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장마에 이어 지금은 불볕더위다. 이번 장마는 중부 지방에 54일간 비를 뿌렸다. 197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길었다고 한다. 강수량도 기록을 세웠다. 7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2위라고 한다. 요즘의 불볕더위도 대단하다. 사실 지난 5년간은 어느 때보다 더웠다.

기록적인 폭우는 온도가 오르면서 수증기의 양이 많아져 나타난 현상이다.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상고온으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한기가 남하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찬 공기에 막혀 정체 전선이 형성됐고 정체 전선이 머물면서 예년보다 많은 비를 뿌린 것이다. 한반도만 그런 것도 아니다. 아시아 전반에 걸쳐서 특히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걸쳐서 넓게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만 그럴 것 같지도 않다. 세계기상기구가 추정한 결과로는 지구 평균기온은 1850~1900년대에 비해 약 1℃ 높아졌다고 한다. 기온이 높아지면 많아진 수증기는 어디선가 비로 나타날 것이다. 기후 변화로 지표면 기온과 바닷물 수온이 높아지면 폭우 아니면 폭염이 따라온다. 이른바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이다. 기록적인 장마만이 아니라 전염병 코로나 19의 대유행, 무려 6개월 동안 대륙을 불태운 오스트레일리아 산불 모두가 기후 변화와 관련 있는 재해라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불볕더위 뿐만 아니라 가뭄, 장마, 폭우, 홍수 등은 앞으로 일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을 번갈아 겪을 것이라는 말이다. 분기별로 국내총생산(GDP) 집계를 보면, 보통 3분기 값이 2분기보다 낮다. 3분기에 휴가도 있고 간혹 추석 연휴가 포함되기도 해서 그런 탓도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호우, 태풍, 불볕더위 등의 자연재해가 빠지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후 변화의 결과는 날씨, 기온, 바닷물 온도가 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산업은 사양길을 걷게 할 것이고 다른 어떤 산업은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는 빠르게 화석연료 자동차를 대체할 것이다. 에너지의 중심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는 무역장벽이자 산업경쟁력의 요체가 될 조짐도 있다. 애플은 이미 전 세계 부품 업체에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요구하고 있고,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석탄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흔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순 제로로 만들어야 2100년까지 지구 온도의 상승 폭을 1.5℃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한다.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 목표를 실천하자는 파리협정은 5년이 지나도록 합의에 실패하고 있다. 재원 부담에 대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이견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그린 뉴딜’을 발표하면서도 2050년 탄소 중립 선언은 담지 못했다.

아쉽게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기후 깡패'로 불린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다른 OECD 회원국들은 탄소 배출량을 평균 8.7% 줄였지만, 우리나라는 되레 24.6%나 늘었다. 2019년 유엔기후변화총회가 발표한 '기후 변화 대응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61개국 가운데 58위다. 탄소 배출량 세계 7위가 바로 우리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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