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개선·건식공정 등 현실적 혁신기술 발표
18개월 안에 원가 56%↓, 주행거리 54%↑ 제시
기술력·공급망 가장 우수 韓 협력 확대 가능성
차세대 배터리 발표 없자 주가 5.6% 하락

테슬라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CEO(오른쪽)가 설명을 하고 있다. 배경에 이날 선보인 혁신기술을 통해 얼마나 배터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 CEO(오른쪽)가 설명을 하고 있다. 배경에 이날 선보인 혁신기술을 통해 얼마나 배터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세간의 기대를 모았던 세계 1위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는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예상됐던 차세대 배터리 발표가 없자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5.6% 하락했다.

하지만 발표 내용은 국내 배터리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22년 배터리 부족사태가 발생하고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하이니켈 배터리 사용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이미 배터리 공급사로 있는 LG화학의 협력범위가 더 넓어지거나 삼성SDI, SK이노베이션과의 신규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8개월 안에 배터리원가 56% 절감, 주행거리 54% 향상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5시부터 시작한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는 일론 머스크 CEO의 직접 발표 속에 2시간가량 진행됐다. 행사는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 생중계됐으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청중들은 자동차에 탄 채 행사를 지켜봤다.

시장이 예상 또는 기대한 것과는 달리 차세대 배터리 발표는 없었다. 리튬메탈, 전고체 등 기존 배터리보다 성능이 훨씬 우수한 차세대 배터리가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언급조차 없었다.

대신에 일론 머스크는 셀 디자인 개선, 생산공정 효율화, 양극재와 음극재 개선, 차체 성형 개선 등 실현가능한 현실적 혁신기술을 선보였다.

우선 배터리 셀 디자인은 기존보다 크기가 훨씬 확대된다. 테슬라는 현재 지름 21mm, 길이 70mm의 ‘2170’ 원통형 리튬이온배터리를 쓰고 있다. 이를 지름 46mm, 길이 80mm의 ‘4680’으로 대체하고 탭을 없앤 기술도 적용할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 기술로 “에너지밀도는 5배 커지고 주행거리는 16% 늘어나며 생산단가는 14%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건식전극공정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 기술도 선보였다.

건식전극공정은 양극과 음극 물질을 용액에 녹여 도포한 후 건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믹싱한 드라이 파우더를 필름을 통해 기판에 직접 부착시키는 방식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를 통해 기존보다 생산공정이 대폭 감소해 에너지 사용량과 사용공간이 기존보다 10배 감소하고 여기에 초고속 생산공정 기술까지 더해 새로운 1개 라인에서는 기존 7개 라인 수준의 20GWh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로 GWh당 투자비용이 기존보다 75% 감소하고 생산공장 면적은 10배 향상되며 배터리 원가는 18% 절감효과가 발생한다.

테슬라는 이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 공장을 2022년까지 100GWh, 2030년까지 3TWh(3072GWh)로 갖출 계획이다.

음극재는 실리콘을 첨가한다. 기존 흑연 음극재에 실리콘을 첨가하면 에너지밀도가 향상된다. 하지만 단가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어 프리미엄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다.

테슬라는 음극재의 실리콘 비중을 20%까지 늘리고 자체 기술을 통해 기존 kWh당 10.2달러의 실리콘 단가를 1.2달러까지 낮출 계획이다. 이 기술은 배터리 원가를 5%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양극재는 니켈 비중을 높인 하이니켈 사용을 늘릴 계획이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재에는 리튬 외에 니켈(N), 코발트(C), 망간(M), 알루미늄(A), 철(F), 인산(P) 등이 혼합형태로 사용된다. 주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NCM, 삼성SDI와 파나소닉은 NCA, 중국 CATL은 LFP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장수명이 필요한 전기차 신모델과 ESS용 배터리에는 철 기반의 배터리, 가정용 배터리 파워월과 긴 주행거리 차량에는 니켈과 망간 기반의 배터리, 사이버트럭과 대형트럭 세미에는 하이니켈 배터리를 적용할 계획이다. 차례대로 LFP, NCM, 하이니켈(NCM NCA) 배터리로 추정된다.

테슬라는 직접 미국에 양극재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이며 기존 공장보다 생산공정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키고 폐배터리를 통해 원료를 수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한 배터리 원가는 12% 절감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혁신기술은 배터리팩을 포함하는 하부 차제의 새로운 생산기술이다. 이를 통해 적재공간은 10% 줄이고 주행거리는 14% 늘릴 수 있다. 이는 7%의 배터리 원가 절감효과가 있다.

일론 머스크는 “18개월 안에 5가지의 혁신기술을 통해 기존보다 주행거리는 54% 향상되고 배터리 원가는 kWh당 56% 절감되며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비는 69% 절감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당 2만5000달러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배터리 디자인 개선, 양극음극재 개선, 공정 효율화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캡처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배터리 디자인 개선, 양극음극재 개선, 공정 효율화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캡처
◆차세대 배터리 발표 없자 주가 급락

테슬라 주가는 배터리데이 발표 이후 오히려 전날보다 5.6%(25.16달러)나 하락했다.

시장은 차세대 배터리 발표를 기대했지만 기존보다 약간 앞선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인 것에 그치자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탭리스, 건식전극, 실리콘음극재 기술은 이미 예상이 된 것이고 국내 업체들도 기술개발을 하고 있는 것들”이라며 “차세대 배터리 개발은 아직 시기상조이며 국내 업계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데이는 테슬라의 장기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으나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계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던 이벤트 소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행사 참석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차 안에서 시청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테슬라 배터리데이 행사 참석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차 안에서 시청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테슬라와 한국 업체 협력 가능성 ↑

배터리데이 발표와 전날 일론 머스크의 트윗은 테슬라와 국내 업체와의 협업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전날 트윗을 통해 ▲테슬라는 2022년까지 배터리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함 ▲2022년 배터리 부족사태 가능성 ▲LG, 파나소닉(日), CATL(中)의 배터리 구매 더 늘릴 것 ▲다른 업체와도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하이니켈 사용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세계 배터리 공급망이 가장 뛰어나고 하이니켈 기술력이 가장 좋은 국내 업계와의 협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은 협력 확대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LG화학은 이미 NCM811(니켈 코발트 망간 비중 8:1:1) 원통형배터리를 테슬라의 중국판매 모델3에 공급하고 있으며 가장 큰 공급규모도 갖추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총 100GWh, 2023년까지 총 200GWh의 생산규모를 갖출 예정이다.

삼성SDI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SDI는 니켈 비중이 88%인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해 내년 상용화할 예정이다. 또한 예전부터 원통형배터리를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유럽 판매를 위해 헝가리 공장을 대폭 증설 중이다. 다만 헝가리 공장은 각형 배터리만 생산하고 있어 테슬라의 원통형배터리 공급은 불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도 협력 가능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에 니켈 비중을 90%로 높인 NCM9½½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내년 상용화 예정이며 90% 중후반대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폭스바겐, 포드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된 것만으로 기술력이 입증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하고 있는데 테슬라는 파우치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원가 56% 절감 등 목표를 제기했지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배터리 특성상 안전승인 등에 총 2년가량이 소요되는데 앞으로 18개월 안에 목표를 이룬다는 것이 의문이 든다”며 “테슬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배터리 공급사에 단가 하락 압박을 넣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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