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 가장 많은 경북은 조례를 만들지 않아
한수원에서 검증 거절할 경우 강제할 방법 없어

지난 7월 15일 제정된 ‘부산광역시 원자력안전 조례’와 관련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초대형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부산을 강타, 고리 본부의 원전 전체 가동이 전면 중단됐음에도 불구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조례의 취지는 원자력시설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제정해 방사능에 의한 재난을 예방하고 부산시장의 책무를 규정해 방사능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적극 보호하고 정부 및 국회에 부산시의 책임에 따른 권한 부여 등을 요구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태풍 하이선이 고리 원전을 강타한지 보름이나 경과했지만 시민들은 부산시가 시민 안전을 위해 뭘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지역에서는 국가사무인 원자력발전에 관해 부산시가 조례를 제정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원전이 가장 많은 경북을 비롯해 전남에도 이와 관련 조례가 없기 때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원전은 국가사무로, 지자체에 위임된 내용이 없고 부산이나 울산의 조례에도 원전 안전과 관련 핵심적인 내용이 없다”며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민 대피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북은 한수원, 원안위 등 업계 및 관계기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례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유사한 조례가 있는 울산의 경우 같은 민주당임에도 불구 울산시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 끝에 통과됐다.

반면 조례를 발의한 김광모 부산시의원은 “조례는 1년가량 검토 끝에 만들어진 것이며 대책위원회, 시민검증만 구성 등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검증단이 원전을 방문하고자 할 때 한수원 고리본부에서 거절하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울주군에서 새울원전 민간조사단이 출범해 검증을 시도했으나 새울본부에서 원자력안전법상 원전 시설 안전 조사를 위한 민간인 출입은 허용할 수 없다며 거절했던 사례가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법적인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사태 이후 부산시는 지속적인 관심을 표시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조례가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한계는 있지만 지자체가 관심을 가지고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한고 노력한다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한다”며 “일본처럼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국가사무는 피해야 한다”고 밝히며 “지자체 일에 원안위에서 판단할 수 없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고리본부가 있는 기장군 관계자는 국가사무 광역 기초 지자체 간에 역할에 관한 적절한 업무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실효성 없는 조례를 만든 것은 외부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례 취지 자체가 나쁘지는 않으나 국가사무라 실효성이 없는 조례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조례는 원전 소재 지자체 중에서는 부산과 울산에만 있고 전남과 경북은 없다. 원전이 없는 대전에서 원자력연구원으로 인해 가장 먼저 제정됐다.

울산시는 지난해 시의회를 통과한 ‘울산광역시 원자력시설 안전 조례안’ 6조 1항 ‘원자력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조사·검증하기 위하여 시민·전문가 등으로 안전성검증단을 구성·운영할 수 있다’ 조항이 법령에서 위임하지 않은 국가사무를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울산시의회 출범 이래 최초로 울산시의 재의 요구로 자동 폐기됐다, 올해 들어 수정 발의돼 7월 29일부터 시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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