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사업성 제고 위해 ‘아파트 수선충당금·전력재판매’ 등 요구
정부는 “국비 확대는 불가능”, ‘컨소시엄 구성·현물 비중 확대’ 논의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개념도.
가정용 스마트전력 플랫폼 개념도.

국내 AMI 업계는 아파트 AMI 사업과 관련, “대기업도 꺼리는 판에 누가 그만한 돈을 투자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며 하소연하고 있다.

아파트 AMI 사업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따라 야심차게 추진하는 국가적 프로젝트지만, 실제 참여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남는 게 없는 장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동안 관수시장 중심이던 AMI업계에 비로소 민수시장이 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업계, 지원확대 불가하다면 다른 대안이라도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 자체는 업계로선 반길 일이지만 만약 이대로 추진된다면 현재로서는 도저히 마진이 안 나온다”며 “정부는 국민 DR사업 등의 서비스로 수익을 보전하라고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실제 수익 여부를 알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이 어렵다면 아파트 수선충당금을 업체가 받을 수 있게라도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파트 수선충당금은 아파트 노후화에 대비해 각종 작업, 공사 등에 쓸 수 있도록 집 소유주들이 모아놓은 금액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스마트그리드 보급 지원사업에서도 아파트의 수선충당금 활용에 대한 제기가 있었다.

AMI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 지원 비중을 늘릴 수 없다면 전력 재판매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주든지, 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사업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아파트 AMI 사업을 동일한 예산으로 추진하되 500만호가 아닌 400만호 정도로 물량을 줄여 업체들의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도 고려해달라는 제안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사업이 스마트플랫폼 그림하에서 추진되고 있는 만큼 AMI 보급을 넘어 본질적으로 향후 사업 방향성에 대해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고 사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논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불량 계량기 등 부작용 우려

업계가 이처럼 사업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렵게 만들어진 민수시장에서 일부 업체가 마진을 남기기 위해 저가부품을 사용한 계기를 보급하고, 여기서 문제가 불거지면 AMI 사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사업 참여가 절실한 중소 AMI 업계 사정상 일단은 시장에 뛰어들겠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저가 부품을 쓸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불량 계량기 보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스마트그리드 보급 지원사업에서도 지원금 부족 문제로 인해 업체들이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편법을 써서 벌금과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사업도 과거와 같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이지, 공익만을 실천하기 위해 일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국가 공공사업이라면 한전과 같은 기관이 적극 참여해 업체 부담을 줄이는 방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업성 제고 위한 다양한 방식 고민

아쉬운 것은 지난 17일 국회의원과 전문가, AMI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인 비공식 토론회에서 사업성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력기반센터 관계자는 “토론장에서 보안과 펌웨어 업데이트 등 스펙에 대한 이야기만 나왔고, 재정지원이라든지 서비스에 대한 부분은 업체들이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는 “토론회장에서는 현재 정부의 5대 5 매칭 지원금으로 사업을 잘 추진해주길 바란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업체로서는 사업이 중단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만큼 우리는 이미 주 사업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재정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속내를 밝혔다.

현재 산업부와 기반센터는 사업성과 관련, 복수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민간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현금뿐만 아니라 40~50%까지 현물을 인정하는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반센터 관계자는 “국비의 비중을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이번 사업은 기존 한전 AMI사업과 달리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주도해 향후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파급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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