실제 VPP사업자로서 GW급 발전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김경삼 한국남부발전 발전기술개발원장

“가상발전소(VPP)라고 하면 전력산업 종사자들조차 생소해하는 게 사실입니다. 석탄, LNG복합처럼 하나의 발전소가 아니라 여러 발전자원을 모아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한다는 게 막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VPP는 재생에너지에 ESS를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해 발전량을 예측해 실제 전력거래를 하게 되면 완성되는 겁니다.”

정부 국책과제로 가상발전소 실증연구사업을 수행 중인 한국남부발전의 김경삼 발전기술개발원장은 “10년 후 전력산업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기존처럼 발전사업만 고집하고 VPP를 준비하지 않는 발전회사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VPP의 핵심 기술은 전력을 생산하거나 이를 계통을 통해 보내는 게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발전량을 예측하고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전력을 거래하는 것이 핵심이죠. 그래서 앞으로 전력회사들의 경쟁자는 통신회사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김경삼 원장은 “가상발전소 실증연구사업에서도 지난 1년간 통신과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며 “앞으로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량 패턴 분석과 발전량 예측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수소 기술도 매우 중요합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수전해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생산된 수소)를 만들면 수소차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앞으로 발전회사들도 재생에너지를 넘어 수소에도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