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AMI 사업, 소비자 체감형 에너지신산업 모델 도입할 좋은 기회
보조금 50% 감안해도 미래 사업모델 불확실, 리스크가 크다 판단 당연

손성용 가천대 스마트그린홈연구센터장.
손성용 가천대 스마트그린홈연구센터장.

지난 9월 총사업비 7050억원 규모의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사업(이하 아파트 AMI 사업)’의 첫 밑그림이 나온 이후 관련 업계는 보안, 펌웨어 등 스펙에 대한 반발부터 높은 기준과 불확실한 수익 모델로 인한 우려까지 잇따라 문제점을 쏟아냈다. 그 결과 이 사업은 한 차례 유찰의 아픔을 겪었고, 우여곡절 끝에 올해 20만호로 대상이 줄어 출발할 기세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그린뉴딜 사업의 일환이면서 AMI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기대를 모았던 아파트 AMI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손성용 가천대 스마트그린홈연구센터장(스마트그리드협회 ‘선택요금제가 가능한 공동주택용 AMI 아키텍처 표준개발’ WG 위원장)을 만나 들어봤다.

▶먼저 AMI 사업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전력산업과 인연을 맺게 된 첫 계기가 바로 AMI다. 원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서비스 관련 분야에 있었는데, 2004년 당시 미터 게이트웨이(Meter Gateway, (MGW)라고 해서 PLC를 통해 전기, 전화, 인터넷을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 미터기 기반의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국내 실증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과제를 전력IT의 파일럿 과제로 기획했다. 이후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유무선 혼·복합형 고신뢰성 AMI 시스템 개발 과제’에 참여해 AMI 환경을 기존보다 확대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한전의 ‘AMI 네트워크 관리체계에 대한 연구’와 ‘AMI 구축사업 환경변화에 따른 영향분석 연구’, 스마트그리드사업단의 ‘AMI 보급사업인 스마트그리드 보급지원 사업의 성과분석’, 산업부의 ‘한국형그린버튼 제도 도입방안 연구’ 등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지난해부터는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선택요금제 기반 전력서비스 확대를 위한 상호운영성 확보 AMI 개발과제’에서 체계 설계와 효과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 스마트그리드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택요금제가 가능한 공동주택용 AMI 아키텍처 표준개발’ WG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부가 올해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아파트 AMI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사업의 의미를 짚어본다면.

“국내 전력산업에서 아파트는 특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스마트그리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왔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었다. 국내 전력산업의 구조에 기인한 영향이 가장 큰데, 아파트 구내는 한전의 독점적 판매모델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1000만 가구에 달하므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에너지신산업 모델을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혁신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의 소유권 문제, 유지보수 문제, 판매 관련 제도적 문제 등이 한계로 작용했다. 이번 아파트 AMI 사업은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하며 소비자 체감형 에너지신산업 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본다. 이런 측면에서 아파트 AMI 사업은 정말 잘 설계돼 진행돼야 한다.”

▶정부의 아파트 AMI 사업이 어떤 기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나.

“아파트 AMI 사업은 전력산업 측면에서 전력소비량이 많지는 않아 직접적인 기여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 관점에서 볼 때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다. 선택형 요금제나 국민DR 등이 그 시작이며, 앞으로도 커뮤니티 PV, 공유 ESS, P2P 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적용될 수 있다. 아파트 AMI 사업은 에너지신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고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전력산업의 외연을 확장하면서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또 전통적 전력산업과 달리 접근이 비교적 용이하므로 새로운 인력의 유입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과 고용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AMI 사업은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한전 AMI 사업이라는 표본이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사업에서도 한전향 규격들이 많이 제시됐는데.

“지난 AMI 사업을 통해 많은 기술의 검증과 진보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기존의 AMI 체계를 아파트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옥외에 설치되고 전력만을 계량하는 한전 AMI와 실내에 설치되고 통합검침을 지향하는 아파트 AMI의 요구의 조건이 다른 측면이 있다. 같은 비용과 기능이면 굳이 안 쓸 이유도 없겠지만 기술 기준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다. 한전 규격을 선택하는 것이 당장은 편해 보이지만, 한전의 AMI 규격도 2~3년마다 계속 바뀌는 현실을 볼 때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은 스마트전력 플랫폼사업으로 전력서비스를 위한 서비스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인데, 사업자 모집이라기보다는 하드웨어 납품업체 입찰 같아 보여 아쉽다. 다양한 서비스나 신산업을 수용하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기술 규격화로 다양한 플랫폼이나 기술을 허용하는 대신 사업자 선정 요건을 강화해 장기적인 관리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방향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손성용 가천대 교수가 AI·빅데이터 기반 스마트에너지 시스템 실습실에서 에너지신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성용 가천대 교수가 AI·빅데이터 기반 스마트에너지 시스템 실습실에서 에너지신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간 시장 개방으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지만, 아파트 AMI 사업이 한 차례 유찰됐다. 이후로도 한 개 업체만이 사업자로 나섰는데, 직면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40만호라는 적지 않은 규모에 대해 사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은 뭔가 부족함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스마트전력 플랫폼사업이면 플랫폼 사업자가 ‘어떠한 서비스를 하겠다, 이를 위해 이러한 인프라(AMI)를 도입하겠다’라고 제안하는 형식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스마트전력 플랫폼에서 핵심 사업모델은 아파트 내 판매 혹은 재판매 사업이라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핵심이 되는 사업모델인 판매나 재판매를 어떻게 하겠다는 방향은 없는 상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공하는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로서 AMI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나중에 아파트 내 판매 사업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플랫폼 사업자로서 10년간 관리 책임만 지우는 것은 무리다. 정부보조금 50%를 고려하더라도 최소한의 비용 회수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래 사업모델도 불확실해 사업적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파트 AMI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 및 사업자가 주목해야 할 핵심포인트는 무엇이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아파트 AMI 사업자는 전력산업에서 어떠한 포지션을 가질 것인지를 명확히 정하고, 유관기관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아파트 AMI 사업자는 미터링 대행업체인지, 서비스의 주체인지, 향후 판매사업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 명확한 비전이 제시되고 있지 않다. 단순한 미터링 대행업체라면 성장성이 한계가 있으니 서비스 업체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서비스 업체가 들어오려고 보면 미터링에 대한 의무만 있지 서비스에 대한 권한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니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나중에 판매사업자를 선정할 때에도 미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플랫폼 사업자가 유리해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아파트 AMI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AMI 체계를 구축하고 미터링 정보를 제공만 하는 중립적 역할을 가지게 하는 방법과,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 사업자로 최소 기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되 보다 많은 자율성을 가지는 방법이 그것이다. 현재는 조금 애매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 제도개선과 보급이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He is…KAIST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에너지IT 분야 등에 종사했으며, 현재 가천대학교 전기공학과에서 스마트그린홈연구센터장을 맡아 에너지신산업 제도와 운영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가상발전소 연구회 위원장과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논문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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